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 시민이 ‘술을 배워본 적 있나요?’ 라는 설문지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이천관고전통시장에서 열린 ‘이천스타일 음주문화 페스티벌’에서)
 한 시민이 ‘술을 배워본 적 있나요?’ 라는 설문지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이천관고전통시장에서 열린 ‘이천스타일 음주문화 페스티벌’에서)
ⓒ 김희정

관련사진보기


"밤엔 조용히 드셔주세요/ 술 마시고 폭력금지, 토하지 않기/ 술을 권할 때 상대방 의사를 존중하기/술은 취하지 않게 적당히/ 술 마시고 거리에서 잠자지 않기/음주 운전하지 않기/ 술자리에서는 서로를 존중하기/연락 가능할 정도로만 마셔요"

지난 24일(목, 오후 2시~7시), 25일(금, 오후 2시~8시) 이천시 관고전통시장에서 열린 '이천스타일 음주문화 페스티벌'에서 이천 시민이 제안한 이천스타일 음주예절입니다. 이번 행사는 '이천 사람은 주도(酒道)를 안다'라는 주제로 이천 시민이 주체가 되어 '풍류가 있는 이천스타일 음주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마련했습니다.

이번 페스티벌은 지난해 11월에 열린 '건전한 음주문화 만들기 시민운동(내 생애 첫 술잔 축제)'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입니다. 지난해에는 이천의 성인 및 청소년 등 10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올해는 이천쌀로 빚은 술과 도자기 잔에 이천의 역사적 인물 '서필의 금술잔 스토리'를 담아냈다는데 시민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잠깐 '서필의 금술잔 스토리'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서필은 서희 선생의 아버지입니다. 서희 선생은 고려 초 거란의 1차 침입 때 거란 장군 소손녕과 협상하여 강동6주를 얻은 외교관이자 문신입니다. 다음은 '이천 이야기 백가지2'에서 참고한 '서필의 금술잔 스토리'입니다.

"고려 임금 광종이 왕함민, 황보광경, 서필 등 세 재신(宰臣)에게 금으로 된 술그릇을 하사했습니다. 그런데 서필은 홀로 받지 않고 말했습니다.

"재상의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과분한 은총을 입었는데 금그릇을 하사하시니 분에 넘칩니다. 신이 금그릇을 받으면 임금은 장차 무엇을 쓰시겠나이까?"

이에 광종은 말했습니다.

"경이 능히 보물을 보물로 삼지 않았지만, 나는 마땅히 경의 말을 보물로 삼을 것이다"

그러자 서필은 또 말했습니다.

"또 바라건데 주상께서는 공 없는 사람에게 상주지 말고, 공 있는 사람을 잊지 마소서""
 (참고 문헌: 이천 이야기 백가지2 )

이 스토리를 통해 상대를 높이고 자신의 분수를 알며 관계와 역할, 형세 등을 꿰뚫는 서필 선생의 통찰과 실천 덕목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천스타일 음주문화는 이천인의 이 정신을 품었습니다.
?? 나에게 술이란? 게시판에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이천관고전통시장에서 열린 ‘이천스타일 음주문화 페스티벌’에서)
 ?? 나에게 술이란? 게시판에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이천관고전통시장에서 열린 ‘이천스타일 음주문화 페스티벌’에서)
ⓒ 김희정

관련사진보기


이번 잔치에서 주목할 것 가운데 또 하나는 생활문화디자이너의 활약입니다. 생활문화디자이너는 일상의 문화를 새롭게 바라보고, 지역에 문화의 변화를 꾀하며 변화가 문화로 이어지는 활동을 기획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예술감독, 주부, 교육자, 관고전통시장 상인,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이천생활문화디자이너는 건전한 이천스타일 음주문화를 만들기 위해 여러 번의 회의를 하고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이틀에 걸쳐 열린 이날 행사는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행사, 공연 등이 펼쳐졌습니다.

조병돈 이천시장, 기관장, 장 보러 온 시민, 데이트하러 온 젊은 연인, 관고전통 상인, 여행 중인 러시아인 등 내국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을 가진 외국인 등 많은 분들이 이천스타일 음주 만들기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또한 이야기가 있는 술잔 전시, 즐거운 술자리 사진 전시, 금술잔 머리핀 만들기, 나만의 도자기 술잔만들기, 이천쌀로 막걸리 만들기, 전통 도포 입고 주도(酒道) 배우기, 이천 쌀, 산수유, 헷사레복숭아 칵테일 시음, 설문조사 등을 실시하여 참여자의 호응도를 높였습니다. 거북놀이공연, 핑거 기타리스트 정성호의 버스킹, 이천아리랑 디제잉 이천의 초등학생의 플롯 연주 등 전통과 어울린 현대의 풍류로 흥은 무르익었습니다.

생활문화디자이너가 이천 시민 200여 명에게 설문조사한 나에게 술이란? 게시판 (이천관고전통시장에서 열린 ‘이천스타일 음주문화 페스티벌’에서)
 생활문화디자이너가 이천 시민 200여 명에게 설문조사한 나에게 술이란? 게시판 (이천관고전통시장에서 열린 ‘이천스타일 음주문화 페스티벌’에서)
ⓒ 김희정

관련사진보기


이천 시민 200여 명의 물은 '나에게 술이란?' 게시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아빠는 술 드시고 오시면 장난감 사주세요', '술은 무지개다 그 끝을 알 수 없다', '시름을 안고 가는 조각배, 술은 갈등을 부르는 태풍이다' 등. 술에 대해 재미있고 의미있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술을 배운 적이 있다, 없다. 있다면 누구에게?  - 술을 가르친 적이 있다, 없다. 있다면 누구에게? 라는 게시판에 시민들은 참여했습니다. 술은 아빠한테 배운 사람이 가장 많았고 자녀에게 가르친 사람이 많았습니다.

행사 마지막 시간에는 관고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삼삼오오 테이블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이천문화원 조명호 원장님으로부터 주도(酒道)를 배우고 음주예법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또한 생활문화디자이너과 시민이 함께 '이천시민이 제안하는 이천스타일 음주문화' 중 오늘은 그대가 보배입니다를 선포했습니다.

지난해에 만든 이천스타일 음주예법 즉 "술자리에선 모두가 대화의 주인공입니다/취하면 술을 사양합니다/내 술잔에 풍류를 담아 건배합니다/대화를 위해 휴대전화를 하지 않습니다/술자리를 멋지게 마무리합니다" 등을 실천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우리는 음주문화의 폐해를 압니다. 그리고 익숙한 문화를 바꿔나가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도 잘 압니다. 하지만 씨앗을 심었습니다. 경기문화재단 생활플랫폼 사업의 일환으로 이천시민과 이천문화원 생활문화디자이너와 관고전통시장 상인회가 함께 한 이천스타일 음주문화 만들기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서필의 금술잔 스토리'를 품고 옛 향음주례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여 더 건전하고 멋진 음주문화를 만들기 위해!


태그:#이천문화원, #이천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