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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기르다 보면 어린 시절을 다시 살아보게 되는 것 같아."

각자 아이를 기르고 있는 언니들과 만나 수다를 떨다가 나온 말이었다. 모두 이 말에 공감했다. 육아는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옛 유년기의 기억을 새롭게 채워 준다. 무심코 지나던 길을 아이와 함께 걷다 보면 아이의 시선을 따라 돌멩이에도 눈을 주게 되고, 어떨 땐 함께 동요에 맞춰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한다.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의 난다 작가는 이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 몫은 이미 다 써버린 유년 시절에 한 번 더 무료 탑승한 기분"(230화 <유년 2회차>)이라고.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책표지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책표지
ⓒ 덴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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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아래 짬짬이 육아) 저자도 다시 유년 시절로 돌아가는 경험을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경험의 매개에 '그림책'이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엄마만 아이에게 그림책을 설명해주는 게 아니다. 때로는 아이의 눈을 통해 엄마는 그림책의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림책은 아이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기도 하고, 성교육을 위한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부모에게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기도 한다.

한 예로 <이유가 있어요>라는 그림책을 통해, 저자는 아이의 떼쓰기에도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환기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물어본다.

"왜 밤 늦게까지 잠을 안 자?"
"자기 싫으니까!"

가만 들으면 맞는 말이다. 자기 싫은데 억지로 자라고 하니 눕기는 눕지만 잠이 안 오는 걸 어찌하란 말인가.

저자가 소개하는 그림책의 주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다. 먹기, 씻기, 똥 싸기, 친구들과 놀기 등등 일상의 매 순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생활습관형' 그림책이 있는가 하면, 장애아이나 한부모 가족을 다룬 그림책도 소개한다. 어떤 책이든 부모와 아이, 양자 모두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

그림책 통해 아이와 여행한 일상의 기록 <짬짬이 육아>

이 책을 읽고 나니 문득 나도 오래전 사두었던 그림책이 떠올랐다. <짬짬이 육아>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독자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림책의 제목은 <아주아주 많은 달>로, 어린 공주와 광대가 등장한다.

어린 공주는 아버지인 왕에게 '달을 갖고 싶다'고 한다. 왕은 즉시 시종장, 궁중 마법사, 궁중 수학자들을 불러 이야기했으나 달을 따 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름에 잠겨 있는 왕을 보고 광대가 다가온다. 자초지종을 듣더니 광대는 곧 공주에게 달려가 묻는다.

공주님, 달은 얼마나 큰가요?
-내 엄지손톱보다 조금 작아. 내가 달을 향해 엄지손톱을 대 보면 딱 가려지거든.
공주님 달은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나요?
-당연히 금으로 만들어졌지. 그것도 몰라?


그래서 광대는 금 세공인을 찾아 가 공주의 엄지손톱보다 조금 작고 동그란 황금 달 팬던트를 만들어달라고 한다. 공주는 뛸듯이 기뻐한다.

그 이후에도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아이의 요청이나 질문이 때로 황당무계하고 어처구니없을 수도 있지만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대화를 해보면, 아이에게 이미 답이 있다는 내용을 절묘하게 연출한 책이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 나는 이 책을 여러 번 읽으면서,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꼭 질문과 대화로 서로를 이해하도록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이를 만난 지 2년째, 여전히 너무나 어려운 일이지만...

<짬짬이 육아>는 그림책들을 통해 아이와 함께 여행한 일상의 기록이다. 그림책도 그렇지만, 그림책을 통해 서로가 같이 일상과 태도를 성찰하는 이 에세이들을 읽다 보면 나까지 절로 위로 받는 느낌에 휩싸인다.

직장에 치이고 가정에 미안하고, 늘 괴롭고 외로운 워킹맘의 육아에 공감하기도 하고, 그림책을 읽고 난 후 아이가 말하는 뜻밖의 통찰에 놀라다 보면 어느새 내 육아의 무게도 한결 가벼워진다. 그래, 나 역시 '틀려도 괜찮아' 하고 어깨를 토닥토닥 격려 받는 기분이랄까.

다만 이 책을 읽는 데에 있어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나도 모르게 갑자기 지갑이 얇아질 수 있다는 것. 저자의 일상을 따라 함께 울다 웃다 보면, 어느새 그들이 읽었던 그림책을 폭풍 결제하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바로 나처럼.


짬짬이 육아 - 하루 11분 그림책

최은경 지음, 덴스토리(Denstory)(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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