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진 바이올리니스트 오유진

▲ 오유진 바이올리니스트 오유진 ⓒ 오유진


'음악을 이상을 실현하는 연주자'.
'변형되거나 재해석되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풋풋함이 살아있는 감성과 설렘'.

여성 클래식 바이올린 연주자 오유진를 일컬어 미국의 바이올린 대가와 국내 유명평론가 칭한 말이다. 오유진은 올봄 6년간의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8월 22일 자신의 첫 번째 앨범 <뷰티플 로맨스(Beautiful Romance)>를 발표하며 본격적 국내활동을 시작한 아티스트다. 음악대학 재학 중에도 미국과 유럽에서 펼쳐진 다양한 무대에 올라 세계 각국의 음악 팬들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선사했던 오유진. 

그는 2002년 선화예고 1학년 재학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영재 프로그램에 합격, 조기 입학해 대학 학사과정도 3년에 마칠 정도로 그는 바이올린 영재로서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았다. 대학졸업 후 유학을 포기해야 할 수밖에 없는 피치 못할 사정도 그 앞에 놓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결혼을 하고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미국에서의 학업 및 다양한 연주활동을 통해 더욱 정교하고 탄탄해진 실력을 갖춘 바이올리니스트로 거듭나게 된다.

게다가 두 아이를 둔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음악인이란 위치가 더욱 자신을 강하게 만들고 있고, 30대 초반에 접어든 지금 바이올린 연주에 더 많은 매력과 재미를 느끼며 하루하루를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는 오유진. 인터뷰 내내 밝고 힘찬 그의 표정과 말투에서 그러한 것들을 제대로 감지할 수 있었다.

9월 20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 홀에서 갖게 될 앨범발매 기념콘서트를 위해 연습은 물론 육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바이올리니스트 오유진과 지난달 29일 오후 2시 합정동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처음 낸 앨범, 내겐 보석과 같아요!

오유진 바이올리니스트 오유진

▲ 오유진 바이올리니스트 오유진 ⓒ 오유진


- 데뷔 앨범을 낸 소감은?
"앨범을 내기위한 준비과정 중에도 '정말 CD가 나올 수 있을까?'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했는데, 막상 실물이 나와 음반매장에 진열되고 음악도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실감이 났다. 앞으로 활동도 열심히 하고 꾸준히 작품을 낼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음반은 이 세상에 남길 하나의 보석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 가족이나 주위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
"가족에겐 음반발매에 관한 이야기는 자세히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직접 소식을 전하고 CD를 드리자 무척 놀라고 기뻐하셨다. (웃음) 많은 도움과 격려를 해주셨던 스승님들께는 미처 연락도 드리지 못했는데 곧 할 생각이다."

- 수록곡 선정은 어떻게 했나?
"앨범 제목 <뷰티플 로맨스(Beautiful Romanc)>에서 알 수 있듯이 유럽 낭만주의 시대 음악을 주요 레퍼토리로 선정해 컨셉을 . 2014년부터 음반에 들어갈 곡 녹음 작업을 했는데,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는 불가리아의 플로브디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Plovdiv Philharmonic Orchestra)와 협연을 통해 완성된 곡이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D장조'와 많은 분들이 애청하시는 클래식 소품곡들인 엘가의 '사랑의 인사',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는 미국에서 녹음작업을 해 이번 음반에 담게 되었다."

- 뮤지션에게 남다른 의미가 담긴 곡도 수록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앨범 수록곡들과 시대적으로 다른 바흐의 '샤콘느'를 넣었다. 이 곡은 내가 열다섯 살 때 스승이 소장하고 있던 바이올린 명기 '루제리'를 빌려 녹음한 적이 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 음원을 찾아내 17년 뒤 정식으로 공개할 수 있게 돼서 행복하고 감동스러웠다." 

-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미 녹음했던 곡들 위주로 앨범을 준비하다 보니 선곡과 기획적인 측면에서 디테일이 떨어지는 점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다음 음반작업에서 그런 부분들을 보완해서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바이올리니스트의 길,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갈 수 있었죠

-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성장과정은 어땠나?
"초등학교 입학 전 부터라고 들었다. 너무 어려서 기억에는 없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피아노 교습을 하다가 바이올린이란 악기를 알게 된 후, 내가 그것을 배우고 싶어 했다는 이야기를 어머니께서 해 주셨다. 그래서 학원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배웠고, 내 재능을 높게 보신 학원장님의 추천으로 선화예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중고 재학시절에도 여러 선생님들이 큰 가르침을 주셨고,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오케스트라 및 앙상블과 협연무대를 가졌을 만큼 소중한 음악적 경험도 많이 했다. 선화예고 1학년을 채 마치기 전에 영재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는데 재능을 높게 봐주신 한국 바이올리니스트 거장 김남윤 선생님과 박상우 선생님을 사사했고, 학사과정 3년과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 힘겨웠던 시간도 있었다고 들었다
"2006년 대학을 조기졸업 할 무렵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그때 우리 가족의 충격과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음악인으로서 더 나은 성장을 위해 유학계획을 생각했었지만 여러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꿈을 접었다. 대신 국내에서 뮤지컬, 오케스트라 음악작업등에 반주 연주자로 참여하며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기에 내 인생에 있어 커다한 반전이 된 남편과의 만남도 이뤄졌고, 2010년 결혼 후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꿈'을 이어갈 수 있는 미국으로의 유학도 갈 수 있었기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시간이었다.(웃음)"      

오유진 바이올리니스트 오유진

▲ 오유진 바이올리니스트 오유진 ⓒ 오유진


- 이후 유학생활은 어땠나?
"2011년 남편의 적극적 지원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맨해튼 음대(Manhattan School Of Music) 석사과정 후 뉴저지 주립대(Rutgers) 박사과정까지 올 봄 6년간의 학교생활을 잘 마쳤다. 두 분의 저명한 바이올리니스트 그리고리 칼리노프스키(Grigory Kalinovsky) 선생님과  토드 필립스(Todd Phillips) 선생님을 사사한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자 행운이었다.

무엇보다 유학생이자 엄마로서 방학 중에만 두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무탈하게 키워주고 보살펴 주신 부모님과 남편에게 항상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이었다. 향후 미국 등 해외에서도 활동으로 인해 집을 떠날 일도 자주 생길 것 같다. 어쨌든 현재 두 아이는 물론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소중하기 그지없다. (웃음)."

- 현재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무대가 있다면?
"2013년 10월 '전설의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David Oistrakh)를 낳은 우크라이나에서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현지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객석의 관객은 물론 언론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받았을 때다. 미국과 유럽에서 다수의 공연을 했었는데 장시간 기립박수를 보내주는 우크라이나 음악애호가들의 모습은 오랫동안 내 마음에 간직될 듯하다."

- 오유진 바이올린 연주의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가?
"절대음감이 발달해 곡을 빨리 소화하고 외우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정교함과 세밀함이 갖춰진 연주를 할 수 있게 됐고, 곡을 제대로 해석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조화로운 연주를 해나가고 있다고 관련분야에 계신 분들이 이야기해주신다." 

바이올린은 평생 함께 가야 할 운명

- 다음 앨범을 미리 기획해 본다면?
"내 바이올린 연주를 더 편안하고 아늑하게 감상할 수 있는 컨템포러리 계열 음악을 선곡해 들려드리고 싶다. 앞부분 인터뷰에서 말했던 것처럼 1집 음반의 부족했던 점을 잘 살펴서 보다 만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올해 활동계획이 있다면?
"9월 20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오유진의 Beautiful Romance(뷰티플 로맨스)>란 제목의 음반발매 기념 공연을 준비 중이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콘서트'로 기획되고 있는데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분들도 아주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곡들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바이올린 연주를 전해 드릴 예정이다.

다양한 라이브 무대에서 함께 뵐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 같고. 첫 앨범을 낸 만큼 신인의 마음으로 홍보활동에도 임하려 한다. 내년에는 후학양성을 위해 대학 강단에도 설 계획이어서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려 한다."  

- 바이올린은 어떤 의미인가?
"요즘 들어 자주 드는 생각인데 '일상의 탈출구'와 같다. 바이올린을 잡으면 마치 남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느낌이다. 호사를 누린다고나 할까?(웃음) 반면 무게감과 책임감이 드는 때도 있다. 내 연주를 통해 누군가에게 희로애락을 선물할 수 있기에.. 어쨌든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바이올린은 내게 운명이다."

오유진 바이올리니스트 뷰티플 로맨스 BEAUTIFUL ROMANCE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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