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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화를 담은 영화 <내 어깨 위의 고양이, 밥>
 실화를 담은 영화 <내 어깨 위의 고양이, 밥>
ⓒ 누리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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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야기 속 고양이가 출연하는 흥미로운 영화를 봤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A Street Cat Named Bob, 2016)>, 길 위의 남자와 길고양이 밥에 대한 이야기다. 쓰레기통에서 먹거리를 찾곤 하며 홀로 힘들게 살아가는 남자에게 뜻밖의 손님 '밥'이 운명처럼 찾아오면서 그의 삶은 점차 바뀐다.

도시에서 소외당하며 살던 두 존재가 운명처럼 만나 서로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따뜻한 영상과 잔잔한 기타 선율, 노래가 흐르는 음악으로 담아낸 영화다. 실제 사연의 주인공 고양이 '밥'이 자신의 역할로 출연해 재미와 감동을 더했다. 냥이 집사 혹은 '냥덕후'가 아니더라도 공감이 가는 좋은 영화였다.

영화처럼 내 삶을 구원해줄 정도는 아니지만, 홀로 떠난 여행길에 우연히 마주친 고양이들이 떠올랐다. 잔잔한 감동과 쌉싸름한 쓸쓸함을 전해주는가 하면, 알 수 없는 묘한 눈빛과 몸짓으로 나를 토닥거려 주었던 고양이들. 참 묘(고양이 猫)한 경험이었다. 여행지의 멋진 풍경, 인심 좋은 동네 주민만큼이나 위로가 돼주었다. 요즘 자신의 삶에 길이 남을 사진을 두고 '인생샷'이라 하던데, 그런 고양이는 '인생냥'이 아닐까 싶다.

 여수 고소동 언덕동네에서 만났던 길고양이.
 여수 고소동 언덕동네에서 만났던 길고양이.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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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서 마주친 냥이의 설렜던 '부비부비'

전남 여수의 벽화골목으로 유명한 언덕 동네 고소동에 갔었다. 자전거 여행자만 보면 과한 관심을 보이며 짖어대는 충성스런 개들에게 쫓기다 보니 조금은 지치기도 했다. 어느 길모퉁이에서 여행자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 길고양이와 마주쳤다. 고양이의 무심한 태도는 오히려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게 한다. 아이를 대하듯 예쁜 냥이와 시선을 맞추려 주저앉아 "냥이야, 안녕!"하고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이 흰 고양이가 내 앞으로 자연스럽게 걸어오는 게 아닌가. 처음 겪는 일이라 "어어~"하는 사이 고양이는 내 가랑이 사이를 지나 허벅지에 몸을 쓱 부비더니 내 옆에 가만히(혹은 무심히) 앉았다. 길고양이는 곧 골목 어딘가로 유유히 떠났지만, 동족에게 하듯 친근하게 대해 주었던 '부비부비' 사건은 짧지만 강렬한 추억으로 남았다. 이후 우연히 마주친 냥이들이 보이는 친근함의 몸짓을 기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깊고 친근한 눈빛으로 날 토닥거려 주었던 섬 마을 고양이.
 깊고 친근한 눈빛으로 날 토닥거려 주었던 섬 마을 고양이.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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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섬 여행에 힘을 주었던 냥이의 친근한 눈빛

한국관광공사와 취재일로 경남 통영 욕지도에 자전거 여행을 갔었다. 해안선이 약 30km 정도의 아담한 섬이었지만, 경사진 언덕길이 많아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자전거 주행이 무척 힘들었다. 지친 심신을 이끌고 이른 저녁밥을 먹으러 들른 해안마을 어느 식당에서 목에 방울을 단 집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냥이야 안녕~" 손을 흔들자, 자그마한 고양이가 방울을 딸랑거리며 다가오더니 내 무릎 위로 올라와 눈을 맞췄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내 모습이 신기한지 렌즈를 통해 나를 계속 쳐다보는 게 아닌가. 깊고도 알 수 없는 눈빛이 이상하게도 편안했다. 귀여운 고양이가 전해준 친근한 눈빛 덕택에 다음 날까지 이어진 섬 여행이 덜 힘들었다. 개나 소와 달리 젊은이, 늙은이 등 사람을 부르듯 고양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사람을 고양시키는 이'라는 뜻에서 고양이가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사람들이 떠난 쓸쓸한 집터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
 사람들이 떠난 쓸쓸한 집터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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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족처럼 살갑게 대해 주었던 목포역 앞 길고양이.
 동족처럼 살갑게 대해 주었던 목포역 앞 길고양이.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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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도 허물지 못한 고양이의 영혼

시화호 간척사업으로 바다가 뭍이 되면서 신도시 개발지가 된 경기도 화성 우음도. 주민들 대부분이 떠나고 을씨년스러움만 남은 이 섬에서 한 마리 고양이와 마주쳤다. 녀석은 외롭지도 않은지 섬을 떠나지 않은 채, 지나가는 나비들을 쫓아다니고 있었다. 그동안 길고양이는 그저 불쌍하다고만 여겼는데, 외로움을 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고양이가 처음으로 대단하게 보였다. 

오히려 고양이는 외로움과 고립을 즐기는 듯했다. 고양이에게 외로움은 집처럼 편안해 보였다. 외로움이 깊어지면 타인을 혐오하고 괴팍해지는 사람들보다 낫구나 싶었다. 혹시 고양이의 영혼은 외로움이 완성시켜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던 길고양이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야!" 도시에 살면서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 된 외로움, 이를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그래서 기꺼이 고양이 집사를 자처하나 보다.

 외로움을 즐기는 듯한 고양이.
 외로움을 즐기는 듯한 고양이.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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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여행자에게 개와 달리 고양이의 관심은 반갑다.
 자전거 여행자에게 개와 달리 고양이의 관심은 반갑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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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송고했습니다 - sunnyk21.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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