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사람 가운데 법정 최고이자율을 넘는 고금리 대출에 시달리는 사람이 87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부업법상 최고이자율이 낮아진 이후 카드사들은 자체적으로 이자를 낮춰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줬지만 저축은행 등은 손을 놓고 있는 것.
지난 7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과 대부업체 상위 20곳의 대출계약 중 법정 최고금리인 연 27.9%를 넘어서는 계약은 총 87만 건이다.
작년 3월 대부업법상 최고이자율이 연 34.9%에서 27.9%로 낮아졌지만 그 이전에 돈을 빌린 사람들의 대출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이다. 현행법으로는 법 개정으로 대출 최고이자가 낮아져도 그 이전에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혜택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카드회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아래 여전사)들은 자체적으로 고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더 낮은 이자의 상품으로 갈아타도록 했다는 것이 민 의원실 쪽 설명이다. 이에 대해 노태석 보좌관은 "당시 민병두 의원이, 법정 최고이자가 낮아질 때 그 이전에 대출 받은 사람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무산됐었다"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이자 낮추겠다던 저축은행, 약속 지키지 않아"
이어 그는 "대신 카드사, 저축은행 등이 자체적으로 대환대출을 통해 고금리 대출을 줄이겠다고 했었다"고 덧붙였다. 또 노 보좌관은 "그러나 여전사와 달리 저축은행, 대부업체들은 이런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 의원실의 자료를 보면 저축은행 업권 전체에서 대출해준 돈 가운데 연 27.9%를 넘는 고금리 대출은 지난 6월 기준 총 27만 건이며 액수로는 1조931억 원이다. 이런 고금리 대출을 가장 많이 유지하고 있는 곳은 오케이(OK)저축은행이다. 해당 계약건수는 7만1619건이며 대출잔액은 3785억 원에 달한다. 이어 웰컴저축은행(5만4961건), 에스비아이(SBI)저축은행(2만6485건) 등이 뒤를 이었다.
또 대부업체들도 연 27.9%를 넘는 고금리 대출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0개 대부업체들의 이같은 고금리 대출 건수는 60만714건, 액수는 2조238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고금리 대출을 가장 많이 유지한 곳은 11만5585건(5229억원)을 기록한 산와대부였다. 이어 아프로파이낸셜대부(9만5254건), 웰컴크레디라인대부(5만203건) 등도 이런 경향을 보였다.
반면 여전사들은 현행법보다 높은 이자를 받는 대출을 대폭 줄였다는 것이 민 의원실 쪽 설명이다. 8일 민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연 27.9%를 넘어가는 대출건수는 21만2229건이었으나 올해에는 2252건에 불과했다.
여전사 고금리 대출은 21만건에서 2000여건으로 줄어
이뿐만 아니라 카드사들은 연 20% 중반대의 대출계약도 줄인 것으로 보인다. 8일 기준 여신금융협회에서 공시하고 있는 자료를 봐도 각 회사별 대출 중 연 25~27.9% 미만 대출계약의 비중은 0~31% 수준이었다. 즉 연 25%가 넘는 대출은 1건도 하지 않거나, 그런 대출을 해주더라도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해줬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오케이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연 27.9%까지 대출 이자를 모두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2~3년 긴 기간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아 높은 이자의 계약이 남아 있는 것"이라며 "과거 대부업체에서 넘겨 받은 고금리 계약이 많았던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