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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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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시작 키워드는 '적폐청산'이었다. 그 중심에는 국가정보원이 있었다. 대선 개입 댓글 조작 사건부터 세월호 참사 개입 의혹까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방관하거나 묻혀온 온갖 의혹들이 하나 둘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출범도 같은 맥락이다. 굵직굵직한 청산 과제들이 이 태스크포스의 어깨에 달렸다.

이 같은 개혁 드라이브에, 구(舊) 여당은 기함했다. 자유한국당은 특히 이 태스크포스의 목적이 과거 정부를 향한 '정치보복'이라며 즉각 해체를 주문했다. 정보위원회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즉시 태스크포스를 해산하고 과거사 조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하겠다면 과거 좌파 정부 때부터 합쳐서 다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 또한 지난 12일 지도부-초선의원 연석회의에서 새 정부의 '권력 일탈'로 이 태스크포스 구성을 꼽으며 날을 세웠다. 국정원이 검찰 수사 중인 사건을 되짚는 것은 제 기능 이탈이라는 주장이다( 관련 기사 : 홍준표 "국정원 적폐청산 TF, 문재인 정부의 권력 일탈").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 변호사 출신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한국당의 논리를 전면 반박했다. 박 의원은 1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런 (이명박·박근혜 이전 정부 시절까지 조사하자는) 주장이라면, 박정희 정권 때까지 가면 된다. 그런데 그러자는 게 아니지 않나"라면서 "국정원 댓글 사건은 추가 자료만 봐도 수사가 제대로 안 됐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셀프' 적폐청산에 이미 실패한 바 있는 '구 여당'이, 새 정부의 적폐청산 노력을 깎아 내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받았다. 박 의원은 "전 정권의 탄생과 연관된 문제를 그 정권이 수사할 수 있겠느냐"며 "'내가 잘못한 것을 왜 (제3자인) 당신들이 조사하느냐'라는 주장인데, 그게 논리적으로 말이 되나"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박 의원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전 정권 적폐, 정치 보복이라 청산하면 안 된다는 논리... 말 되나"

-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에 대한 한국당 내 반발이 거세다. 이완영 의원은 태스크포스 조사 중단까지 요구했다. "형평성과 공평성이 전혀 없다"는 이유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 직원 대량해고 등 '진보 정권'의 적폐부터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이 참 왜 그러시나... 그런 (이명박·박근혜 이전 정부 시절까지 조사하자는) 주장이라면, 30, 40년 전 중앙정보부 시절, 즉 박정희 정권 때까지 가면 된다. 그런데 그러자는 게 아니지 않나. 국정원 댓글 사건의 경우 추가 자료만 봐도 수사가 제대로 안 됐다는 사실을 누구나 명백히 다 알 수 있다."

- 홍준표 대표도 마찬가지고, 국정원이 검찰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을 청산 과제로 두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정원 본연의 기능을 벗어났다는 주장이다.
"기소 중인 사건이고 재판 중인 사건이다. 완결이 된 사건이 아니다. 아직 (의혹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 쪽에서 추가 증거를 내거나 공소 유지를 위해 추가 수사를 하고 있는 부분이고. 이는 형사소송법상 보장이 돼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지금 국정원 태스크포스에도 검사들이 조사하고 있는 것이다."

- 검찰의 수사 자료를 국정원이 요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목적이 정당하면 수사 상 기록이나 재판 기록은 볼 수 있게끔 돼있다. 추가 수사와 공소 유지에도 도움을 준다. 되는 것을 왜 안 된다고 하나."

- 이명박·박근혜 정부 문제만 조사한다는 불만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지적하시라고 하면 된다. 그런 문제 때문에 이명박·박근혜 아래 발생한 국정원 관련 문제는 다루면 안 된다는 주장인가? 그게 논리적으로 말이 되나."

- 한국당은 과거 정부 관련 재조사와 업무지시가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이다.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자꾸 (모든 사안에) 걸고 있는데. (새 정부의 재조사 지시는) 어떤 개인의 비리 사건을 뒤집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논두렁 시계' 같이 아예 없는 일을 만들어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감사원으로부터 결함을 보고받고도 묵인한 의혹을 받고 있는) 수리온 헬기 건도 마찬가지다. 1조 3천억 원의 군수 비리가 제기된 사안이다. 이건 (재조사) 해야 하지 않겠나. 4대강사업도 마찬가지다. (세금) 22조 원이 들어갔다. 지금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한 개인이 돈을 먹었다 수준의 일이 아니지 않나."

'판도라의 상자'는 다 열리지 않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원세훈, '국정원 대선개입' 파기환송심 공판 출석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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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여권 입장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치부가 드러날 위기감도 있을 것 같다.
"(그보다 앞서 적폐청산) 목적의 중대성과 공익성을 따져야 한다.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것은 너무나 큰 문제다. 이 사건을 제대로 밝히는 것은 공익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순히 국정원 직원이 돈을 횡령한 그런 문제는 아니지 않나.

또 하나. (국정원 댓글 사건은) 전 정권의 탄생에 (국정원이)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전 정권에서 이 사안을 제대로 조사할까? 국민이 볼 때도 아닌 거다. 새 정권이 조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게 형평에 맞는 것이다. '내가 잘못한 것을 네가 왜 조사하느냐, 형평에 안 맞다'라는 지적인데, 내가 잘못한 것을 다른 사람이 조사하는 게 오히려 진상에 더 다가갈 수 있지 않겠나."

한편 박 의원은 오는 19일 '국정원 댓글사건, 판도라를 열다'라는 주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표창원·진선미 의원과 함께 관계 사건의 개요를 살피는 토크 콘서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24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또한 열린다. 햇수로 6년이다. 박 의원이 생각하는 국정원 댓글 사건의 막바지 과제는 무엇일까. 그는 "싹 털어" 진상을 탈탈 규명하는 동시에, 더 이상 국정원이 권력과 유착하지 않는 '제도개혁'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정원 댓글 사건은 이제 어떻게 풀어가야할까. 17일자 JTBC 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이명박 시절 확보한 물증을 박근혜 정부 들어서 반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본적으로, 국정원 댓글 사건은 실체가 모두 드러난 사건이 아니다. 관계 재판 또한 사건의 전체적 실체를 다룬 재판이 아니다. 기소 자체가 제한적 범위에서 이뤄졌고, 기소 과정에서도 외압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있었다. 검찰이 여러 자료를 확보했음에도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 반납했다는 보도도 나온 상황이다. (드러나지 않은) 나머지 사건에 대한 규명이 당연히 진행돼야 한다. 야당에서는 이미 기소돼 재판까지 받은 사건을 왜 다시 조사하느냐고 하는데, 전체 (의혹이) 전부 기소된 재판이 아니다."

- 2011년부터 지금까지, 국정원 댓글 사건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남은 과제를 꼽는다면.
"지지부진 하지 말았으면 한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도 확실하게 만들어졌고 원세훈 전 원장의 재판도 막바지다. 제대로 싹 다 털어 (조사) 할 때가 된 거다. 새 정부는 제도 개혁과 연계시킨다고 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마무리는) 이러한 제도 개혁이 하나의 종착점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사적 보복을 목표로 과거 사건을 터는 게 아닌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원이 다시는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이는 스스로 국정원을 정치적 도구로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다짐들의) 실현이 최종 목표다."


태그:#국정원, #박주민, #댓글사건, #박근혜,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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