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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강가에 서있는 300년 고목
▲ 두물머리 풍경1 두물머리 강가에 서있는 300년 고목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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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의 봄/이승철

민들레 핀 물가에서
홀연히 떠나버린 옛사랑을 회상하네,
물속에 아른거리는 산 그림자
등 돌리고 멀어져간 임을 그리네,

역사의 원한서린 탄금대 지나
달래강도 품어주며 흘러온 남한강
수종사 종소리 가물가물
굽이굽이 머나먼 길 달려온 북한강

오랜 세월 말 못하고 속앓이 하다
서로 만나 얼싸안고 어우러진 팔당호
보슬보슬 봄비는 소리 없이 내리고
잔물결 호수엔 꽃잎들만 일렁이네.

아~ 그대여 보고 싶어라.
보고픔 올올이 담아 편지를 띄워볼까
아~ 그대여 보고 싶구나.
에헤야 저 강물에 배를 띄워 볼까나,

다시 돌아 온 계절은
꽁꽁 얼었던 강물을 풀어놓고
죽은 듯 메말랐던 나뭇가지들도
저리 화사한 꽃 피우고 새순 돋는데

미움도 다소곳이 끌어안으면
잠들었던 정다움이 새록새록 돋아나고
한순간의 미움과 노여움이사
따스한 햇살에 봄눈 녹듯 풀어지거늘

소리쳐 불러도 대답 없는 너
옛정은 어디가고 원망만 남았을까
토라진 마음은 돌이킬 수 없는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애태우던 그대

아~ 그대여 돌아오고 있나요
봄처럼 다시 오는 그대 발자국소리
아~ 그대여 고맙고 반가워라,
에헤야 어절시구 두물머리 내 사랑,

호숫가에 외롭게 떠있는 작은 배 한척
 호숫가에 외롭게 떠있는 작은 배 한척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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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물가의 연인들
 두물머리 물가의 연인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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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은 몹시 추웠다. 지난여름도 무척이나 무더웠다. 그래서였을까, 지난가을 단풍은 참으로 고왔다. 지난여름 끝자락에 이곳 두물머리 근처로 이사를 했다. 손바닥처럼 작은 텃밭이 딸린 작지만 아담한 빌라형 집, 작은 텃밭도 가꾸고 오가는 길가에 나무와 꽃씨도 뿌리며 정이 듬뿍 들었다.

지난 연말부터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의 촛불시위가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고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의 파면결정이 내려졌다. 이번에는 대한문 앞쪽에서 탄핵과 촛불반대 태극기 시위가 벌어졌다. 촛불과 태극기 집회, 참으로 뼈저린 우리의 한 시대를 풍미하는 역사의 현장이었다. 주말마다 그 역사의 현장을 찾았다. 한쪽은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진 축제분위가, 다른 한쪽은 증오가 넘쳐났다. 목발을 짚고 광화문광장을 찾은 4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남성은 "역사의 현장인데 몸은 불편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역사의 주인공으로서 기꺼이 나왔다고"고 말했다.

두물머리에서 바라본 남한강 쪽 풍경
 두물머리에서 바라본 남한강 쪽 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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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수많은 외국인들도 볼 수 있었다. 하나같이 놀랍다는 표정들이었다. 수많은 경찰들이 양편을 갈라놓고 충돌을 방지하려는 경계를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어느 곳에서도 충돌의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기자는 그 현장에서 우리 시민들의 수준 높은 의식과 우리민족의 위대성을 함께 보았다. 아니 현실은 암담했지만 우리민족의 미래와 희망을 보았다.

어린이들로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3대가 함께 손을 잡고, 유모차를 끌고 어린자녀와, 부부 또는 연인 친구들과, 목발을 짚은 장애인들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한 수십 수백만의 시민들, 어려운 삶의 현실과 부패한 권력에 분노하는, 그러나 시민들의 함성과 노래 속에는 희망의 불꽃이 힘차게 솟아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길산이 멀리 보이는 북한강 쪽 풍경
 운길산이 멀리 보이는 북한강 쪽 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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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아무리 두루 살펴보아도 유사이래 이런 사례는 없었다. 이렇게 엄청난 사람들이 두 쪽으로 갈려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집회를 하는데, 이렇게 평화롭고 충돌로 인한 불상사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일이 있었던가? 민주주의와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나라들의 역사에서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정말 놀라운 역사의 현장이 아니었던가.

양평군 양서면으로 이사한 이후 한 주에 몇 번씩은 강변 산책을 나간다. 지난겨울 추위는 조금 늦게 찾아왔다. 그러나 강추위가 몰아치자 며칠 만에 강과 호수는 꽁꽁 얼어붙었다. 물에서 먹이를 찾던 철새들은 모두 날아가 자취를 감춰버렸다. 북한강도, 남한강도, 두 물이 합쳐진 팔당호 두물머리도, 철새들의 합창으로 항상 떠들썩했었는데 갑자기 적막강산이 되어버렸다. 한 번 얼어붙은 강과 호수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연못 옆길에 있는 조개모양의 의자
 연못 옆길에 있는 조개모양의 의자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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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기대선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 4월 어느 날 찾은 두물머리 물가엔 민들레 노란꽃들이 앙증맞게 피어있었다. 겨우내 말라붙어 죽은 것 같았던 나뭇가지들도 잎과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호수 물빛은 더욱 푸르렀다. 추위를 참으며 오랜 기다림이 물빛을 더욱 맑게 했으리라. 흐름을 전혀 알아차릴 수 없이 흐르고 흘러 소리 없이 속으로 어우러져 하나가 된 팔당호, 호수주변 산록에 피어난 산벚꽃들이 물결 속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아우성치듯 피어난 봄꽃들과 나뭇잎들, 소리 없이 흘러 두 강물이 하나가 된 호수가 말한다. 헤어졌던 옛사랑이 다시 돌아와 하나가 된 연인들처럼, 절망과 좌절에 빠져 허우적대던 이 땅의 삶들이 다시 희망을 불태우는 새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줄서 기다리는 사람들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줄서 기다리는 사람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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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두물머리, #북한강, #남한강, #운길산,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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