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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로 인해 국제 정세가 긴장 국면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선제타격설'과 '한반도 8월 위기설'이 거론되었습니다. 그러나 1일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북한) 정권 교체나 붕괴, 한반도 통일 가속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38선 이북에 우리의 군대를 보내기 위한 구실(excuse)도 찾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시점에 북한과 (마주) 앉아서 대화하고 싶다"고도 밝혀 일단 이런 극단적인 소문이 거짓임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난처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며 비판하는 와중에 추가 사드보복과 무역 전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북문제의 당사자이자 사드 논란의 진원지인 한국 정부가 신속히 주도적이고 합리적인 외교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렇게 국제정세가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방송 뉴스는 현실적 대안에 대한 합리적 논의는 실종되고, '종북' 논리에 매몰된 상황입니다. 특히 TV조선과 채널A는 1일,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현금 600만 달러를 퍼준다'는 선정적인 보도를 냈습니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사실관계를 왜곡한 '종북몰이'에 불과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돈을 주고 북한은 다른 데 쓸 수 있다?

TV조선과 채널A가 문제 삼은 것은 유엔인구기금이 지원하는 북한 인구총조사입니다. 통일부는 유엔인구기금이 북한 인구총조사를 위한 비용으로 남북협력기금의 일부를 요청했고 이를 연초부터 긍정적으로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TV조선과 채널A는 이를 '북한이 요청한 인구조사 비용을 우리 정부가 주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TV조선 <'북 인구조사비' 600만 불 지원>(8/1 http://bit.ly/2uUJHv9)와 채널A <도발에도 북 지원 논란>(8/1 http://bit.ly/2vs22Be)은 이미 보도 제목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돈을 지원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보도 내용은 더 심각합니다. TV조선은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도 지난 6월 북한이 요청했던 내년 인구주택총조사 비용을 대주겠다는 것"이라면서 "북한 핵 위협과 국제 제재 상황에서 북한에 현금을 주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 "국제적 대북 제재 와중에 현금 600만 달러를 북한에 주는 게 맞느냐는 지적"을 잇따라 내놨습니다. 채널A도 비슷합니다.

김승련 앵커는 보도 시작부터 "67억 원 정도라고 하는데요"라며 액수를 강조하더니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주민통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조시비용을 우리가 꼭 대야하는 걸까요"라고 되물었습니다. 김설혜 기자는 "북한은 최근 국제기구인 유엔인구기금을 통해 우리 정부에 600만 달러, 우리 돈 67억원을 요구했"고 이를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북한에 전달된 돈이 다른데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지원이 대북 제재 움직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북한 인구총조사를 빌미로 또 ‘북한에 현금 퍼주기’라 비판한 TV조선(8/1)
 북한 인구총조사를 빌미로 또 ‘북한에 현금 퍼주기’라 비판한 TV조선(8/1)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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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인구기금 통한 북한 인구총조사 지원'이 '북한에 현금 지원'으로 둔갑

TV조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관계를 입맛에 맞게 뒤틀었습니다. 일단 정부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북한 인구총조사 비용은 북한이 우리 정부에 직접 요구한 것이 아니라 국제기관인 유엔인구기금이 요청한 겁니다. 즉 기금은 북한이 아니라 국제기구를 지원하는데 쓰이고 국제기구인 유엔인구기금이 북한의 인구총조사를 지원합니다.

28일 통일부 정례브리핑에서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북한 인구총조사는 유엔인구기금, 국제기구에서 실시하는 것", "정부에 남북협력기금을 요청한 것도 북한이 아니라 국제기구인 유엔인구기금"이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TV조선과 채널A는 통일부의 입장을 무시한 채, 사실관계를 왜곡했습니다.

TV조선의 경우 전원책 앵커가 "정부는 북한이 요청한 인구총조사 비용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하며 '북한의 직접 요청'으로 묘사했는데, 리포트에서도 "지난 6월 북한이 요청했던 내년 인구주택 총조사 비용을 대주겠다는 것"이라 단언했죠. 이런 자극적인 묘사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화 기조 자체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TV조선은 느닷없이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하더니 "대화를 통해 북한 핵 문제를 풀어볼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다면, 그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일입니다"라는 바른정당의 비판을 덧붙였습니다.

채널A "북한에 준 현금, 다른 데 쓰일 수 있다"

채널A는 "북한은 최근 국제기구인 유엔인구기금을 통해 우리 정부에 600만 달러, 우리 돈 67억원을 요구했다"고 설명해 비교적 사실관계에 충실한 편입니다. 그러나 '인구총조사가 주민통제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전달된 돈이 다른데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덧붙였습니다. 이것도 비현실적인 우려입니다.

유엔인구기금의 북한 인구총조사는 1993년과 2008년 두 차례 실시되었고 이번에 10년 만에 세 번째 조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인구조사는 철저히 통제된 북한의 실상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구 통계로서 북한의 인구 변화를 토대로 식량난 수준과 상비병력 비중 등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2015년 10월,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에서 미야모토 사토루 일본 세이가쿠인대 교수는 1993년 유엔인구기금의 북한 인구총조사를 토대로 '북한의 상비병력은 70만 명 정도'라고 발표해, 120만명으로 추산한 한국의 수치가 과장됐다고 지적하기도 했죠. 2008년 두 번째 조사에서도 북한의 총 인구가 2405만 명인 것으로 나타나 1993년 2121만명에서 15년 만에 300만 명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는 당시 '아사자가 많은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괴담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2008년 조사 당시에도 우리 정부는 400만 달러를 유엔인구기금에 지원했고 해당 통계를 북한 동향 파악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통일부는 이번 조사에서도 "우리 측 의견이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밝혔죠. 남북문제 당사자로서 우리 정부는 북한 인구 통계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당위가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도 인구 통계는 필수적입니다. 이는 인도적 지원의 일부이기도 하죠. 이렇듯 국제기구와 이 작업을 협의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데, 채널A는 이를 '북한에 준 현금이 다른 데 쓰일 것'이라며 근거 없는 비난을 가한 겁니다.

너무 익숙한 '현금 퍼주기' 프레임

이렇게 유엔인구기금이 주도하는 북한 인구총조사의 의미를 왜곡한 TV조선과 채널A의 의도는 결국 정부의 대북 대화 기조를 비방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TV조선은 노골적으로 '베를린 구상을 비판한 야당'을 덧붙였고 채널A는 '인구총조사 비용을 지원하면 북한이 다른 데 쓴다'는 주장을 폈죠. 대북정책에 있어 대화와 협상을 터부시하면서 인도적 지원마저 '현금 퍼주기'라 폄훼하는 행태는 그동안 꾸준히 반복됐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개성공단입니다. 2016년 2월 10일,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면서 '개성공단으로 흘러들어간 현금이 북한의 미사일‧핵 개발에 쓰였다'는 논리를 유포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홍용표 당시 통일부 장관의 '거짓말 논란'으로 비화되고 말았죠. 2월 12일 홍용표 전 장관은 '개성공단 임금 등 현금이 대량 살상 무기 개발에 유용된 근거 자료가 있다'고 말했지만 불과 3일 만에 "확증은 없다"고 말을 바꿔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근거도 없이 '개성공단 현금이 핵 개발에 유용됐다'고 주장한 겁니다. 당시 북한의 총 대외 교역 규모 9조 원 중 개성공단에서 들어가는 1300억 원은 쌈짓돈에 불과하다는 점, 북한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 중 70%가 물표로 나가기 때문에 실질적인 달러 유출이 발생하기 어렵다는 점 등 많은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도 TV조선과 채널A는 '개성공단 현금이 다른 데 쓰인다'는 주장을 연일 설파했습니다. TV조선 <'기사회생' 박지원의 선택은?>(2016/2/18, http://me2.do/Gun1Irnn)의 경우 이하원 앵커가 '개성공단 현금 유용'을 비판한 박지원 당시 무소속 의원을 향해 "그 돈으로 김정은의 왼쪽 호주머니에 들어간 건 확실한데 오른쪽 주머니로 옮겨서 핵과 미사일에 전용됐을 가능성을 부인한다는 건 그걸 인정하지 않는 건 조금 유감스럽다"고 윽박지르기도 했죠.

이런 '현금 퍼주기' 프레임이 지금 이 시점에도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한반도를 두고 국제정세가 복잡하게 흘러가는만큼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보도가 절실합니다. TV조선과 채널A는 근거 없는 '현금 퍼주기' 프레임으로 평화적인 남북관계 정립을 사실상 방해하고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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