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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일부 브리핑실에서 '베를린 구상' 후속 조치에 대한 정부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일부 브리핑실에서 '베를린 구상' 후속 조치에 대한 정부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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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합니다."

서주석 국방차관도,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 직무대행도 17일 북한에게 보내는 회견문의 마지막을 이렇게 끝냈다. 군사회담과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제안 배경을 총괄적으로 설명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발표문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기대처럼 북측이 호응하고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남북관계가 파탄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북한과 사전교감 없이 한 제안"이라고 밝힘에 따라 회담 성사여부는 더욱 안갯속이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군사회담 성사 가능성은 조금 높아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정치군사 분야를 적대해결을 위한 '근본문제'라면서 이 부분을 우선해왔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작년 5월 7일 당대회를 통해 제7차 당 군사당국회담을 제의했고 이를 이어받아 북한 국방위원회가 같은 달 20일 군사회담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다음날인 21일에도 인민무력부가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하자는 통지문을 국방부에 보냈다.

당시 우리 국방부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최우선돼야 한다"고 일축했지만, 북한으로서는 여전히 군사분계선 상의 대북확성기 방송 문제 등은 관심이 큰 사안이다. 자신들의 '최고 존엄'인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달 13일 경기도 연천 쪽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북한 병사가 대북확성기방송을 듣고 탈북했다고 밝힌 것처럼 전방지대 북측 병사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가 지난 6월 24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전제조건 격으로 발표한 9개 항 중 하나도 '남북 군사적 충돌 위험 해소 위한 실천 조치'였다.

이 때문에 북한이 군사회담을 일축하기보다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매개로 역제안을 해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통일외교안보라인 관계자는 "8월 중순 시작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군사 훈련을 걸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북이 미국과 대화하려면 남북관계를 이대로 둘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제안에 대해 역제안을 할 수는 있겠으나 그냥 무시해버릴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지난 2015년 1월 관영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임시 중지하면 핵실험을 임시 중지할 수 있다"고 미국 측에 제안했다고 밝히면서 이 문제를 의제로 북미 대화를 제안한 바 있다. 계춘영 인도 주재 북한대사는 올해 6월에도 "한미 군사훈련을 일시 중단하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 연락채널만 복구해도 성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오후(현지시간) 구 베를린 시청 베어 홀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으로 한반도 평화구축과 남북관계, 통일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오후(현지시간) 구 베를린 시청 베어 홀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으로 한반도 평화구축과 남북관계, 통일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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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사회담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남북이 연락채널 복구에만 합의해도 큰 성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하자 북한이 이에 반발해 판문점 연락관 채널과 군 통신선 등 남북 연락 채널을 전면 차단함에 따라, 우발적인 충돌 상황이 벌어져도 통제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남측은 표류 어부 송환 등 북측에 통보할 일이 있을 때 판문점에서 핸드 마이크를 이용해 전달하고 북측은 이를 촬영해가는 식으로 소통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회담도 북한에 직접 통지문을 보낼 루트가 없어 언론을 통해 발표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 건은, 우리 정부는 인도적 차원의 문제이며 정치․군사 보다는 쉬운 사안이라고 표현해왔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은 사안이 됐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선결조건으로 지난해 4월 중국 내 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종업원 12명과 탈북한 뒤 남한에 살고 있는 김련희씨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 사업을 담당하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고위관리인 김용철은 7일 평양에서 AFP통신 인터뷰에서 "김련희와 여성 12명이 즉각적으로 송환되지 않는다면 인도주의적 협력은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내세우는 원칙이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이미 '쌍중단'거부…UFG훈련 문제 어떻게 풀까

이번 군사회담-적십자회담 동시 제안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을 기반으로 한 대북 탐색전을 시작했다.

전체적인 상황을 볼 때, 적십자 회담 성사 여부는 군사회담의 성패에 달렸고, 군사회담은 한미연합 UFG훈련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함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중단-한미 연합군사 훈련 중단(축소)'라는 '쌍중단'을 이미 거부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표면적으로는 북한에 공을 넘긴 모양새지만, 실제 내용상으로는 공은 여전히 우리 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태그:#군사회담, #적십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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