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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가 병설유치원 시간제기간제교사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14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열었는데, 모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시간제기간제교사가 현장사례를 발표하며 울먹이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가 병설유치원 시간제기간제교사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14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열었는데, 모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시간제기간제교사가 현장사례를 발표하며 울먹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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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선생님'이 울었다. 14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다.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시간제기간제교사들이 기자회견을 열었고, 한 '선생님'이 현장 사례를 발표하며 눈물을 보인 것이다.

그 '선생님'은 현장사례를 발표한 뒤 울먹이면서 뒤돌아섰고, 한참 동안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옆에 서 있는 다른 '선생님'들도 여기저기서 훌쩍거렸다.

30여명의 '선생님'들이 참석했는데, 모두 모자를 쓰거나 마스크를 해 얼굴을 가렸다. 혹시나 신분이 노출되어 재계약이 되지 않는 등 불이익을 받을까봐 걱정해서다.

병설유치원에서 '선생님'으로 불리는 그 시간제기간제교사는 "저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 유아교육을 전공한 유치원 교사"라며 "아이들과 웃고 떠들고 뒹굴며 아이들의 웃음을 먹고 사는 제 직업이 저는 너무나 좋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렇지만 부모님들의 눈에 저는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요?"라 물었다. 그는 "5월이 되면 저희 학교는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초등학교와 함께 소체육대회를 한다"며 그 상황을 전했다.

그는 "학교의 누나, 오빠들과 함께 우리 유치원의 아이들과 달리기도 하고 간단한 무용도하며 하루를 즐겁게 보낸다"며 "저희도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하려고 조심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유치원으로 들어가는 중 저희 반 어머님 한 분이 저에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고 했다.

어머님이 건넨 말은 "아휴 선생님 더운데 고생이 많으셨죠? 근데 선생님은 왜 선생님들이 다 입으시는 단체티를 안 입으세요? 혹시 비정규직이라 티를 안주시는 거예요?"였다.

교사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얼굴에 불이라도 붙은 듯 화끈거림을 느꼈다"며 "왠지 모여 있는 엄마들의 수근거림이 나를 향하는 것 같아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나며 비애감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했다.

재계약 하는 2월이면 해당 교사들은 괴롭다. '선생님'은 그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재계약을 위해 학교홈페이지에 공고문이 뜨면 어머님들은 아이들을 데리러 오시며 물으신다. '어머 선생님 그만두세요?', '아 아닌데요 왜요?', '아뇨 학교 홈피에 공고문이 올라와서요. 선생님이 그만두시나 해서 놀라서 여쭤보는 거예요.' 어머님은 걱정되어 물어보시지만 또 다시 해고 위협에 살얼음판을 걷는 저는 내가 이러려고 학교에 들어온 것은 아닌데 하며 자괴감마저 든다."

'선생님'은 "저희는 정규교사처럼 대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아이들에게도 당당하고 부모님들에게도 당당한 선생님이 되어 제 소신껏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며 "그것이 정녕 지나친 욕심인가?"라 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학교병설유치원에서 방과후 과정반을 맡아 운영하는 선생님 중에는 무기계약직 선생님들이 많다"며 "그런데 경남은 왜 유치원방과후 시간제기간제교사라는 낯선 호칭을 달고 무기계약이 아닌 계약직으로 파리 목숨을 유지하며 생활해야 하느냐"고 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저희는 단지 아이들에게나 부모님들에게 오후반 선생님이다"며 "호칭을 바꾼다고 저희가 변하지는 않는다. 제발 저희들도 하루라도 마음 편하게 아이들에게만 집중하며 교육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가 병설유치원 시간제기간제교사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14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열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가 병설유치원 시간제기간제교사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14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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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2월경이면 고용불안에 시달려"

병설유치원 시간제기간제교사는 방과후 하루 4시간 일하고, 학교장과 계약을 맺는다. 유치원 시간제기간제교사들은 주로 1년 단위로 계약하고, 이에 해마다 2월경이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시간제기간제교사들이 가입해 있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지부장 황경순)는 14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기계약 전환'을 요구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유치원 시간제기간제교사는 2016년 기준으로 경남에 550명이 있고, 전국에 2900여명이 있다. 별도로 '방과후강사'는 전국에 3400여명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제로화는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고 있는 유치원 시간제기간제의 무기계약 전환부터 시작하라"고 했다.

이들은 "경남교육청은 5월 29일 비정규직 제로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식적인 선언을 하였으며, 상시지속적인 업무 종사자는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며 "이에 수년째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유치원 시간제기간제를 즉각 무기계약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간제 교사는 비정규직 고용안정방안인 무기계약 직종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고, 유치원 시간제기간제는 매년 재계약을 하며 고용불안에 무방비상태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1년 내내 내년에는 재계약이 될 수 있을까 노심초사 하며, 사소한 일에도 위축될 수밖에 없고, 학교현장에서는 '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비인격적인 대우,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해고가 두려워 참고 또 참으며 일하고 있는 것이 학교현장의 현실"이라 했다.

또 이들은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한다. 학교현장에서는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 선생님의 근무환경은 곧 아이들에 대한 교육의 질과 직결된다"며 "해고에 대한 불안함 없이, 웃으며 행복하게 아이들을 보살피고 싶은 마음뿐"이라 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부는 "경남교육청이 새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발맞추어 나가겠다는 입장에 환영하며, 상시지속적 업무인 유치원 방과후 업무를 맡고 있는 유치원시간제기간제의 무기계약전환 대책을 적극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 방과후는 교육과정이 아니고 돌봄 운영으로, 유치원 시간제기간제교원은 경남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숫자가 줄어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체육행사에 옷을 다르게 입는다든지 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 교장단 연수 때 학교 현장의 차별을 없애 달라고 강조하고 있다"며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같이 식사하는 등 차별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가 병설유치원 시간제기간제교사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14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열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가 병설유치원 시간제기간제교사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14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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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학교비정규직, #유치원, #기간제, #경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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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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