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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려동물이 이용할 수 있는 차량 서비스, '펫택시' 업체가 늘고 있다. 펫택시 업체 중 하나인 '펫미업' 누리집에 소개된 서비스 소개.
 최근 반려동물이 이용할 수 있는 차량 서비스, '펫택시' 업체가 늘고 있다. 펫택시 업체 중 하나인 '펫미업' 누리집에 소개된 서비스 소개.
ⓒ 펫미업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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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택시 서비스 위로 포개지는 논란들

최근 반려동물과 함께 중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펫택시'(pet taxi) 서비스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얼핏 보면 있을 법한 이 서비스업을 두고 여기저기서 시끄럽다. 이 문제를 자세히 관찰하면, 비단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 구성원간 배려의 문제임과 동시에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 그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먼저 펫택시라는 서비스에 달라붙은 논란은 기존 택시업계의 입장과 지적에서 시작한다. 기존 일반 택시의 경우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등의 법률을 통해 자격이나 운임 요금, 사고시 조치, 경영이나 종사자 관리 등 사업 전반에 걸친 관리와 규제를 받는다. 때문에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등 택시업계 관계자들은 펫택시가 불법 운수업을 하고 있다며 서비스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펫택시 서비스업체들의 이야기는 '탑승하는 개나 고양이에 대한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객 운수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에 등록된 펫택시 업체들은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업'으로 등록돼 있다. 문제는 펫택시에 사람도 함께 탑승하게 되고, 이럴 경우 사고 시 보험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km당 운행 요금을 받는 것도 현행법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2018년부터 시행되는 '동물 운송업'에 펫택시를 추가하고, 안전이나 보험 적용 등에 대한 구체적 제도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표면적으로 살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필자는 이 이야기의 이면에 있는 더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한국 사회와 구성원들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과 현실 사이, 권리와 권리 사이, 제도와 시장 사이

첫 번째로 생각해야 할 지점, '이동권'.
 첫 번째로 생각해야 할 지점, '이동권'.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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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혐오감을 주지 않는 작은 동물들은 케이지 등에 넣으면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하다. 때문에 반려동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형견이나 고양이는 이런 방법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문제는 소수의 입장에서 나오기 마련이고, 사회가 진보하려면 소수의 입장과 권리를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의 상황들을 가정해보자.

[가정①] 당신은 대형견과 함께 사는 사람이다. 견종은 골든 리트리버나 라브라도 리트리버라고 치자. 이 머리 좋고 순박한 개는 시각장애인 안내나 인명구조, 마약 단속 등의 일을 하기도 한다. 때문에 다른 대형견에 비해 대중적 이미지가 좋은 편이다. 어느날 당신의 개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거나 당신의 개와 동네를 벗어나 조금 멀리 놀러 가고 싶다.

그런데 당신은 지금 어떤 이유로든 운전을 할 수 없다. 대중교통 이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용 가능한 것은 택시뿐이다. 콜택시를 이용하려 전화를 건다. 개가 있다고 미리 말을 했다. 배차가 되지 않는다. 아무도 개를 태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동권'에 커다란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동권'이라 표현한 이유는 '반려동물과 함께 이동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물에 대한 인식이 유럽이나 북미와 같은 선진국에 비해 큰 격차를 보이는 한국 사회라는 점을 생각하면, 합법적인 방법으로 동물과 이동한다 해도 곱지 않은 시선을 뚫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번엔 다른 입장이 되어보자.

두 번째 생각해봐야 할 문제, '건강 문제에 대한 경각심'.
 두 번째 생각해봐야 할 문제, '건강 문제에 대한 경각심'.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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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②] 당신은 개와 고양이 털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다. 알레르기는 병리적으로 접근해서 치료나 대응을 해야하는 질병이다. 그냥 재치기 정도를 하며 눈물, 콧물 쏟는 정도면 모르겠는데, 당신은 개나 고양이 털과 접촉하면 천식과 같은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난다. 가라앉는 데는 약물이 필요하다.

그런 당신이 친구를 만나기 위해 택시를 탔다. 5분 정도 지났는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거칠어진다. 폐를 긁어내듯 부정확한 호흡이 계속된다. 눈이 간지럽고 콧물이 나온다. 몸 구석구석이 간지럽다. 가방을 뒤져보니 약이 없다. 어쩔 수 없이 택시에서 내렸으나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알레르기 반응의 경우는 그 증세의 범위가 굉장히 넓다. 동물 털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은 털과 직접 접촉할 때 일어나는데, 택시의 좌석 등에 잔존하는 소량의 털만으로도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라면서 "보통은 단순 두드러기나 가려움증에서 그치거나 눈물, 콧물 등이 동반되는 가벼운 증상을 보이지만 천식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극히 드물지만 아주 심각한 경우는 쇼크 증상이 생길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상의 정도가 가볍냐 무겁냐의 문제 이전에, 어떤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경각심과 그에 대한 배려와 안전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입장도 생길 수 있다.

[가정③] 당신은 국토교통부의 공무원이다. 펫택시 서비스의 정착과 시민들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 야근을 거듭하며 제도를 만들었다. 택시회사들의 입장과 펫택시 업체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고, 사용하는 시민들의 고충이나 의견도 수렴했다.

그렇게 제도를 만들었는데 갑자기 일반 택시회사에서 '반려동물 탑승 가능 택시'를 따로 편성했다. 요금은 일반 택시요금과 같았다. 이번 기회에 정착 시키려던 시장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였다. 다음날 출근하니 전화가 빗발친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펫택시에 달라붙는 여러 가지 말들과 현상들은 비단 시장과 제도의 입장과 쟁점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권리와 건강에 이르는 꽤 복잡한 문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전 공약으로 동물 복지의 필요성과 동물보호법 손질을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지금까지의 관성에서 벗어나 생각하지 못했던 각도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충분한 시야를 확보하길 바란다.

공존과 배려를 모색할 기회로 삼아야

펫택시 논란, 공존과 배려의 가치를 곱씹어볼만한 기회다.
 펫택시 논란, 공존과 배려의 가치를 곱씹어볼만한 기회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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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고충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이해할 필요성과 똑같은 무게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고충을 이해할 필요성은 동시에 존재한다.

전자의 사람들은 중요한 가치라 여기는 생명체와의 교감과 공존 의지를 존중받길 원한다. 이는 곧 동물-생명이라는 가치의 존중과 보호라는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되고 동물 학대 금지나 예방, 동물 복지 증대 등 사회의 진보로 이어진다. 때문에 반려동물과 함께 살지 않는 이들도 이러한 가치를 이해하고 동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와 동시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을 배려해야 할 것이다. 단적인 예만 끌어와 보자면, 공포증이 있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상호 배려가 동시에 작동할 때, 비로소 이 사회는 한층 더 건강한 사회가 된다고 믿는다.


태그:#반려동물, #권리, #대중교통, #펫택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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