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문정왕후 상존호금보. 설명글을 보면 "1554년 다시 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라는 설명을 붙여놨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문정왕후 상존호금보. 설명글을 보면 "1554년 다시 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라는 설명을 붙여놨다.
ⓒ 문화재제자리찾기 제공

관련사진보기


지난 7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돌아와 화제가 됐던 '문정왕후어보(문정왕후 상존호금보)가 재제작품 누명을 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6월 9일 문화재청은 이번에 반환된 문정왕후어보는 1547년 제작된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다시 찾은 조선왕실의 어보' 특별전에서는 문정왕후어보(문정왕후 상존호금보)를 "1554년 다시 제작한 것으로 여겨진다"라고 소개했다. 이는 제작 시기와 재제작 여부가 바뀐 것으로, 올해 반환된 어보가 원품이 아니라 재제작품이라는 의미다.

국립고궁박물관은 해당 어보 아래 "1547년 1월 26일 대왕대비였던 문정왕후에게 '성렬'(聖烈)이라는 존호(덕을 기리는 칭호)를 올리며 어보를 제작했는데, 1553년 화재로 소실돼 이듬해인 1554년에 다시 만들었다는 기록이 <명종실록>에 보인다"라고 그 근거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2013년 문정왕후어보(문정왕후 상존호금보) 반환 결정을 이끌어낸 협상 당사자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는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근거로 환수된 어보를 재제작품으로 추정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면서 "환수된 어보는 1547년 제작된 원품이다, 1554년에 다시 제작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혜문 대표는 2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2013년 미국에서 문정왕후어보 반환 협상을 할 당시에도 해당 어보가 원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문화재청도 인정했다"라면서 "문화재청의 설명글은 문화재 환수 운동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화재 때문에 다시 만든 것으로 여겨져" vs. "반환된 어보 재제작 근거 없다"

현존하는 문정왕후 어보에 대한 개념 정리표.
 현존하는 문정왕후 어보에 대한 개념 정리표.
ⓒ 김지현 정리

관련사진보기


개념이 어렵다. 먼저 현존하는 문정왕후의 어보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정왕후의 어보는 세 가지가 전해진다. 1547년에 만들어진 문정왕후 상존호금보(편의상 ①번 어보로 표기), 1554년 다시 만들어진 문전왕후 가상존호금보(편의상 ②번 어보로 표기), 마지막으로 1565년 제작된 상시호금보다.

①번 어보와 ②번 어보의 차이는 존호 추가 여부다. ①번 어보는 '성열대왕대비'(聖烈大王大妃)라는 존호를 올리면서 만들어졌고, ②번 어보는 ①번 어보에 '인명'(仁明)이라는 존호를 추가(加)해 만들어진 것이다. ①번 어보에는 '성열대왕대비지보'(聖烈大王大妃之寶)라고, ②번 어보에는 '성열인명대왕대비지보'(聖烈仁明大王大妃之寶)라고 새겨져 있다. 지난 7월 반환된 문정왕후어보는 ①번 어보다.

문화재청이 '문정왕후 상존호금보'가 재제작품이라고 보는 근거. <조선왕조실록> '명종실록' 기록 중 일부다(가운데 회색으로 처리된 부분).
 문화재청이 '문정왕후 상존호금보'가 재제작품이라고 보는 근거. <조선왕조실록> '명종실록' 기록 중 일부다(가운데 회색으로 처리된 부분).
ⓒ 조선왕조실록

관련사진보기


문화재청과 고궁박물관이 ①번 어보를 재제작품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 있다.

"성렬인명대왕대비(聖烈仁明大王大妃)와 공의 왕대비(恭懿王大妃)의 보(寶)·옥책(玉冊)·교명(敎命)·인(印)을 완성하여 바쳤다. 전년 가을에 경복궁의 화재 때 보·옥책·교명·인이 모두 타버려 다시 만들 것을 명하였었는데, 이때 완성하였다." - '명종실록' 16권, 명종 9년 6월 7일 기록

정리하면, 1553년 경복궁 화재 때 보·옥책·교명·인이 모두 타버려 다시 만들어졌는데, ①번 어보가 1554년 다시 만들어진 재제작품 어보로 보인다는 뜻이다. <조선왕조실록>의 '모두 타버려'라는 대목에서 기존에 있던 ①번 어보도 함께 타버린 것으로 추정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는 "<조선왕조실록> 기록에 따르면, 화재로 인해 '성열인명대왕대비' 어보(②번 어보)를 다시 만들었다는 기록은 있지만, 환수된 어보(성열대왕대비지보, ①번 어보)를 다시 제작했다는 기록은 없다"라면서 "이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근거로 환수된 어보를 재제작품으로 추정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재제자리찾기 "특별전 설명 문구 바로잡아야"

지난 6월 9일 문화재청이 문정왕후어보(상존호금보)를 소개하면서 내놓은 보도자료. '1547년 제작'이라고 표기해놨다.
 지난 6월 9일 문화재청이 문정왕후어보(상존호금보)를 소개하면서 내놓은 보도자료. '1547년 제작'이라고 표기해놨다.
ⓒ 문화재청

관련사진보기


문화재청의 입장 변화도 논란거리다. 문화재청은 지난 6월 9일 문정왕후어보 반환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문정왕후 상존호금보가) 1547년 제작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반환 2개월 후 특별전에서는 '1554년 재제작품'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정확한 확인없이 재제작품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면서 "재제작품으로 판별한 정확한 문헌 근거가 없다면 특별전에 전시 중인 문정왕후 상존호금보의 설명글을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2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자세한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해 질문한다면, 관련 부서와 협의해 답변하겠다"라고 밝혔다.


태그:#문정왕후어보,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