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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한국시간) 서울공항 이륙 후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한국시간) 서울공항 이륙 후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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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갑자기 심하게 흔들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FTA 재협상 관련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전용기(공군1호기)가 난기류 구역에 진입했다. 주변에 서 있던 참모들은 천정에 손을 대고 버텼다. 문 대통령은 한 손에 마이크를 쥐고 다른 한 손은 크게 휘저으며 말했다. 흔들림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비행기가 또 한 번 흔들리면서 문 대통령이 휘청하자 참모들은 점점 사색이 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해외순방은 차분하면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출발했다. 문 대통령은 28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별다른 의전행사 없이 임종석 비서실장 등 참모들의 배웅을 받으며 전용기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당시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 비서실장을 역임 했지만 한 번도 해외순방을 쫓아가지 않았다. 국정경험이 풍부한 문 대통령이지만 해외순방은 처음이었던 것. 표정은 살짝 상기돼 있었다.

문 대통령은 당초 비행기에 올라 이륙 전 기자들 좌석으로 찾아와 잠시 대화를 나눌 예정이었으나 시간에 쫓겨 이륙 후로 미뤄졌다. 기자들과 만난 문 대통령은 시종일관 웃음 띤 밝은 표정을 보였다. 함께 순방 수행에 나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등도 문 대통령과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좌석을 한 바퀴 돌며 순방취재에 나선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첫 해외순방 소감을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감회가 깊다. 역대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빠른 방미라고 한다"라며 "인수위원회가 없었고, 아직 정부 구성이 완전히 되지 않은 상황을 생각하면 서두르는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동안 정상 외교에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빨리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하면서 전격적으로 초청을 해주셨기 때문에 거기에 화합하는 차원에서 결정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 첫 한미정상회담의 의미는 정상외교의 공백을 복원하고 양국의 동맹관계를 튼튼하게 하면서 북한의 핵 도발 위협에 한미 간의 공조 방안을 함께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평화체제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양 정상 간의 신뢰와 연대, 우의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 통화할 때부터 아주 느낌이 좋았고, 좋은 관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한국시간) 서울공항 이륙 후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한국시간) 서울공항 이륙 후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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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은 연이어 북핵 문제 해법, 사드 배치, 한미FTA 재협상 가능성 등 민감한 질문들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각 질문에 진지하게 답변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정상과 만남에서 유난히 악수를 강하게 하는 경향이 있어 "악수 준비 많이 했나"라는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를 세계와 우리 국민들이 관심 있게 지켜 볼 것이라는 걸 의식하지 않았겠나"라며 "두 정상 간의 우정과 신뢰를 보여주는 장면이 될 것이라 믿는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또 사드 배치를 놓고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만족시킬 방법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만족시킬 방법이 무엇입니까"라고 되물어 일동 웃음을 터트렸다. 문 대통령은 "그런 답을 언론에서 줘야죠. 그런 방안을 가지고 미국과 협의할 수 있을 텐데 아직까지 대한민국 언론에서 그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라고 타박하듯 말해 또 한번 웃음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그런 방안을 찾는 것이 우리의 과제고 이번 정상회담부터 그 모색이 시작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 다음에 이어진 질문이 바로 한미FTA에 관한 것이었다. 이때 비행기가 갑자기 요동쳤고 문 대통령도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답변을 멈추지 않았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공수부대 출신이라 이런 건 아무 것도 아닌가보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한미FTA에 관한 답변이 끝나고도 비행기는 계속 흔들렸다. 그럼에도 기자들이 질문을 더 하려고 하자 참모들이 "안전을 위해 양해 부탁한다"라며 간담회를 끝냈다.

일동 박수까지 치며 상황을 마치려는 찰나, 문 대통령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기자들에게 "하나만 부탁드리겠다"라며 "정상회담 성공여부의 절반은 나와 우리 외교팀의 노력에 달려 있다면, 또 절반은 함께 취재 가는 언론에 달렸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똑같은 모습이어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면 더 빛이 날 것이고, 다르게 다루면 성과도 묻혀버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의 첫 정상회담이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말을 이어가자 기자들도 틈을 놓치지 않았다. 가볍게 답변할 수 있게 여름휴가 계획을 묻는 질문이 던져졌다. 문 대통령은 "아직 뭐 휴가를 언제 간다고 계획을 세울 수는 없는데..."라고 말을 흐리다가 "그러나 저는 연차휴가를 다 사용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휴가가 대통령의 일정과 연동될 수밖에 없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대통령의 연차휴가 일수는 21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한국시간) 서울공항 이륙 후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기 앞서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 문재인 대통령, '물 한모금 마시고'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한국시간) 서울공항 이륙 후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기 앞서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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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문재인, #해외순방, #대통령,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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