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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청년단체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한반도민주청년연합 박영철 대표, 남북현대사산책 김영호 대표, 통일시민아카데미 김성렬 대표. 이 자리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함께했다.
▲ 문재인 지지선언 한 탈북 청년들 탈북 청년단체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한반도민주청년연합 박영철 대표, 남북현대사산책 김영호 대표, 통일시민아카데미 김성렬 대표. 이 자리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함께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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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 한반도민주청년연합, 남북현대사산책, 통일시민아카데미, 남북청년나눔운동 등에 속해 있는 탈북 청년 40여 명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마다 다양한 지지 선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탈북단체의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탈북자 단체가 진보적 대북 노선을 내세우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경우가 그 전에 또 있었는지는 좀 더 확인해봐야겠으나 탈북 단체의 문 후보 지지 선언에 대한 언론의 관심에서 알 수 있듯이 이것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그러면 이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에 대한 분석을 위해 우선 관련 내용을 보도한 오마이뉴스(관련 기사 : "북한과 엮지 마라", 문재인 지지선언한 탈북 청년들)기사를 통해서 이들의 문 후보 지지 이유를 살펴보려고 한다. 26일 지지선언을 한 탈북 청년들은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하였다.

"탈북 사회도 보수 성향이 짙은 것으로 비쳐지는 측면이 있지만 다양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일 뿐이다"
"탈북 청년 중에도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우리도 탈북민 모두를 대표한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한국사회에 다양성이 존재하듯 탈북자 사회에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을 뿐"
"선거 때마다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케케묵은 색깔론을 이젠 정말 끝내야 한다."
"북한을 직접 경험하고 목숨 걸고 탈출한 우리야말로 문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종북' 비난에 관해 제대로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 후보를 '종북'이라고 비난하려면 그를 지지하는 우리 탈북 청년들부터 먼저 설득하라."

여기서 나온 발언 내용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탈북자는 보수적이라는 세간의 인식은 편견이고, 탈북자 내부에서도 이념적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색깔 공세는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탈북청년들의 이 주장은 무엇보다 '탈북자는 대북 문제에 있어 보수적이다'라는 일반적 통념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 과정에 있어 남남갈등을 줄이는 데에도 중요한 함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

탈북자들이 대북 문제에 보수적이다?

그러면 먼저 '탈북민은 대북 문제에 있어 보수적이다'라는 통념은 왜 생겼을까? 탈북 청년들의 주장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위와 같은 통념의 생성 원인부터 살펴봐야 한다.

우선 탈북은 북한이 싫어서 떠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탈북이라는 용어는 1990년대 중후반 북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대규모 이탈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서 나왔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은 사회주의권의 붕괴에 따른 국제적 고립, 김일성 사망, 대홍수와 같은 자연재해 등이 겹쳐서 최악의 대기근 사태에 직면했다. 이후 북한 주민들의 대규모 탈북 사태가 발생했다.

그런데 그 이전에도 탈북은 있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귀순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었다. 왜 그랬을까? 그 당시 탈북은 북한의 엘리트 그룹 내에서 소수에 의해서 이뤄졌다. 이들은 북한 체제에 속한 엘리트들과 직접적인 갈등을 빚고 탈북을 감행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북한 체제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또한 적대적이다. 그러므로 귀순이라는 개념은 이들의 탈북을 설명하기에 매우 적절한 개념이다. 왜냐하면 귀순은 적진에 속해 있던 사람이 그 쪽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우리 쪽 입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귀순은 사상적 전환의 성격이 강한 개념이다.

그러면 소수 엘리트들에 의해서 이뤄진 탈북 즉 귀순과, 1990년대 중후반 이뤄진 대규모 일반인들의 탈북은 어떤 공통점과 차이가 있을까? 먼저 공통점을 살펴보면 이것은 모두 북한이 싫어서 탈북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러므로 이들은 모두 북한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세부적인 탈북 동기와 그 성격을 분석해보면 약간의 차이점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지점은 꽤 미묘하면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선 1990년대 중후반부터 이어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대규모 탈북 동기는 초기와 그 이후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뉜다.

1990년대 중후반 초기 탈북은 아사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생존의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탈북 동기가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북한이 폐쇄적인 고립 국가이기는 하지만 외부 정보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더 나은 삶을 목적으로 한 탈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후 탈북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으며 그 결과 현재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수가 3만 명을 넘게 되었다. 물론 이들 대다수는 북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가질 것이다. 또 상당수는 부정적 생각을 넘어 북한 체제에 적대적인 감정을 보일 것이다.

다만, 소수 엘리트들과 일반 주민들을 비교해보면 북한 내에서의 여건, 탈북 동기 등에 있어 약간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래서 모든 탈북자들이 북한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적대적 의식의 범위와 정도에는 여러 층위로 나뉠 것이다.

바로 이 이점이 "탈북 사회도 보수 성향이 짙은 것으로 비치는 측면이 있지만 다양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일 뿐이다"라는 탈북 청년 말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말의 의미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보수 세력의 종북몰이, 탈북자에 대한 편견을 낳다

그리고 이 지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탈북자들이 북한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심지어 적대적 의식을 갖는다고 해서 '이들이 대북 문제에 있어 보수적이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편견이다. 왜냐하면 한국 내부에서 대북화해협력 노선, 즉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도 북한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북한의 여러 태도에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적 대북접근법인 햇볕정책 노선과 보수적 대북 접근의 차이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의식 여부에 의해 나뉘는 것이 아니다. 차이는 평화와 국익 실현을 위한 관점과 방법론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에 대한 인식 태도 여부로 계속해서 접근하여 햇볕정책이 북한에 대한 긍정적·우호적·낭만적 사고에 근거했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보수 세력의 마타도어일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을 탈북자들이 하는 것은 어렵다. 자칫 잘못하면 보수 세력 '종북몰이'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어려운 탈북과정을 통해서 넘어온 대한민국 내에서도 소외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26일 탈북 청년들의 문 후보 지지선언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선언은 남남갈등 해소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남남갈등 해소는 중요하며 이를 통해 합리적인 인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것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이들의 선언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보수 세력의 '반노무현' 정치 전략을 분석한 <진보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반노무현주의, 탈호남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의 부활>이라는 책을 최근에 낸 바 있습니다.



태그:#문재인, #탈북청년, #종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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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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