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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는 삶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뿌리를 내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살았다면, 지금의 시대는 직장은 항상 불안정하고 가정과 사회 역시 끊임없이 변화한다. 일에 투여되는 시간만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법 역시 빨라지고 있다. 가속화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더 많이 일하고,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해야 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자기계발까지 해야한다. 바야흐로 과잉긍정의 시대가 도래했다. 일하는 사람은 자신이 더 노력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일을 해야 한다. 학생들은 스펙도 잘 관리해야 하지만 열정이 넘치는 사람으로 회사에 보여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든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음을 말해야 한다.

시대가 이렇다보니, 유동성보다는 안정성을 권장하는 책은 많지 않다. 더 빨리 이동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곳을 찾아서 최적의 효율을 찾으라고 권하는 시대다. 안정성대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동성을 권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에게 유동성보다 안정성을 권하는 책이 있다.

스탠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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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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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심리학자 스벤 브링크만은 유동성을 강조하는 시류에 역행하는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책 제목도 아주 당당하게 썼다. <스탠드펌>(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삶)은 영어 제목을 그대로 쓴 것인데 개인적으로 의미를 잘 살렸다고 느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계발 강요와의 결전을 위해 준비된 책이다. 책의 내용은 자기계발서의 조언들을 비꼬아서 만들었다. 멈추다, 바라보다, 거절하다, 참다, 홀로 서다, 읽다, 돌아보다라는 이름의 각 장에는 '작고 현실적인 꿈', '숨 막히는 예스 문화', '코치와 헤어지기'라는 내용이 가득하다.

이 책의 저자가 보기에,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사고와 담론은 폐해가 가득해서 비판해야만 한다. 자기를 찾고 계발하라는 말이 존엄한 삶을 방해하고, 좁은 세계관을 만든다는 것이다.

브링크만은 "자기를 찾고 계발하라"는 권유가 오히려 존엄한 삶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자기'를 찾고 계발하고 실현해야 한다는 강박이 자기 안에 매몰된 좁은 세계관을 낳을 뿐 아니라, 모든 판단의 기준을 자기로 삼는 오만과 모든 문제의 근원을 자기에게 돌리는 자책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250P

자기계발의 열풍에 휩쓸려, 과거에는 효율과 계발의 영역이 아니었던 인간관계와 여가 역시 계발 영역에 편입되고 있다. 책은 책을 읽는 독자가 지나치게 빠른 것을 싫어하고 자기계발을 피하려고 한다면 코칭, 명상, 긍정적 사고 주입을 당하게 되는 시대임을 말한다. 이런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이 책의 기본 전제다.

이 책의 적은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찾으라고 말하고, 자신의 긍정적인 점을 찾으라고 권하는 책들이다. 또한 성공한 사람의 삶을 포장해서 자기계발서로 만들어진 전기도 이 책의 적이다. 이 책은 그런 책들이 정말로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시한다.

점점 가속화 하는 시대에서, 스스로를 계발하라며 압박하는 일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으라고 하지만, 정말로 내면의 소리가 옳은지는 알 수 없다. 인간의 욕망은 사람마다 다르고, 사회에 적합한 것만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자신의 내면이란 것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텅 빈 것일 수도 있다.

책은 내적인 욕망이나 자신만의 목소리, 자아가 아니라 외부의 것들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한다. 돈과 사회적 지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규범, 예의, 의무를 말한다.

책은 긍정을 강요하는 철학의 대안으로 스토아 철학을 말한다. 스토아 철학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번성했던 철학으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세네카 등이 스토아 학파의 사상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토아 학파는 욕망을 모두 성취하고 자신을 긍정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스토아 학파는 욕망의 절제를 말하고, 부정적인 일에 대해 생각할 것을 말한다. 사람이 긍정적인 일만 겪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부정적인 일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사람의 유한한 운명과 죽음을 상상함으로써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가족의 소중함, 가치를 생각할 수 있도록 권하기도 한다.

저자는 전기나 자서전처럼 구성된 자기계발서의 대안으로는 소설을 읽을 것을 말한다. 그럴 듯하게 포장된 다른 사람의 일화나 전기는 구성이 단편적이다. 왜 독자가 시선을 끌만한 성공을 저자가 하게 되었는지, 저자가 얼마나 경험을 겪고 성장했는지가 주제다. 이 때문에 고난, 고난의 극복, 성장이라는 단순한 플롯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소설은 다르다. 소설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드러나 있고, 이들이 보이는 태도나 행동은 사람마다 개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복잡하고 직관적이지 않은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이런 소설의 세계가 단편적인 자서전, 자기계발서보다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저자는 확신하고 있다.

반대로 나는 소설을 읽어야 시련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설은 상업소설부터 러시아 실존주의 고전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넓은 범주이다. 자기계발적 사고와 비슷하게 단선적 전개를 따르는 소설도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소설이라는 형식이 삶과 자아를 다양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182P

자신을 극한으로 쥐어짜고, 바쁜 삶 속에서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권장받는 시대다. 뒤를 돌아볼 여유나 인생 계획을 짤 시간은 자기계발에 배정하도록 사실상 강요받고 있다. 하지만 유동성에만 맡겨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이 책과 저자는 효율이나 코칭 대신 삶의 궤적을 그리는 법에 대해 말한다.

긍정하는 일도 지치는 때가 있다. 세상 모든 일을 긍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할 수 있어도 바람직하지 않다. 자기가 발 디디고 있는 곳에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자신이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 필요하다. 더 노력하라고 말하는 천편일률적인 책에 지쳤거나, 좀 더 색다른 삶의 방법을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을 만하다.


스탠드펌 -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삶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다산초당(다산북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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