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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일, 부산 구포가축시장 내 한 탕제원 직원이 탈출한 개의 손발을 묶은 채 한낮 대로변을 수십 미터 끌고 다닌 사건이 있었다. 몸부림치던 개는 결국 해당 직원에 목이 졸려 도살됐다. 이 일을 계기로 해당 시장 앞에선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동물보호단체와 뜻을 같이 하는 개인들이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본인도 어제(23일)까지 세 차례 참석했다.

"남의 생업은 건들지 맙시다."
"돼지랑 소는 왜 먹나?"
"결국 죽임 당하는데 인도적 도살이 무슨 의미?"
"개고기 같이 생긴 것들이……." 

집회 소식을 알리고 참여를 독려하는 인터넷 게시물의 댓글로, 집회 중에 주변을 지나는 행인과 시장 내 상인들로부터 들은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약 10년 전부터 생명을 기계처럼 다루는 공장식 축산을 반대하고, 이를 이유로 육식을 자제하면서 유사한 주제로 대화를 하려고 치면 끈질기게 접한 반응이자 질문이기도 하다.

 지난 달 17일, 구포가축시장 내 한 탕제원 직원이 탈출한 개를 잔혹하게 붙잡아와 결국 도살, 판매했다.
 지난 달 17일, 구포가축시장 내 한 탕제원 직원이 탈출한 개를 잔혹하게 붙잡아와 결국 도살, 판매했다.
ⓒ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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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이는 대부분 사람들은 동물을 생명으로 인식함으로써 오는 불편함이 싫을 뿐이다. "생업은 건들지 말라"? 응당 상식적이고 옳은 말 같지만, 누군가의 생업이 같이 살아가는 타 존재를 고통에 몰아넣고 결국 그 삶을 파괴한다면? 도둑질, 사기, 인신매매 등이 생업이라고 해서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지속될 수 없는 이유와 같다.

"돼지랑 소는 왜 먹나?".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이 또한 조금만 생각해보면 무척 엉뚱한 논리임을 알 수 있다. 잡아 먹히는 돼지와 소도 불쌍하다는 의미라면 개의 불법 도축과 식용 반대 운동에 반기를 들 것이 아니라, 개부터 아니 가능만 하다면 모든 동물의 잔혹한 죽음을 막는 데 같은 편에서 더욱 소리 높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개, 돼지, 소 할 것 없이 모든 동물을 그들 고통엔 아랑곳 없이 다 잡아먹어야 한다는 의미라면 이런 논의에 앞서 스스로 정신 건강을 진단해보시길. 개의 잔혹한 도축과 식육을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는 물론 개를 특별히 아끼는 이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도 사람과 다름 없이 고통을 아는 생명이기에 그들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죽는데 인도적 도살이 웬 말?". 이 또한 얼마나 근시안적인 질문인지. 개나 소, 돼지, 그 밖에도 수많은 동물이 사람과 같이 좋고 나쁘고 무섭고 아픈 감정과 감각이 있음을 인정한다면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우리도 어차피 죽는데 그렇다 하여 삶의 매 순간이 고통스럽길 바라나? 분명 아닐 것이다.

끝으로 "개고기처럼 생긴 것들이……". 이런 식의 말 아닌 말에는 침묵으로 대응한다. 일부 집회 참석자 중에도 "개고기 먹고 죽어라!", "개고기 먹으면 치매 걸린다" 식의 지나치게 격앙된 반응이나 사실 여부가 불분명한 발언을 하기도 하는데, 집회의 목적을 인식해 흥분은 가라 앉히고 의지가 과해 잘못된 사실이나 논리를 퍼뜨리는 행위를 자제 바란다.

 지난 2일부터 매주 토요일 2시, '구포동문시장' 앞에서 구포가축시장 폐쇄, 개고기 문화 근절을 위한 집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2일부터 매주 토요일 2시, '구포동문시장' 앞에서 구포가축시장 폐쇄, 개고기 문화 근절을 위한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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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부산 북구청은 '구포가축시장 정비를 위한 TF팀'을 구성해 가동한다고 밝혔다. 시장 상인과 동물보호단체 등과 긴밀히 협의 하에 단기적으로는 개 도살 중단, 불법 도축 시설, 전시 케이지 등을 철거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상인들의 업종 전환을 유도해 구포가축시장을 폐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안 마련과 실천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듯하다. 그 사이 지난 17일엔 한 남성이 산책 나온 타인의 반려견을 납치해 구포가축시장에서 개소주를 만들어 먹은 사건이 발생했다.

2주 만에 다시 참석한 23일 집회에서는 그간 문을 닫았던 가게들도 장사를 재개, 더 많은 개들을 전시, 판매하고 있었고 상인들은 '거리 질서'란 어깨띠를 두르고 실은 개 도살/식용 반대 집회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맞불 시위를 벌였다.

그 와중에 한 할머니가 양파망에 넣은 아기 고양이들을 실어오는 모습을 목격, 현장에 함께 있던 경찰과 동물보호단체 활동가 몇몇이 할머니께 가서 이유를 물었는데 "집에 쥐가 많아서 키워 쥐 잡게 하려고"라고. 하지만 할머니는 고양이들이 염려돼 돈을 주고서라도 데려가겠단 사람들에 금세 고양이 전부를 팔아 넘겼다.

 어제(23일) 시위 중 한 할머니가 양파망에 아기 고양이들을 넣어 구포시장으로 데려왔다. 결국 집회 참석자 몇몇이 고양이를 돈을 주고 사서 집으로 데려갔다.
 어제(23일) 시위 중 한 할머니가 양파망에 아기 고양이들을 넣어 구포시장으로 데려왔다. 결국 집회 참석자 몇몇이 고양이를 돈을 주고 사서 집으로 데려갔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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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집회에 참석했던 날, 문제의 탕제원 앞에 놓인 커다란 뜬장 안에서 십여 마리의 개를 만났다. 살아 있는. 그 중에 유난히 순박한 표정의 하얀 개 한 마리가 나를 보며 웃는 듯한 표정으로 꼬리를 흔들었다. 그 다음 주에 갔을 때는 상인들이 사진 촬영 등을 막고자 케이지를 천으로 덮어둬 녀석을 다시 보지 못했다.

목청껏 소리 높여 "개 도살 반대", "개고기 반대"를 외치고 돌아오는 길, 집회 내내 철창 안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개들의 얼굴이 집까지 따라온다. 씁쓸한 표정의 상인들의 얼굴도. 집회 내내 우리를 향해 조롱어린 행동을 하고, 커피를 마시며 춤까지 추던 한 탕제원의 아주머니 모습도…….

구포가축시장 폐쇄와 개고기 문화 근절을 위한 집회는 이번 한 주는 쉬고 추석 연휴 끝 무렵인 7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구포시장동문' 앞에서 재개한다.

 구포가축시장 내 탕제원 앞에는 이렇듯 살아 있는 개들이 철창에 갇혀 오가는 이들을 보고 있다. 그 중에 사진 속 맨 왼쪽 하얀 개가 나를 보며 웃는 듯 꼬리를 흔들었다.  '미안하다......'
 구포가축시장 내 탕제원 앞에는 이렇듯 살아 있는 개들이 철창에 갇혀 오가는 이들을 보고 있다. 그 중에 사진 속 맨 왼쪽 하얀 개가 나를 보며 웃는 듯 꼬리를 흔들었다. '미안하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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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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