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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탐사 도중 배가 고장 나 해경 배에 이끌려 항구로 돌아온 이재언 씨와 등대호. 지난 2011년 5월이다.
 섬 탐사 도중 배가 고장 나 해경 배에 이끌려 항구로 돌아온 이재언 씨와 등대호. 지난 2011년 5월이다.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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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절이 많았죠. 배가 고장 나는 바람에 예인도 아홉 번이나 당했습니다. 난파도 몇 번 됐고요.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죠. 배가 뒤집히면서 선박매몰죄로 교도소에도 갔는데요. 벌금형을 받고 노역을 했어요. 드론 카메라도 여러 대 물에 빠뜨렸고요."

이재언(65·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의 회고다. 이 연구원이 최근 책자 <한국의 섬> 13권을 시리즈로 펴냈다. 25년 동안 직접 배를 타고 세 차례 찾아다닌 전국의 유인도 447곳을 담은 책자다.

발로 쓴 '섬 택리지'라고 할 만한 책

이재언 씨가 펴낸 책자 <한국의 섬> 13권. 이 씨가 25년 동안 직접 배를 타고 세 차례 찾아다닌 전국의 유인도 447곳을 담고 있다.
 이재언 씨가 펴낸 책자 <한국의 섬> 13권. 이 씨가 25년 동안 직접 배를 타고 세 차례 찾아다닌 전국의 유인도 447곳을 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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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언 씨가 펴낸 책자 <한국의 섬> 완도군 편. 책자는 이 씨가 드론 카메라로 찍은 항공사진을 첫머리에, 이어 섬의 이모저모를 담은 사진과 내용을 싣고 있다.
 이재언 씨가 펴낸 책자 <한국의 섬> 완도군 편. 책자는 이 씨가 드론 카메라로 찍은 항공사진을 첫머리에, 이어 섬의 이모저모를 담은 사진과 내용을 싣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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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과 2권에는 '섬들의 고향'으로 불리는 전라남도 신안의 보석 같은 74개 섬을 담았다. 3권에는 '보물창고' 진도의 48개 섬을 묶었다. 영광·무안·목포·해남 등 서남해의 29개 섬은 4권으로, 고흥·장흥·강진·보성의 28개 섬은 5권에 실었다.

6권은 경남·북의 38개 섬을, 7권은 통영의 42개 섬을, 8권은 충남의 32개 섬을 담았다. 9권은 전북의 31개 섬, 10권은 인천·경기의 43개 섬, 그리고 11권은 여수의 48개 섬, 12권은 완도의 57개 섬, 13권에는 제주의 13개 섬을 각각 정리했다.

분량은 권당 200∼230쪽에 이른다. 기행문 형식으로 썼지만, 흔한 여행책자는 아니다. 섬별로 역사와 문화, 인문, 사회, 지리, 민속, 주업은 물론 특산물, 여행지, 교통편까지 망라했다. 가히 발로 쓴 '섬 택리지'라 할만하다.

이재언 씨가 자신이 펴낸 책자 <한국의 섬>을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여수 하멜기념관에서다.
 이재언 씨가 자신이 펴낸 책자 <한국의 섬>을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여수 하멜기념관에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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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원은 섬에서 태어났다. '전복의 섬'으로 널리 알려진 전라남도 완도 노화도 출신이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따라 갔다가 본 목포의 모습이 시도 때도 없이 아른거렸다. 도시에서 살고 싶었다. 10대 중반에 집을 나와 서울로 갔다. 가출이었다.

서울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중국음식점 배달원으로 일을 했다. 새벽에 신문도 배달했다. 구두도 닦았다. 폐품을 모으는 넝마주이 생활도 해봤다. 시쳇말로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 우연히 만난 경찰관의 도움으로 공부를 했다. 뒤늦게 검정고시를 보고 관련 학교에 다녀 목회자가 됐다.

한 선교회의 파견을 받아 고향으로 돌아왔다. 당시 1989년이었다. 뭍에서 멀리 떨어진 섬 지역을 대상으로 한 선교활동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어렸을 때 봤던 섬이 아니었다. 섬사람도, 풍경도, 문화도 하나같이 매력 덩어리였다. 선교와 함께 섬 탐사를 병행했다.

"섬 탐사, 목숨 걸고 할 만한 가치 봤다"

이재언 씨가 낙도 선교를 위해 등대호를 타고 섬을 찾아 포구에 배를 대고 있다. 이 씨가 여수 백야교회 목회자로 일하던 지난 2005년 7월 그의 배에 함께 탔을 때의 모습이다.
 이재언 씨가 낙도 선교를 위해 등대호를 타고 섬을 찾아 포구에 배를 대고 있다. 이 씨가 여수 백야교회 목회자로 일하던 지난 2005년 7월 그의 배에 함께 탔을 때의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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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도를 찾은 이재언 씨가 섬주민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여수 백야교회 목회자로 일하던 지난 2005년 7월이다.
 낙도를 찾은 이재언 씨가 섬주민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여수 백야교회 목회자로 일하던 지난 2005년 7월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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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부터 3년 동안은 전국의 유인도를 모두 돌아봤다. 섬지역 교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정 종교를 떠나 스님을 만나고, 무속인도 만났다. 680쪽 분량의 책자 <낙도선교>를 펴냈다. 섬의 위치와 면적, 인구, 주업, 교통, 교육, 종교 등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섬에 대한 종합 보고서였다.

2009년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과 연을 맺으면서 15년 동안 하던 목회활동을 아예 접었다. 섬 탐사에만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사람들이 무모하다고 했어요. 어렵고 위험한 일을 한다고요. 저보고 몽상가라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혼자서 조그마한 배를 타고 다닌다고 하니, 그랬겠죠. 근데 저는 목숨을 걸고 할 만한 가치가 섬 탐사에 있다고 봤어요."

이 연구원이 천진하게 웃는다. 더 늦기 전에 큰일 하나를 해냈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쉴 틈이 없다. 책자를 펴내고도 요즘 바쁜 이유다.

이재언 씨가 동소우이도를 찾아 섬주민과 만나 얘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지난 2011년 5월이다.
 이재언 씨가 동소우이도를 찾아 섬주민과 만나 얘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지난 2011년 5월이다.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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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언 씨는 섬을 찾을 때마다 섬주민들의 생활에 빠져들어 함께 했다. 지난 2014년 10월 울릉도에서 소 대신 밭을 갈아엎는 체험을 하는 모습이다.
 이재언 씨는 섬을 찾을 때마다 섬주민들의 생활에 빠져들어 함께 했다. 지난 2014년 10월 울릉도에서 소 대신 밭을 갈아엎는 체험을 하는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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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원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모바일 앱 '대한민국 섬 구석구석'을 만들 계획이다. 첨단기술을 접목시킨 섬 문화 콘텐츠다. 섬을 알리고, 섬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섬과 섬주민에 도움 되는 일이라면 손가락질을 받고, 욕을 먹더라도 할 생각입니다. 섬주민들의 복지를 챙겨야죠. 연안여객선 공영제도 그래서 시급해요. 누구라도 안전하고 부담 없이 섬을 오갈 수 있도록 해야죠."

이 연구원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그는 앞으로 섬 마니아들과 함께 탐사선을 타고 섬을 돌아보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그동안 섬 탐사를 하면서 혼자만 보고 다녔던 것이 못내 아쉬워서다. 섬과 섬주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찾아 볼 생각이다.

<한국의 섬> 13권을 펴낸 이재언 씨가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여수 바닷가에서다.
 <한국의 섬> 13권을 펴낸 이재언 씨가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여수 바닷가에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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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재언, #한국의섬, #도서문화연구원, #섬탐험, #섬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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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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