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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주최한 민주화 30년 특별전 '민이 주인 되다' 소개 팸플릿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주최한 민주화 30년 특별전 '민이 주인 되다' 소개 팸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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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나는 광화문에 위치한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방문했다. 1987년 6월항쟁 30주년을 맞아 열린, 민주화 30년 특별전시전 '민이 주인 되다'를 관람하기 위함이었다. 주제가 6월항쟁 30주년인 만큼, 전시전은 주로 그 무렵의 시대상을 다루고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어색한 전시가 눈에 띄었다. 민주화 이후 첫 대통령으로 노태우를 선정한 전시전은 '국민연금제 시행, '의료보험 전면실시', '공무원시험 학력조항 폐지' 등 노태우의 업적을 한 칸 가득 전시해놓았다. 여기에 12.12 쿠데타, '광주학살'의 주범과 같은 설명은 없었다.

민주화 30년 특별전에는 노태우의 사진과 업적을 서술한 패널이 전시되어 있다.
 민주화 30년 특별전에는 노태우의 사진과 업적을 서술한 패널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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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전시전에 굳이 쿠데타와 학살의 주범인 인물의 사진을 걸어놓고 업적을 기술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 옆에 나란히 전시되어있는 박종철, 이한열 열사를 비롯한 당시 거리에 나선 학생, 시민들은 바로 군사정권에 싸웠던 투사들이 아니었던가.

게다가 노태우의 업적이 크게 한 칸을 차지한 반면, 학내자율화 시위 중에 악명 높은 노태우 정권의 폭력경찰기동대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사망한 강경대 열사에 관한 소개는 하단 작은 칸에 배치돼 초라해보였다.    

노태우 전시 옆면. 하단 작은 칸에 강경대 열사에 관한 전단이 보인다. 강경대 열사는 노태우정권인 1991년, 시위 중 폭력경찰기동대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구타, 사망했다.
 노태우 전시 옆면. 하단 작은 칸에 강경대 열사에 관한 전단이 보인다. 강경대 열사는 노태우정권인 1991년, 시위 중 폭력경찰기동대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구타,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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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노태우 업적 옆 가판에는 큰 글씨로 "민주주의를 토대 위에서 시민의 힘으로 민주헌정체제를 굳히다"라고 써져 있었다. 이는 목적어가 불분명한 명백한 비문이다. '민주주의' 뒤 조사 '를'을 '의' 혹은 '란'으로 바꾸는 것이 본의에 맞다.

민주화 30년 특별전. "민주주의를 토대 위에서 시민의 힘으로 민주헌정체제를 굳히다"라고 써져있다. 이는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다.
 민주화 30년 특별전. "민주주의를 토대 위에서 시민의 힘으로 민주헌정체제를 굳히다"라고 써져있다. 이는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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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의 주제를 나타내는 큰 글씨에 이렇듯 눈에 띄는 비문이 수정도 없이 방치돼 있다는 게 나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는 비록 사소한 요소지만 관람객으로 하여금 특별전에 대한 신뢰도와 성의를 떨어뜨린다.

민주화 특별전 총괄이 뉴라이트 인사?

민주화 30년 특별전 출구 벽면의 특별전 참여 명단. 특별전 총괄을 맡은 김용직 당시 관장은 뉴라이트 인사, 학예총괄을 맡은 주익종 당시 실장도 우익 인사로 분류된다.
 민주화 30년 특별전 출구 벽면의 특별전 참여 명단. 특별전 총괄을 맡은 김용직 당시 관장은 뉴라이트 인사, 학예총괄을 맡은 주익종 당시 실장도 우익 인사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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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점들 때문에 특별전을 관람하는 동안 나는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닐까. 집에 돌아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대해 찾아보았다. 민주화 특별전을 주최한 박물관의 이면은 생각보다 놀라웠다.      

민주화30년 특별전을 총괄한 김용직 당시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관장은 뉴라이트 인사가 다수 참여한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의 집필진을 맡은 바 있는 대표적인 극우 학자였다. 국정교과서 지지를 선언하고, "임시정부는 정부가 아니"라고 발언해 구설에 오른 적도 있었다.

특별전 학예총괄을 맡은 주익종 당시 학예연구실장은 박정희 정권의 경제성장을 조명한 책 <고도성장 시대를 열다: 박정희시대의 경제외교사 증언>을 집필한 인물로, 최근에는 극우 논객 조갑제, 청년박정희연구회 이승수 회장 등과 함께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 시민강좌'에 참여해 주제발표를 맡은 바 있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조명할 수 있는 역사박물관을 건립하겠다"라고 밝히며 추진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박근혜 정권인 2012년 완공해 개관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개관 직후 박정희 서술 편향, 5.16쿠데타 정당화 등 역사왜곡 지적을 받았다. 당시 민주통합당 김한길 의원이 "일본의 역사왜곡 뺨치는 왜곡", "심각한 역사왜곡이자 권력에 대한 아부"라고 주장할 정도였다.

보수정권 때 건립돼 역사왜곡 논란이 있었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우파 인사들이 총괄한 민주화30년 특별전. 그리고 민주화 특별전에 전시된 노태우의 업적. 민주화 특별전을 보고 난 후 느꼈던 나의 불쾌함이 단지 기우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덧붙이는 글 | 민주화 30년 특별전 총괄을 맡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김용직 관장은 지난 달 사퇴했고, 학예총괄을 맡은 주익종 실장이 현재 관장 직무대리를 수행 중입니다.



태그:#대한민국역사박물관, #민이 주인 되다, #민주화 30년 특별전, #주익종, #김용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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