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나폴리'라는 여수와 '대한민국 관광도시'라는 부산은 모두 그 고유한 색을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여행지다. 부산에 갔다 와서 추억이 남는다면, 여수에 다녀오면 낭만이 남는다.
전남 1위 수산업의 도시 여수에서는 지난 2012년 여수 세계엑스포가 개최되면서 다시 한번 관광지로 자림매김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여수와 부산이 다른 점이 있다면 여수에는 수많은 섬들이 있어서 매번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체험형 여행이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 여수의 수많은 섬을 여행하는 체험형 관광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여수에는 진남관이 자리하고 있는 덕분에 '여수' 하면 생각나는 위인은 이순신 장군이다. 여수의 밤바다를 보기 위해 나오면 환하게 조명을 밝힌 이순신 장군 동상 앞을 지나가야 한다. 연인과 함께 오면 그 분위기가 배가 도는 곳이다. 가족끼리 간다면 진남관을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연인끼리 여행하는 것이라면 여수 야경을 만끽하는 것을 추천한다.
야경이 아름다운 곳, 여수 밤바다
여수의 밤바다는 야경과 함께 있어서 더욱더 아름답다. 서해안이나 남해안의 해수욕장이 직접 체험해보는 바다라면 여수의 바다는 보고 느끼는 바다다. 야경을 즐기고 음식을 만끽하고 낭만을 즐기는 공간이다.
전라남도의 미항이라고 손꼽히는 여수와 경상남도 미항이라고 손꼽히는 통영은 각기 특색이 있어 여행하는 재미가 있지만 연인끼리 간다면 단연코 여수를 추천할만 하다. 이순신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어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곳이기도 하지만 격동의 시기에 여순 반란사건으로 인해 무고한 이들이 수없이 죽은 곳이기도 하고 효종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하멜의 이야기가 남겨진 곳이기도 하다.
먹거리가 넘쳐나는 이곳은 오후 7시쯤 되면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다. 여수의 밤바다는 거북선대교와 돌산대교의 야경이 절정을 이루지만 그것보다 더 즐거운 것은 야경을 보이는 곳인 낭만포차가 늘어선 곳에서 먹거리를 먹어보는 것이다.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영업을 하는 낭만포차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여수 삼합, 서대회, 곱창, 은갈치 구이, 낙지호롱 등 남해바다의 맛을 만끽해볼 수 있다.
여수에는 현재 아름다운 야경이 있다면 과거에는 어둠이 있었다. 올 초 제주 4.3 사건의 진상규명 요구가 야권을 중심으로 주장되기도 했다. 현대사의 역사적인 아픔을 가지고 있는 제주 4.3 사건으로 인해 여순 사건이 발발하였다. 제주 4.3 항쟁을 진압하라는 명령이 여수에 주둔해 있는 군대에 내려졌는데 여순 사건은 당시 여수에 주둔한 14 연대 내 소수 좌익계 군인들에 의한 항명 사태로 시작되었다. 이내 여수와 순천을 비롯한 전라남도 동부 지역으로 세력을 넓혔지만 불과 8일 만에 진압이 되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적지 않게 희생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순신, 하멜, 현대사의 아픔이 서려 있는 여수이지만 지금은 남해의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한 해 1300여만 명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역사는 잊는 것이 아니라 품고 가는 것이다.
전남 강진에 가면 하멜이 억류되었을 때의 흔적과 그를 기리는 하멜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11세기경 어부와 농부들이 세운 도시로 지리적으로는 남 홀란드, 헬더란트, 북브라만트가 만나는 군사적 요충지인 호르큼에서 태어난 하멜은 동인도 회사에 입사한 이후 일본으로 가던 도중 제주도에 표류한 하멜 일행은 1654년(효종 5년) 7월, 어명에 따라 서울로 이송되었다. 초기에는 좋은 대우를 받던 하멜 일행은 제인스(Hednrick Janse)와 보스(Hednrick Janse Bos)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곤장 50대씩을 받은 다음 전라도 지방으로 유배형에 처해진다. 이후 그의 고난의 여정은 조선땅에서 오래도록 이어진다.
여수 밤바다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야경이 아름다운 이곳에는 하멜이 머물러 있던 흔적과 등대가 세워져 있다. 당시 내례포(여수)에 있는 좌수영으로 거처를 옮긴 하멜은 전라좌수사 이도빈의 배려로 사흘 동안 인근 지방을 둘러보는 등 기회를 엿보다가 드디어 일본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여수는 365개의 섬이 있는 곳으로 다른 섬으로 갈 수 있는 일반적인 방법은 이곳 여수 연산 여객선터미널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은 여수 엑스포역에서 약 3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걸어서는 40분 정도 소요되고 버스 등을 이용하면 10여 분이 걸린다.
활어회와 싱싱한 해산물, 풍성한 먹거리
여수시에는 1년 365일과 똑같은 수인 365개의 부속섬이 있다. 섬 중에 다리가 연결된 연륙 도서는 4개, 유인도는 49개이며 무인도는 316개에 달한다. 그중 개도는 화정면에서 제일 큰 섬으로 위의 작은 섬들을 거느린다는 뜻으로 '개(蓋)' 자를 써서 개도로 부르게 되었다.
여수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면 민박처럼 생긴 숙박업소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소박한 것 같으면서도 남해바다에서 수확되는 해산물뿐만이 아니라 섬에서 자라나는 다양한 맛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낙지찜을 비롯하여 알싸한 파김치뿐만이 아니라 손가락만 한 소라까지 아낌없이 주는 인정이 넘친다.
올해는 갈치가 풍년이라고 했던가. 저렴한 가격의 한 상에 된장과 애호박으로 맛을 낸 국물이 푸짐한 갈치조림이 올라왔다. 갈치는 단백질, 지방, 특히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 무기질 등이 함유되어 있어 오장의 기운을 돋우는 생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렇게 국물이 있는 갈치조림도 괜찮지만 간장과 매실 청등을 넣고 자작하게 조린 갈치조림의 맛도 가히 여수의 맛이라 할만 하다.
여수의 앞바다는 갈치도 잡히지만 무엇보다도 고등어가 많이 잡힌다. 손맛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한 바구니에 가득 고등어를 채워 넣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때와 계절에 따라서 갈치와 고등어가 번갈아 잡힌다.
고등어를 '등급 높은 물고기(高等魚)'로 말하기도 하지만 본래 이름은 '등이 부풀어 오른 물고기'란 뜻의 고등어(皐登魚)다.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푸른 무늬 물고기'라는 의미의 벽 문어(碧紋魚)라 표현하기도 했다.
여수의 섬 여행은 섬마다 특색이 있어 즐겁다. 전국 4대 관음 기도처 중의 한 곳이 있는 돌산도, 백사장이 발달되어 있어 해수욕장이 있는 안도, 고문 전문가였던 이근안이 도피했던 섬 대삼부도, 육계사주가 발달한 사도, 선모 초가 많은 꽃섬인 상화도와 하화도 등 특색을 가진 수많은 섬들이 여수에 있다.
여수의 섬에서는 유명한 음식점이 아닌 숙박을 하는 민박집이나 마을 단위로 운영하는 식당에서 음식을 내오는 것이 특징이다. 조용하지만 이 모든 음식에 섬사람들의 정성이 들어가 있다.
섬에서 직접 키운 남해바다의 바닷바람을 맞으면 자라난 상추와 생미역, 그리고 직접 바다로 나가서 잡아온 활어회와 싱싱한 해산물까지 입안으로 넘어가는 포만감이 너무 좋다. 회는 숙성을 시키지 않아도 숙성시킨 회처럼 맛이 달다. 쫄깃한 것을 넘어서 맛이 달았다.
연인과 함께 가면 그 행복이 배가될 수 있는 여수는 보고 놀고 맛볼 것이 많아서 좋은 곳이다. to. P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