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는 7월 13일부터 10월 16일까지 100일 프로젝트로 '당신이 기다리는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되어주세요 600'(당기다 600)을 진행합니다. 인권활동과 다큐멘터리 제작을 이어가기 위해 안정적인 활동비를 확보하고 아픈 활동가와 지친 활동가에게 안정적인 쉼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편집자말]
"페미니즘은 소재나 젠더에 국한된 것이 아닌 세상을 보는 시선, 태도나 방법론입니다."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연분홍치마'가 어째서 용산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2011)을 제작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대한 연분홍치마의 대답이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우문현답'의 주인공인 연분홍치마를 여러분께 소개하려고 합니다.

<두 개의 문>은 <워낭소리> (2008)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014)처럼 보편적으로 소구될 수 있는 작품을 제외하고는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역사상 가장 흥행한 작품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특히나 2009년 용산참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7만이 넘는 관객이 봤다는 건 좀 놀라운 기록이기도 했지요.

<두 개의 문>은 일종의 탐정 수사물의 형식을 띄고 있는 다큐입니다.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리한 진압 작전이 펼쳐졌던 바로 그 날. 그 옥상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다큐는 이 질문에 차근차근 접근해 갑니다. 경찰이 보유하고 있던 진압 당시 영상과 관련 법정 증언, 언론의 보도 기사와 현장에 있던 기자 인터뷰, 철거민 측 변호인단 의견과 활동가들의 목소리. 이 기록들을 촘촘하고 역동감 있게 배치하면서 다큐는 관객들에게도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이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이 사건의 진짜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요.

<두 개의 문>은 무엇보다 관객을 그 날 그 옥상으로 초대했다는 점에서, 그 옥상에 있던 사람들의 상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그리하여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사유하도록 제안했다는 점에서, 독특할 뿐만 아니라 독보적인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그 자리에서 보도록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무엇보다 페미니즘의 관점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한 감독과의 대화 자리에서 김일란 감독은 이렇게 말합니다.

"(법정 기록에서) 인상적인 것은 망루에 오른 철거민을 진압한 경찰의 목소리였어요. 위험한 상황인 줄 알면서도 일개 순경이었기 때문에 '작전을 멈추어야 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던 증언이 인상적이었죠. 가해자 경찰 Vs 희생자 철거민이라는 구도 사이에도 얼마나 복잡한 진실이 숨어있는지. 이 문법이 남녀의 이분 구조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성을 끊임없이 내보이려 했던 페미니즘 담론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 단순화된 구도에서 복잡한 맥락을 밝혀내려는 노력이야말로 어쩌면 페미니즘의 역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두 개의 문>과 연분홍치마의 작업에 대해 "울림은 선동이 아니라 시선과 입장의 변화다"라고 말한 바 있지요. 이런 '울림'이 지난 12년 간 연분홍치마가 페미니스트 그룹으로서 만들어 온 그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05년 <마마상>을 시작으로, 연분홍치마는 다양한 현장 곳곳에서 페미니스트 비디오 액티비스트로서 활동해왔습니다. 연분홍은 그런 시간 속에서 트랜스젠더 다큐멘터리 < 3xFTM > (2008), 한국 최초의 커밍아웃 국회의원 후보 최현숙을 따라간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2009), 종로 게이커뮤니티에 대한 기록인 <종로의 기적> (2010)과 같은 커밍아웃 3부작을 제작했습니다.

 연분홍치마

연분홍치마 ⓒ 연분홍치마


그리고 국가폭력에 대한 적극적인 질문인 <두 개의 문>을 지나 한국 최초의 여성 유명 패션디자이너인 노라노를 담은 <노라노> (2013), 용산참사 프로젝트 2탄인 <공동정범> (2016), 그리고 쌍차 복직 투쟁을 부자 관계를 통해 그린 <안녕 히어로> (2017) 등을 계속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연분홍치마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았던 것을 들리게 해 온 미디어 액티비즘 그룹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익숙하고 낡은 방식으로 보이게 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도록 노력해 온 사람들이라는 점일 터입니다.

이런 연분홍치미가 생계비 및 제작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모두가 투사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모두가 혁명가가 될 수도 없겠고요. 다만 우리의 세계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면, 그것이 누구의 열심으로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지 기억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꺼이 그의 동료가 되어줌으로써 함께 세계를 움직여 가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요.

연분홍치마의 동료가 되어주세요. 후원으로 지속 가능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세요. 그리하여 연분홍이 제작하는 다큐멘터리의 제작자가 되어주세요. 입금이 연대의 전부는 아니지만, 입금으로 세계를 바꾸는 운동을 지속할 수 있다면, 그 역시 유의미한 연대의 일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저 역시 오랜 연분홍의 동료로서,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당신이 기다리는 다큐멘터리의 제작자'가 되고 싶다면
후원가입링크 : https://goo.gl/xyJ9BD
('후원받는 단체' 이름에 '연분홍치마'라고 기재해주세요)
후원계좌 : 우리은행 1006-701-255845 (연분홍치마)
문의전화 : 02-337-6541


 문화평론가 손희정

문화평론가 손희정 ⓒ 연분홍치마



덧붙이는 글 여성주의적 가치를 실천하고자 하는 연분홍치마와 페미니스트이자 문화평론가인 손희정님과의 만남은 어쩌면 필연적이었습니다. 초창기 [레즈비언정치도전기]의 작업을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고 지원해주셨고, 페미니스트의 눈으로 본 <두 개의 문>을 기획하는 등 여성주의자로 일구어나가야 하는 실천이 무엇이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든든한 연분홍치마의 친구입니다.
연분홍치마 손희정 두 개의 문 페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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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는 여성주의 감수성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연대하며 다큐멘터리를 제작합니다. 마마상, 3XFTM,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종로의 기적, 두 개의 문, 노라노, 공동정범, 안녕히어로, 플레이온, 무브@8PM, 너에게 가는 길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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