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5회말 2사 2루. LG 오지환이 투런 홈런을 때려낸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지난 4월 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5회말 2사 2루. LG 오지환이 투런 홈런을 때려낸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LG 트윈스가 5연패의 늪에 빠졌다.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와의 어린이날 시리즈를 스윕할 때만 해도 선두를 넘보던 LG의 순위는 어느덧 공동 5위 그룹 세 팀에 단 한 경기 앞선 위태로운 4위를 지키고 있다. 5연패 기간 동안 7개의 병살타를 치며 득점 기회를 허무하게 날린 것이 치명적이었다. 특히 SK 와이번스와의 주말 3연전에서는 경기마다 2개의 병살타를 기록했고 27일 경기에서는 루이스 히메네스가 삼중살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LG가 부진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장타 실종에 있다. LG는 48경기를 치른 현재 10개 구단 가운데 팀 홈런(27개)과 팀 장타율(.377) 부문에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아무리 LG가 장타보다는 정확성과 기동력을 앞세우는 팀이라 하더라도 팀 홈런 1위 SK(82개)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장타력으로는 많은 득점을 기대할 수 없다. LG는 팀 득점 부문에서도 10개 구단 중 9위(209점)에 머물러 있다.

현재 LG에는 외국인선수 히메네스(7개)를 제외하면 시즌 홈런 5개를 넘기고 있는 선수가 아무도 없다. 작년 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20홈런을 기록했고 LG 토종 타자들 중에서는 가장 화끈한 장타력을 보유한 오지환조차도 올 시즌엔 단 4홈런에 그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오지환의 시즌 홈런 4개가 모두 4월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삼진&실책왕에서 리그 정상급 호타준족 유격수로 성장 

경기고 시절 투수와 유격수를 병행하던 오지환은 2008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주장을 맡으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결승타를 터트린 오지환은 대회가 끝난 후 지명타자 부문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박경수(kt 위즈) 육성이 실패로 돌아간 LG는 대형 유격수 유망주 오지환을 1차지명으로 영입했고 2억8000만원의 계약금을 안기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루키 시즌 권용관(은퇴)에 밀려 1군에서 5경기 출전에 그친 오지환은 2010년부터 곧바로 1군 붙박이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했다. 오지환은 13홈런61타점13도루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내비췄지만 공수에서 미숙한 부분이 많았고 2010년 삼진왕과 실책왕의 불명예를 쓰고 말았다. 2011년 손등 부상으로 63경기 출전에 그친 오지환은 2012년 부상을 털고 전 경기에 출전했지만 통산 2번째 리그 최다 삼진 및 실책 2관왕(?)에 올랐다.

하지만 풍부한 실전 경험을 통해 착실히 성장한 오지환은 2013년 타율 .256 9홈런47타점30도루를 기록하며 LG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2014년엔 친구 김상수(삼성 라이온즈)에게 아시안게임 출전 티켓을 양보했지만 LG를 2년 연속 가을야구로 견인했다. 멘탈이 약해 결정적인 실책을 자주 저지른다는 의미로 지어진 별명 '오지배'도 결정적인 한 방과 호수비로 경기를 지배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바뀌기 시작했다.

오지환은 2015년 LG가 9위로 추락하는 와중에도 타율 .278 11홈런56타점25도루로 한층 성장한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한 시즌 동안 41개의 2루타를 기록했는데 이는 유한준(kt)과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에 이은 리그 3위의 기록이었다. 오지환은 2012년부터 매년 타율을 조금씩 끌어올리며 리그를 대표하는 호타준족 유격수로 성장했고 그 다음 시즌에도 진화를 멈추지 않았다.

오지환은 작년 시즌 타율 .280 20홈런78타점으로 또 한 번 생애 최고의 시즌을 갈아 치웠다. 역대 잠실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구단의 유격수가 한 시즌 20홈런을 넘긴 것은 오지환이 역대 최초였다. 비록 골든글러브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의 김재호가 가져갔지만 오지환이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도약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4월의 맹타는 신기루였나, 거짓말 같은 5월의 부진

사실 오지환은 작년 시즌이 끝난 후 병역 의무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 야구단에 지원했다. 하지만 문신 때문에 신체 검사에서 탈락했고 결국 LG에서 한 시즌을 더 치르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가야 할 군대라면 입대를 미루는 것이 썩 좋은 일은 아니지만 LG에게는 오지환의 입대 연기가 천만다행이었다. LG 내에서 오지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LG에 잔류한 오지환은 시즌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르며 LG의 초반 상승세를 주도했다. 오지환은 4월까지 타율 .333 4홈런16타점17득점4도루를 기록하며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 '광토마' 이형종과 함께 LG타선을 이끌었다. 개인적으로도 지난 2년 동안 부족한 팀 성적 때문에 아쉽게 물러나야 했던 골든글러브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듯했다.

하지만 뜨겁던 오지환의 방망이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차갑게 식어 버리고 말았다. 오지환은 5월에 열린 21경기에서 타율 .209 7타점5득점3도루에 그치고 있다. 홈런은 4월30일 kt전 이후 단 하나도 추가하지 못했고 출루 횟수가 줄어 들다 보니 홈을 밟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줄어 들었다. 시즌 초반 주로 2번이나 5번 타순에서 활약하던 오지환은 최근 부진이 이어지면서 타순이 6번까지 밀려났다.

주전 선수가 부진이 길어지면 한동안 라인업에서 빼주거나 1군에서 제외시켜 타격감을 찾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현재 LG에는 오지환을 대체할 만한 유격수 자원이 거의 없다. 퓨처스리그에 있는 황목치승, 윤진호, 강승호, 장준원 등은 주전은 물론 백업으로도 풀타임 1군으로 활약한 경험이 없다. 무엇보다도 오지환만큼의 타격, 특히 장타력을 기대할 수 없어 현재 라인업에서 오지환이 빠지면 가뜩이나 침체된 LG타선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LG가 치른 48경기 중 47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오지환은 올 시즌 타율 .281 4홈런23타점22득점7도루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라는 포지션임을 고려하면 결코 나쁜 성적이 아니다. 하지만 LG가 오지환에게 바라는 기대치는 지금의 성적보다 훨씬 위에 있다. 5월 심각한 부진에 빠진 오지환이 반등하지 못하면 LG의 부진도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오지환은 LG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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