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여성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포스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포스터 ⓒ 서울여성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여성감독과 여성주의가 강조된 영화, 이전에 개봉했으나 미처 보지 못했을 수도 있는 영화. 6월 첫 주에 막을 연 두 영화제의 특징이자 차별점이다.

1일 개막한 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아래 여성영화제)는 관록을 자랑하듯 37개국 106편의 신작 중심으로 메뉴판을 꾸렸고, 2일 막을 연 5회 무주산골영화제(아래 산골영화제)는 고전영화와 근래 개봉했던 영화들 중심으로 30개국 72편의 영화를 준비했다.

여성영화제는 페미니스타란 이름으로 배우 한예리를 심사위원 겸 홍보대사로 내세웠고, 무주산골영화제는 페스티벌 프렌드란 이름으로 배우 류현경에게 홍보대사 역할을 맡겼다. 두 여배우가 두 영화제를 상징하는 간판으로 경쟁하는 분위기이다.

특색있는 작품들이 서울과 무주에서 상영된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좋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모습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거장 여성 감독들의 영화 엄선

 1일 개막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선아 집행위원장과 페미니스타 한예리, 이혜경 조직위원장

1일 개막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선아 집행위원장과 페미니스타 한예리, 이혜경 조직위원장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여성들이여 스크린을 점령하라!' 올해 여성영화제의 슬로건이다.

지난해 1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한국영화는 총 26편. 그 중 여성캐릭터가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영화는 6편에 불과하다. 지난 10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더욱 열악하다. 2004년부터 100만 명 이상 관람한 한국영화 중 여성캐릭터가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영화는 연평균 3편이다. 한국 영화 산업에서 여성 캐릭터가 어떻게 소모되는지를 방증하고 있다.

올해 여성영화제는 이런 문제의식을 강하게 제기한다. 그래서 한국 최조 여성감독이었던 박남옥 감독을 기리는 박남옥 영화상을 부활시켰고, 지난 4월 요절한 김선민 감독의 추모전도 마련했다. 이들 두 여성 감독들의 작품을 특별 상영한다. 새로운 여성감독을 키우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의 <스푸어>로 막을 연 여성영화제는 거장 여성감독들의 작품이 눈에 띈다.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은 국내 개봉작 <카핑 베토벤>과 <어둠 속의 빛>을 연출했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젊은 시절 출연한 영화 <토탈 이클립스>의 감독이다. 개막작으로 선정돼 한국을 방문한 감독은 4일 마스터클래스 강연도 갖는다. 

새로운 물결 부문에서 상영되는 <더 파티>는 샐리 포터 감독 작품이다. <진저 앤 로사>, <올란도>를 연출한 감독으로 국내에 알려진 감독이다. <원 데이>를 연출했던 론 쉐르픽 감독 <아름다운 날들>,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아메리칸 허니>는 감독의 명성 만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주목받은 여성감독들의 작품도 상영되는데, 지난해 거의 모든 영화상을 휩쓴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가 초청받았다, 이언희 감독의 <미씽 : 사라진 여자>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마민지 감독의 <버블 패밀리>도 상영된다.

영화 상영 외에 부대행사도 다양하게 준비됐는데 3일 오후 4시 30분부터는 상영장인 신촌 메가박스 앞 야외광장에서 안희경 작가, 장서연 변호사,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함께하는 토크 버스킹이 진행된다. 영화산업에서의 성평등을 주제로 한 정책대담도 열린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7일까지 개최된다.

[무주산골영화제] 야외상영 즐길 수 있는 영화소풍

 무주산골영화제 페스티벌 프렌드 류현경

무주산골영화제 페스티벌 프렌드 류현경 ⓒ 무주산골영화제


이미 개봉했던 영화를 다시 보는 영화제라고 했을 때 성공에 대한 우려가 있기는 했으나 영화소풍과 결합되면서 차츰 안착하는 모습이다. 극장하나 없던 덕유산 자락의 소도시에 극장이 생겨났고, 꽤 괜찮은 영화 축제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5회를 맞은 무주산골영화제는 극장에서 빠르게 내려지는 좋은 영화들을 다시보자는 취지인데, 관객들과 제대로 만나지 못했던 영화를 엄선해서인지 해마다 많은 관객들이 몰리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야외 상영도 많고 실내 극장은 선착순 무료 상영이 이뤄지면서 관객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중이다. 초여름 휴양영화제로 즐기기에 안팎의 환경이 좋다. 

상영작들은 한국영화 22편에 해외영화 50편이다. 개막작을 한국 고전영화로 선정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올해는 1967년 상영된 인형애니메이션 <흥부와 놀부>가 상영된다. 개봉 예정인 미개봉 영화들도 여러 편이라 미리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용산참사를 소재로 한 김일란-이혁상 감독의 <공동정범>, 정윤석 감독의 <밤섬 해적단 서울 불바다> 박석영 감독의 <재꽃> 등은 비롯해 고봉수 감독의 <튼튼이의 모험> 등 개봉을 준비하는 영화들도 무주에서 볼 수 있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주목받은 김대환 감독의 <초행>도 상영된다. 1961년 만들어진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나 <댄서>, <공각기동대> <은판 위의 여인>, <분노>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도 무주의 매력이다. 근래에 화제가 됐던 영화들을 주로 선정한 덕에 아쉽게 놓친 관객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자연의 정취와 함께하는 무주산골영화제는 오는 6일까지 무주 등나무운동장과 덕유산 야영장 등에서 개최된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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