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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애니멀호더 사건 당시 20평 공간에 방치돼 있던 고양이들
 마산 애니멀호더 사건 당시 20평 공간에 방치돼 있던 고양이들
ⓒ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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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무렵, 마산 애니멀호더(Animal Hoarde, 반려동물 대량 사육자) 사건이 SNS상으로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20평가량의 공간에 무려 100여 마리 고양이가 방치된 사건이었다. 쉼터 주인이 고양이를 모으기만 하고 돌보지 않아 열악한 환경에 사체가 부패하고 구더기가 들끓을 정도였다. 중성화되지 않은 고양이들은 그 가운데서 출산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끼가 태어난다 해도 살아남을 수가 없는 환경이었다.

결국 최초 제보자 및 동물권단체 '케어', 부산동학방이 주체가 돼 기존 쉼터 주인에게 동물포기각서를 받고 100여 마리 고양이들을 구조했다. 그러나 이미 최악의 환경에 방치됐던 고양이들을 치료하고 한 마리씩 확인해 입양을 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후, 멀어지는 관심 속에서 고양이들은 여전히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애초에 6개월 내 입양 완료를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로 꾸려진 마산 꿈꾸는 쉼터는 이제 다가오는 10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 하지만 애니멀 호더로부터 고통받던 고양이들은 아직 그곳에 남아 있다.

청소만 하기도 벅찬 100마리 고양이의 쉼터

'마산 꿈꾸는 쉼터'는 애초부터 사설 보호소가 아니라, 애니멀호더에게 구조된 100여 마리 고양이들을 한시적으로 돌보기 위해 꾸려졌다. 당시 케어에서 모든 아이들을 치료해 입양보내기 위한 6개월 프로젝트를 시작해 쉼터 임대비용을 지불했고, 그 덕에 고양이들은 제대로 살아갈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부산동학방에서 중성화 지원 및 백신 업체를 연결해 주었고, 몇몇 봉사자들이 자진해서 아이들을 돌봤다.

하지만 상주하는 직원이 있는 정식 보호소가 아니라, 오로지 봉사자들의 지원과 케어 등의 후원만으로 꾸려나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사실상 근근이 유지하고 있는 형태나 마찬가지였다. 문제가 됐던 애니멀 호더에게서 100여 마리 고양이가 구조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의 관심도 점차 사그라졌다.

그러나 아직 해결된 것은 없었다. 처음에는 봉사자가 없어 책임봉사자 박영희씨가 혼자 일을 마치고 저녁에 들러 청소를 했다. 좁은 공간에 많은 동물이 있다 보니 화장실이 꽉 차 바닥에 볼일을 보기도 해 오로지 청소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닉네임 '동글냥'을 쓰는 봉사자가 상황을 알게 돼, 5월부터 부산에서 마산까지 오가며 낮에 자원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낮에 서너 명, 저녁에 3명 정도의 봉사자들이 번갈아 가며 들러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청소하는 것 외에도 치료나 입양 추진 등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20평 남짓한 공간에 100여 마리 고양이들이 지내고 있었으니, 구조했다 해도 결코 최선이 아니라 최악만 피한 상황이었던 셈입니다.

사료나 모래는 후원 글을 올려서 마련하지만 쉼터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소소한 물품들은 거의 봉사자들의 사비로 마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봉사자들도 대부분 직장을 다니는 분들이라 제한된 시간만 쉼터에 나올 수 있습니다. 6개월간 지속하기도 힘든 여건에서 쉼터 고양이들을 위해 봉사자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후원과 봉사에도 역부족, 치료가 시급합니다

동물권단체 케어에서 쉼터 보증금이나 도배 비용 등의 초기 비용을 지원했고, 지금까지도 모금을 통해 물품이나 치료비를 후원하고 있다. 하지만 쉼터 고양이가 100마리에 달하다 보니 여전히 순서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몇몇 봉사자들이 쉼터를 청소하고 후원금으로 치료를 진행하곤 있지만 모든 고양이를 제대로 돌보기엔 역부족이다. 봉사자들 입장에서는 치료가 시급한 고양이들을 빨리 치료하지 못하고 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니 조급하고 안타까울 따름.

"현재 심한 구내염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10마리 정도 있고 경증의 구내염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10~20마리 정도 됩니다. 또 병원에 데려가 보지 못했기 때문에 무슨 병인지 알 수 없는 기침이나 누런 콧물, 피눈물, 눈병, 설사, 피부병 등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병들은 현재 건강한 아이들도 옮을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걸 치료하지 못하고 마냥 보고 있어야 하는 점이 가장 힘든 점입니다."

치료를 받아야 입양도 추진할 수 있는데, 아픈 아이들이 많다 보니 치료비가 부족할 뿐 아니라 치료 후 케어 받을 수 있는 임시보호처(아래 임보처)도 마땅치가 않다. 그동안 입양을 간 고양이도 있지만 아직도 쉼터에 55마리, 병원에 3마리, 임보처에 27마리가 남아 있는 상태. 애니멀호더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는 겨우 벗어났지만, 여느 반려동물처럼 평범한 가정에서 사랑받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얼마 남지 않은 부족한 시간 속에서, 구조된 고양이들은 여전히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치료 후 입양 대기 중인 고양이들

현재 치료를 마치고 건강해진 고양이들도 갈 곳이 없어 쉼터나 임보처에 머물고 있다. 아래는 그중 일부 고양이들(입양이나 후원 문의는 카톡 smileneko).

깨비
 깨비
ⓒ 동글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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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비 / 중성화된 남아 / 1세 미만 추정. 사람 좋아하는 '개냥이(반려견처럼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

햇살이
 햇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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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이 / 중성화된 여아 / 1세 미만 추정. 몸집이 작아 쉼터에서는 서열이 밀려 눈치 보며 지내지만, 사람에게는 친밀하게 대하는 애교 있는 성격.

콩이
 콩이
ⓒ 동글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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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이 /중성화된 여아 / 2세 전후 추정. 온순하고 조용한 미묘.

공주
 공주
ⓒ 동글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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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 / 11살 전후 추정의 페르시안 종. 평생 보호소에서 지내고 고생을 많이 한 공주를 따뜻하게 보살펴줄 수 있는 입양처를 찾습니다.


태그:#고양이, #애니멀호더, #보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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