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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민혁명은 마침내 박근혜를 파면시키고 구속시켰다. 촛불의 바다 속에서 시민들은 박근혜 구속을 넘어 '적폐청산'을 외쳤고, 이제 탄생할 새 정부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 그 일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대전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을 대상으로 우리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청산해야 할 과제에 대한 생각을 듣는 '릴레이인터뷰-적폐청산 그리고 미래'를 진행한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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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3년을 앞두고 그동안 물 속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가 인양되어 뭍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미수습자 9명은 아직도 수습되지 않고 있고, 철저한 진상규명도 요원한 상태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촛불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외쳤고, 박근혜 파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실천하고 있는 '밴드 프리버드', 고충환씨, '님들의 행진'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밴드 프리버드'는 투어 버스킹을 진행 중이고, 고충환씨는 나무에 세월호 불도장을 찍어 전국에 배포하고 있다. 또한 '님들의 행진'은 매주 리본 나눔과 서명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밴드 프리버드'는 "촛불 시민의 1차 과제는 달성했지만 '관련자 처벌'과 '적폐청산'이라는 다른 과제가 남아있다"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는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된 새로운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님들의 행진'의 서준수 회원은 "세월호 진상규명이 박근혜 정권에 의해 철저하게 방해받고, 또 박근혜 정권의 하수인들이 유가족들을 농락하고, 패륜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정권과 하수인들에 대한 강한 분노와 더불어 유가족에게는 애틋함과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끝까지 할 것이다"고 밝혔다.

고충환씨는 "세월호 불도장은 바로 폭력에 대한 저항"이라며, "저항을 대중화시키기 위해 계속 불도장을 찍을 것"이고, "세월호 참사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일이기에, 진상규명의 끝을 보지 않으면 참사는 반복될 수 있다"며,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싸우자"고 말했다.

다음은 '밴드 프리버드', '님들의 행진' 서준수 회원, 고충환 씨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인터뷰①] 밴드 프리버드

지난 1월 7일, ‘밴드 프리버드’가 세월호 1000일을 맞아 진행된 대전 8차시국대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이들은 대전시국대회 뿐 아니라 타지역까지 다니면서 수차례 공연을 펼쳤다.
 지난 1월 7일, ‘밴드 프리버드’가 세월호 1000일을 맞아 진행된 대전 8차시국대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이들은 대전시국대회 뿐 아니라 타지역까지 다니면서 수차례 공연을 펼쳤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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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시국대회 촛불집회 무대에 올라 많은 공연을 펼친 것으로 알고 있다. 무대에 올라 공연하면서 느낀 소감은?
"우선, 시국 대회가 거듭될수록 우리와 같은 생각으로 광장으로 나온 분들이 늘어나서 큰 위안을 얻고 힘이 됐다. 그리고 각 단체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뜨거운 촛불의 염원을 담아 한자리 모여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며 '민주주의는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또한, 우리는 음악과 노래로 그 뜻을 같이했기에 뜨거운 마음으로 함께 외칠 수 있었다."

- 무대에 오르면서 공연자로서 블랙리스트 등 피해가 우려되지는 않았나? 혹시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 피해를 본 경우는 없었나?
"'밴드 프리버드'는 록밴드이고, 록은 '저항정신'과 '시대정신'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피해를 우려하지도 않았고, 피해를 본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없어져야 할 적폐 중 하나다. 비록 어느 정권에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정당화'되고 '구체화'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문화는 우리 생활에서 '기본적 권리'이기 때문에 절대로 어느 특정인이나 특정 정권의 입맛대로 맞춰져서는 안 된다."

- 박근혜 파면과 구속으로 촛불 시민들의 1차적인 과제는 달성했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은데 어떤 과제들이 남아 있는가?
"촛불 시민의 1차 과제는 달성했지만, '관련자 처벌'과 '적폐청산'이라는 다른 과제가 남아있다. 청산해야 할 과제는 많지만, 대표적인 몇 개만 들자면 교육, 친일청산. 노동. 정치적 기득권세력 청산 등을 들 수 있다. 이 적폐들을 청산하지 않는다면 희망의 미래는 있을 수 없다. 더불어 '한일 위안부 졸속합의 철회'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지난 8일 으능정이거리에서 ‘밴드 프리버드’의 버스킹 공연 모습. 박근혜 파면 이후에도 새로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공연을 지속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는 오는 4월 16일에도 으능정이거리에서 버스킹을 예정하고 있다.
 지난 8일 으능정이거리에서 ‘밴드 프리버드’의 버스킹 공연 모습. 박근혜 파면 이후에도 새로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공연을 지속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는 오는 4월 16일에도 으능정이거리에서 버스킹을 예정하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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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파면으로 시국 대회는 끝났지만, 다시 버스킹 투어를 다니고 있는데, 어떤 내용으로 진행하고 있나?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3년여간 투어를 다니면서 진상규명을 외치고 온전한 선체인양과 '세월호 특별법' 등에 관한 서명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정치적 기득권 세력들의 방해로 세월호 특조위는 2016년 9월을 기점으로 결국 강제해산 되었다. 천만인의 서명지도 국회문을 통과 하지 못했다.

결국, 수사권·기소권도 없이 특조위 활동을 제한하는 데 여야가 밀실 합의함으로써 국민들의 뜻을 져버렸다. 그런 행태 때문에 2016년 특조위 강제해산 직후부터 다시 버스킹 투어에 돌입했다. 3년여 만에 뭍으로 올라온 세월호를 온전히 보존하고, 미수습자를 수습하려면 그리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하려면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된 새로운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 시국 대회나 버스킹하면서 많은 노래를 불렀다. 그중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노래는 어떤 노래인가? 그리고 그 이유는?
"대전뿐 아니라 전국 시국 대회에서 많은 공연을 했다. 그중에서도 시국집회의 행진 전에 다 함께 같이 외쳤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현장 분위기뿐 아니라 우리 가슴속에도 가장 뜨거웠던 함성이었다. 세월호 투어 버스킹은 진실을 은폐하고, 진상규명에 반대하는 기득권 정치세력들이 하지 못하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가슴 아픈 현실을 각인시켜 '잊지 말고 행동하자'는 취지이다.

그래서 우리의 노래보다는 모두 다 알 수 있는 노래들로 투어공연을 했다. 그중에서도 도종환 시인의 시에 가수 백자가 곡을 붙인 '화인(火印)'이라는 노래는 부를 때마다 그날의 아픔이 떠올라 매번 뜨거웠었고, '광야에서', '일어나' 같은 곡들도 뜨거웠으며, 현시대를 반영한 듯한 노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등이 관객들과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인터뷰②] '님들의 행진' 서준수 회원

11일 으능정이거리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님들의 행진’ 회원들. 이들은 매주 화요일 저녁 으능정이거리 등에서 서명운동과 리본나눔을 지속하고 있다.
 11일 으능정이거리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님들의 행진’ 회원들. 이들은 매주 화요일 저녁 으능정이거리 등에서 서명운동과 리본나눔을 지속하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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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은 행진'은 어떤 모임이고, 어떤 활동을 해오고 있는가?
"세월호 참사 이후 2014년 11월에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그간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진행됐던 대전역 촛불집회도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당시 특별법은 반쪽짜리도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며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게 되었다. 매주 모여서 리본을 나눠주거나, 특별법을 무력화시켰던 정부 시행령 폐기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여왔고, 요즘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서명은 받고 있다."

- 얼마 후면 세월호 참사 3주기다. '님들의 행진'의 활동도 3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렇게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세월호 진상규명이 박근혜 정권에 의해 철저하게 방해받고, 또 박근혜 정권의 하수인들이 유가족들을 농락하고, 패륜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정권과 하수인들에 대한 강한 분노와 더불어 유가족에게는 애틋함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더 그럴 때마나 '리본 하나라도 더 학생들 가방에 달아주고, 한 명이라도 더 서명을 받자'며 오기도 생겼다. 앞으로도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끝까지 할 것이다. "

‘님들의 행진’ 서준수 회원이 한 시민의 지갑에 노란리본을 달아주고 있다.
 ‘님들의 행진’ 서준수 회원이 한 시민의 지갑에 노란리본을 달아주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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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는 파면, 구속되었고, 세월호도 인양되었다. 앞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이루어져야 할 일이 남아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가?
"진상규명은 하나도 안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해 9월 말에 강제로 해체된 특별조사위원회가 재가동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박근혜의 7시간뿐 아니라, 세월호-국정원 연루설, 선원들만 탈출한 이유, '가만히 잊으라'고 한 이유 등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생긴 의문점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박근혜는 구속됐지만, 우병우와 해수부 고위공직자 등 박근혜 부역자들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또한,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했던 국정원과 언론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해체수준의 개혁을 시켜야만 한다."

[인터뷰③] '세월호 불도장' 만드는 고충환씨

고충환씨가 자신의 공방에서 세월호 불도장을 찍고 있다.
 고충환씨가 자신의 공방에서 세월호 불도장을 찍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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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불도장을 찍어 배포하고 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일 년 동안은 리본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리본은 생명력이 짧았다. 길어야 1주일... 그래서 세월호 참사 1주기 때 더 오래 기억해주길 바라며 나무를 잘라서 가져가 글씨 쓰고, 그림을 그려줬다. 그다음에 '나무에 화인(火印)을 찍자', 그러면 더 오래간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불도장의 시작이었다. 지금까지 2년 동안 4만 4천 개 넘게 불도장을 찍었다."

- 본인에게 '세월호 불도장'은 어떤 의미인가?
"나무에 불도장을 찍다 보면 엉뚱하게 내 심장에다 불을 들이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국가가 저지른 폭력이든, 강자가 약자에게 저지른 폭력이든, 부당한 폭력에는 저항해야 한다. 세월호 불도장은 바로 폭력에 대한 저항이다. 그 저항을 대중화시키기 위해 계속 불도장을 찍을 것이다. 불도장을 찍으면서 내 몸 곳곳에서 탄내가 베고, 내 몸 곳곳에다 불도장을 찍는 느낌이 들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도 똑같은 심정을 갖고 이 싸움에 임했다고 생각한다."

- 불도장을 찍고 배포하면서 힘들었던 때가 있었나?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더 많이 못 찍어서 한이다. 기존에 세월호를 추념하는 물건들도 많이 있지만, 불도장은 나름의 의미를 더 갖고 있다. 불도장을 몇 시간씩 찍다 보면 마음고생은 둘째 치고, 손바닥이 물러 물집이 생기면, 붕대를 감고, 그러다 보면 내 손이 내 손이 아닌 것 같다.

샌딩(나무 다듬기)하는 과정에서 손톱이 빠지기도 한다. 그럴 땐 빠져나오는 손톱을 테이프로 칭칭 감고 버틴다. 불도장 작업을 할 때는 아픈 것을 모르지만, 한바탕 끝내고 나면 고통이 밀려온다. '진실을 알자며 이렇게까지 싸우는 데 바꿀 수 없는가?'라는 생각이 들 때면, 독립투사들은 목숨을 걸었는데, 이 정도 고통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고충환 씨가 찍은 불도장의 모습들.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2014.04.16’
 고충환 씨가 찍은 불도장의 모습들.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2014.04.16’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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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집회에 꾸준히 참석하면서 세월호 진상규명과 관련해서 느꼈던 소회나 시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불행하게도 개인적으로는 정권교체가 된다고 해도 '우리가 바라는 대로 진실이 밝혀질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계속 싸워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슬프다. 세월호 참사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일이기에, 진상규명의 끝을 보지 않으면 참사는 반복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싸워왔던 분들께 당부하고 싶다.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싸우자. 끝이 나야 끝이 난 것이다."


태그:#세월호, #세월호 3주기, #밴드 프리버드, #님들의 행진, #세월호 불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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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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