LG 트윈스가 힘겹게 2연패에서 벗어났다. 5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연장 10회말 김재율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4-3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LG가 상승세로 반전할지는 미지수다. 8월초부터 LG 야수진이 공수에서 심각한 경기력 저하를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LG 부진의 이유는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공백과 무관하지 않다. 8월 3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오지환은 주루 플레이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해 다음날인 4일부터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그가 이탈한 8월 4일부터 9월 5일까지 약 한 달 간 LG는 8승 1무 16패 승률 0.333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O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성적이 좋지 않았다.

오지환은 LG 야수진의 핵심이다.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과 단독 도루가 가능한 주루 능력을 두루 갖췄다. 유격수 수비도 리그 최상급이다. 수비 범위가 넓으며 강견을 자랑하는 LG 내야의 사령관이다. 오지환이 이탈한 사이 LG 타선의 득점력은 크게 저하된 것은 물론 내야에서도 실책이 속출했다.

# LG 오지환 최근 6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문제는 올 시즌 종료 뒤 오지환이 군에 입대한다는 점이다. LG가 오지환의 부상으로 '포스트 오지환'의 시험대에 일찍 오르게 된 셈이다.

가장 먼저 기회를 얻은 선수는 황목치승이었다. 하지만 그는 8월 3일 잠실 롯데전부터 8월 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까지 3경기 연속 실책을 저질렀다. 수비 안정성 측면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이후에는 베테랑 손주인이 계속 유격수를 맡고 있다. 그는 올 시즌 유격수로서 218.2이닝을 소화하며 2실책을 기록해 안정감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깊숙한 타구에 대한 처리나 넓은 수비 범위, 그리고 강한 어깨를 자랑하는 전문 유격수 요원은 아니다.

손주인이 향후 2년 동안 LG의 주전 유격수를 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18시즌에는 만 35세, 2019시즌에는 만 36세가 되기 때문이다. 체력 소모가 심한 유격수로 풀타임 소화는 무리가 아닐 수 없다.

LG가 오지환의 군 복무 기간을 메울 것으로 구상하던 내야수는 강승호다. 2013년 LG에 입단한 강승호를 2군에서만 1년을 보내게 한 뒤 경찰청에 일찌감치 입대시킨 이유는 오지환과 연관 지을 수 있다.

하지만 강승호는 1군에서 유격수가 아닌 2루수로 뛰고 있다. 유격수로서 수비 불안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2루수 수비에서도 어이없는 실책이 종종 나온다. 내년 시즌에 강승호를 유격수로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다른 유격수 요원 장준원은 2014년 LG에 입단했지만 타격 능력이 아쉽다. 올 시즌 퓨처스에서 타율 0.242 3홈런 25타점 OPS(출루율 + 장타율) 0.637에 그쳤다. 장준원 역시 미필 자원이라 언젠가는 입대해야 하는 처지다.

양상문 감독은 5일 경기에서 앞서 '오지환이 이번 주 1군에 복귀할 것'이라 예고했다. LG는 주전 유격수의 공백을 당장은 해소하겠지만 내년 시즌과 그 이후에 대한 청사진은 전혀 마련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시즌 막판 치열한 5강 싸움 도중에 새로운 유격수를 키우기는 마땅치 않다.

2009년 입단한 오지환은 올해로 입단 9년차를 맞이했다. 그 사이 LG는 오지환을 입대시키지 않은 것은 물론 제대로 된 백업 유격수조차 육성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LG가 주창하는 '리빌딩'의 실체에 대한 의문도 지적되고 있다. '포스트 오지환'이라는 LG의 해묵은 숙제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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