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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합병에 반대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진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삼성합병에 반대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진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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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실체적 진실에 중점을 두고 질문해주시길 바랍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변호인단이 재판 쟁점과 거리 먼 질문을 일삼자 김세윤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가 결국 제동을 걸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박 전 대통령 사건과 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최순실씨 사건을 병합해 첫 심리를 진행했다. 또 다시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은 '40년 지기'는 23일 첫 재회 때와 마찬가지로 눈길 한 번 마주치지 않았다. 법정에 들어설 때도 두 사람은 서로를 피해 변호인 쪽으로 돌아갔다.

냉랭한 이들과 달리 변호인단의 변론은 어딘가 비슷했다. 두 사람의 변호인단은 증인으로 나온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에게 엉뚱한 질문만 던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추진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국민연금공단의 찬성표 행사를 부탁했다는 공소사실과는 한참 벗어나는 내용이었다.

주 전 대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삼성전자 지분을 먹고 싶은 이재용 부회장의 욕심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며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반대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5년 7월 1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공단은 찬성표를 던졌다.

그뒤 주 전 대표는 국민연금공단 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아래 전문위) 위원 박창균 중앙대학교 교수로부터 "청와대 뜻이었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는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을) 상상하지 못해 상당히 놀랐다"며 "왜 이런 일에 청와대가 개입했을까 생각했지만, 박근혜 정부 등이 얻는 게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았다"고 했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청와대 뜻'이라고..."

이어 "최근 보도로 (최씨 딸 정유라 선수 승마훈련 지원 등이 이유였음을) 이해했다"며 "피고인 박근혜씨와 가까운 최순실씨에게 삼성이 거액의 돈을 지급한 건 삼성에 있던 사람으로 유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박 전 대통령의 지난 1월 발언을 두고 특검에서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한 것도 유지했다.

그런데 변호인단은 청와대가 삼성물산 합병에 개입했다는 주 전 대표의 증언을 무너뜨리기는커녕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최순실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그에게 "검찰과 특검을 구분해 답변하고 있냐, 검찰에서 얘기했던 것은 기억 안 나느냐"고 했다. 재판부가 "어떤 걸 물어보려는 거냐"고 묻자 이 변호사는 "증인의 인지력을 물어보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정신 나간 주장'이란 표현을 두고 "평소에 자주 쓰냐, 어떤 경우에 쓰냐"고 질문했다.

박근혜 변호인 채명성 변호사는 사건과 무관한 주 전 대표의 이력을 거론했다. 그는 "증인은 2016년 2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으로 임명됐고, 손혜원 민주당 의원과 페이스북 방송을 진행했다"며 "이 방송도 문재인 대통령 선거운동 일환이었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삼성이 최순실씨에게 돈을 건넨 것은 유례없는 일'이란 주 전 대표에게 "(삼성에서) 차장까지 하지 않았냐"고 말했다. 주 전 대표는 "상무까지 했다"라고 답변했다.

한편 또 다른 증인으로 나온 김성민 전 국민연금공단 전문위원장은 삼성물산 합병 당시 "자괴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국민연금공단이 내부 직원들로만 이뤄진 투자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 일을 가리켜 "전문위에 회부해 심의의결하지 않는다면, 전문위 존재 가치가 없다"며 "위원 중 과반 정도는 전문위 권위가 심각히 훼손됐으니 사퇴하겠다는 걸 만류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 역시 삼성물산 합병 목적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이라고 봤다. 그는 "(합병 전) 이재용 일가는 삼성물산 지분이 거의 없고 제일모직은 많았다"며 "합병으로 주식을 확보하려한 것"이라고 했다. 또 "2015년 7월 14일 전문위원들을 만났을 때 한 분 한 분 여러 소스로 큰 압박을 받고 있음을 알았다"며 "(삼성이 직접 나섰는지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삼성에서 지인을 통해 수차례 만나자고 했다"고 말했다.


태그:#박근혜, #최순실, #이재용, #주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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