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배급·상영을 수직 계열화하고 있는 CJ와 롯데.

투자·배급·상영을 수직 계열화하고 있는 CJ와 롯데. ⓒ CJ CGV/롯데시네마


동력이 약해졌던 영화산업 대기업 독과점 규제가 다시금 힘을 얻게 됐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30일 사회분과 최민희 위원과 전재수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 심재명 명필름 대표,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문성근 배우 등 영화계 관계자들이 모인 '영화산업 독과점 해소를 위한 간담회'에서 상영과 배급의 분리,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점을 막기 위한 점유율 제한, 독립예술영화의 의무상영 등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 참석했던 한 영화계 인사는 간담회 끝난 후 <오마이스타>와의 통화에서 "모든 상황을 활짝 열어놓은 상태에서 검토하고 추진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정부와 영화계가 힘을 합쳐 상영 배급 분리를 골자로 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아래 영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영비법 개정안은 지난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각각 발의해 일명 '안도법안'으로도 불린다. 영화산업 수직계열화를 분리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대선에 출마했던 안철수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와 도종환 의원의 입각으로 동력이 약해졌다는 우려가 있었다.

특히 법안 통과에 영향이 큰 국회 전문위원 검토과정에서 부정적 의견이 다수 표출돼 법안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커진 상황이었다.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상영과 배급의 분리는 대기업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과정에서 재산권의 침해에 따른 위헌의 소지가 있고, 자동차와 방송 등 다른 산업의 수직계열화와 비교해 차별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 내에서는 법안 통과 가능성에 부정적 기류가 강한 편이다. 국회 쪽 관계자는 "전문위원 검토 이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자유한국당 의원이 부정적 의견을 밝히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민주당 쪽의 한 의원도 부정적 의견에 가세했다"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영화산업 수직계열화 해소에 나서는 정부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왼쪽 여덟번째)과 홍남기(일곱번째), 김태년(아홉번째) 부위원장을 비롯한 위원회 관계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출범식에서 현판을 제막하고 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왼쪽 여덟번째)과 홍남기(일곱번째), 김태년(아홉번째) 부위원장을 비롯한 위원회 관계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출범식에서 현판을 제막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30일 간담회는 이런 분위기에서 영비법 개정안을 정부 차원의 국책과제로 설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커 보인다. 약해졌던 불씨를 다시 살려낸 것으로 영화산업을 수직계열화한 대표적 기업인 CJ와 롯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영화산업 독과점은 문제점이 커지고 있지만 10년 넘도록 아무런 진척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와 영화계가 함께 뜻을 모아 해소에 나서기로 한 점은 긍정적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아래 제협)의 한 관계자는 "국회 차원의 관련 토론회를 통한 여론 형성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전재수 의원실과 함께 8월이나 9월 중 법안에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국회 전문위원과 토론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영화계가 얼마나 힘을 합쳐 추진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냐는 점이다. 국회 쪽의 관계자는 "정부가 아무리 추진한다고 해도 여야합의가 없이는 법안 상정이 어렵다"며 "장관이 발의한 법안이기 때문에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더 많은 견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계의 의견이 통일되지 못한 부분도 지적했다. "영화인들이 힘을 하나로 합쳐도 모자란 데 개정안에 대해서 단체마다 다른 이견을 보이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영비법 개정안은 지난 2월 상임위에 논의됐으나 이견이 조율되지 않으면서 상정이나 폐기가 아닌 계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 때마다 관련 법안이 제출되기는 했으나 추진 동력과 우선순위에 밀리며 폐기되기 일쑤였다. 30일 간담회를 주관한 최민희 위원이 국회의원이었던 지난 19대 국회 때도 영비법 개정을 통한 대기업 수직계열화 규제가 추진됐으나 동력을 얻지 못했다.

영비법 개정안과 관련해 일부 영화인과 영화단체들은 "계열사 밀어주기 혐의로 CJ와 롯데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시정명령이 최근 법원으로부터 패소 당해 취소되었다는 것은 배급-상영 분리의 산업적 근거가 법원으로부터 부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의 부정적 내용도 강조하고 있다.

영비법 개정안의 방향성에 대한 이견으로 "상영과 배급 분리보다는 투자와 제작 분리가 먼저 고민돼야 하고,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문화산업 전반에 대한 정교한 법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이에 대해 영비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쪽은 "판사의 영화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상식을 망각한 판결이라는 비판과 함께 국회 전문위원 검토를 맹신할 필요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제협의 한 관계자는 "1995년 7월 헌법재판소는 스크린쿼터제에 합헌판결을 내렸다"며 "시장보호를 위해 외국영화의 제한이 정당하다는 것으로 같은 목적으로 대기업 독과점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 될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영화산업 CJ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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