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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생은 땅을 바탕으로 한다. 환한 유년과 즐거운 청춘, 원숙한 중년과 깨달음의 노년 모두가 이 땅 위에서 이루어진다. 동시에 사람이 딛고 사는 땅은 현재 살아가는 이들보다, 묻혀있는 선인이 몇 갑절 많은 곳이다. 그들이 꿈꾸고 만들었던 사연과 이야기가 겹쳐 흙과 토양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많은 이들이 지역의 유래조차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살기에 사는 것이지, 알면서 살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사는 지역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향토연구자나 문화관광해설사 들이 그들이다.

내가 살아 온 고향의 이야기, <천년의 부활>

문화관광해설사인 강근숙 씨가 쓴 <천년의 부활>
 문화관광해설사인 강근숙 씨가 쓴 <천년의 부활>
ⓒ 코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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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의 문화관광해설사로 활약 중인 저자 강근숙씨가 펴낸 책 <천년의 부활>에는 이런 관심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공릉, 순릉, 영릉 장릉 등 조선왕릉에서부터 이율곡, 신사임당, 윤관 장군, 황희 정승 등 파주와 관련 된 다양한 역사 이야기가 저자만의 시각으로 재탄생 됐다.

경기도 파주시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된 4기의 능과 왕실 가족묘가 곳곳에 자리한다. 한양과 개경을 잇는 의주로를 통해 많은 사신과 문필가들이 드나들었다. 발길이 많은 곳에 여러 역사 소재지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교한 조각가의 솜씨로 빚은 석물들은 당대 최고의 글쟁이와 장인이 남긴 문화예술품이다. 날카로운 붓끝과 칼끝과 정으로 쪼아가며 수없이 어루만졌을 신도비와 석물을 바라보며 먼 옛날 이 세상을 다녀간 위대한 조각가의 마음을 헤아린다. - 11쪽

특히 첫 번째 목차인 '천년의 부활'은 제31회 전국향토문화공모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읽는 재미를 더한다. 시종 흥미진진한 구성과 역사적 진실에 다가서려는 저자의 열정이 돋보인다. 

고려 광종 때 평장사(현재의 내무부장관)를 지낸 지해관의 묘를 찾아나서는 여정인데, 외지인은 물론 파주에 거주하는 젊은이들조차 익숙한 이름이 아니다. 저자 역시 구전으로 듣던 이야기였지만, 여러 사람의 도움을 얻어가며 역사적 사실을 새삼 확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해관의 아버지 지경은 원래 송나라 사람이었지만, 태학사로 고려에 왔다가 귀화를 한 인물이다. 그리고 문물제도를 정비하는데 많은 공을 세웠다. 후손들 역시 왜구격퇴에 큰 공을 세웠고, 크게 가문이 일어났다. 고려 때는 평장사 36명을 배출했고, 조선에서는 문·무과에서 110여 명의 급제자가 나왔다고 한다. 현대사로 오면 지석영 선생, 광복군총사령관 지청천 장군도 있다.

그렇지만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묘를 실전했고, 지난 1964년에야 후손들이 뜻을 모아 인근 땅을 사고 묘역을 새로이 단장했다고 한다. 그것도 또 하나의 역사이다.

삶을 가장 잘 가르치는 것은 죽음

저자가 땀으로 기록한 역사를 담고 있는 책.
 저자가 땀으로 기록한 역사를 담고 있는 책.
ⓒ 강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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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바르고 멋지게 삶을 삶고 싶어 한다. 하지만 뜻 같지 않은 것이 인생이다. 저자는 '죽음보다 삶을 잘 가르치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묘 앞에 서면 그 사람이 살아온 역사가 보이고 난세에 치열하게 살다간 인물과 사건들이 고구마처럼 줄줄이 달려 나온다. (중략) 내가 하고자 한 것은 지씨 가문을 드러내는 일이 아니라 또 하나의 역사를 끌어안고 싶었다.' - 18쪽

이밖에도 책에는 율곡 선생 가족묘, 윤관 장군 묘역, 파평윤씨 종중묘역, 활과 화살 전문 박물관인 영집 궁시박물관, 임진강 황포돛배 등 재미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저자인 강근숙 씨는 '한국수필'로 1998년 문단에 등단했고, 파주문학회 회장도 역임했다. 원종린문학상, 국민건강보험체험수기 장려상, 전국향토문화공모 우수상 등을 수상한 글 솜씨가 살뜰히 실려 있다. 책에 담긴 내용은 파주의 역사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큰 흐름 중 한줄기다.

덧붙이는 글 | 강근숙 저 / 코드미디어 / 2017.04.29.



천년의 부활 - 문화관광해설사가 쓴 파주문화유산답사기

강근숙 지음, 코드미디어(2017)


태그:#천년의 부활, #파주, #역사, #강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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