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봄 배구'... 2016~2017 V리그 한국전력-삼성화재 경기 모습

간절한 '봄 배구'... 2016~2017 V리그 한국전력-삼성화재 경기 모습 ⓒ 박진철


봄 배구 열차가 어느덧 종착역에 다가서고 있다. 그러나 최종 탑승자가 누가 될지 아직도 안개 속이다.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팀들이 많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앞서 갈 만하면 발목을 붙잡는 고춧가루 부대의 성능도 역대급이다.

지난 2일 벌어진 우리카드와 삼성화재 경기는 간절함 그 자체였다. 세트 스코어 3-1(28-26, 25-23, 25-27, 27-25)로 삼성화재가 승리했지만, 매 세트 점수만 봐도 그 치열함을 알 수 있다. 실제 경기 내용도 시종일관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며, 보는 팬들조차 숨을 제대로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면 사실상 끝이었던 삼성화재가 승리하면서 봄 배구(준플레이오프 이상) 진출 경쟁은 더욱 혼돈으로 빠졌다.

지난 3일에는 대한항공이 정규리그 우승 확정을 눈앞에 두고 '강팀 킬러' 한국전력에게 완패를 당했다. 그러면서 2위 현대캐피탈에게 실낱같지만 막판 뒤집기 우승 가능성이 발생했다. 한국전력은 이날 승리로 2위 자리도 넘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더 이상 경우의 수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게 됐다. 정규리그 우승이든 준플레이오프든, 살아남는 게 최선이다. 각 팀별로 남은 경기는 고작 2~3경기뿐이다. 이 2~3경기에 올 시즌 1년 농사는 물론, '팀 창단 이후 최초'가 걸린 역사들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더 간절하고 놓칠 수가 없다.

승점 1점, 피가 마른다

4일 현재 남자부에서 봄 배구 경쟁을 벌이는 팀은 무려 5팀이나 된다. 대한항공(24승10패·승점 70점), 현대캐피탈(21승12패·62점), 한국전력(21승13패·59점), 삼성화재(17승17패·54점), 우리카드(16승17패·51점) 순이다.

대한항공·한국전력·우리카드는 '창단 이후 최초'로 겨울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다. 대한항공·한국전력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그러나 프로배구 출범 이후는 물론이고, 1984년 제1회 대통령배 배구대회부터 2015~2016시즌 V리그까지 32년 동안 겨울 리그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

우리카드는 봄 배구조차 가본 적이 없다. 지난 2012~2013시즌과 2013~2014시즌 연속 정규리그 4위에 오르며 봄 배구 문턱까지 갔지만, 막판 뒷심 부족으로 놓치고 말았다. 모두 승점 4~5점이 부족해 포스트시즌(준플레이오프 이상)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세 팀의 봄 배구에 대한 기대감과 간절함이 어느 정도인지는 긴 설명을 요하지 않는다. '만년 우승후보' 꼬리표를 떼야 하는 대한항공, '만년 약체' 이미지를 벗어던져야 하는 한국전력·우리카드다.

그리고 숱한 좌절과 아픔을 견디면서 여기까지 왔다. 또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절호의 기회를 앞에 두고, 구단 관계자와 선수는 물론 팬들까지 승점 1점에 피가 마른다.

'정반대'로 절박한 삼성화재

삼성화재는 이들과 정반대의 의미에서 간절하다. '삼성화재 없는 봄 배구'는 지난 20년 동안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일이다.

창단 후 처음으로 참가했던 1996~1997시즌 슈퍼리그부터 2015~2016시즌 V리그까지 겨울 리그에 총 20회 출전해 우승 16회(슈퍼리그 8회+V리그 8회), 준우승 3회(V리그 3회), 3위 1회(2015-2016 V리그)라는 한국 남자배구는 물론, 국내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서도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 중 V리그 7년 연속 우승은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최초이자 지금까지도 유일한 기록이다. 가히 '삼성 배구 왕조'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시기였다. 물론 영광만 있었던 건 아니다. 외국인 선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몰빵 배구'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런 삼성화재가 올 시즌 '창단 이후 최초'로 봄 배구 진출이 좌절될 위기에 놓여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삼성 배구 왕조의 몰락을 의미하는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구단 관계자와 선수들이 삼성 배구 역사에 오점을 남긴 주인공으로 기억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이유이다.

'10년 무관' 배구특별시 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도 간절함에선 결코 뒤지지 않는다. 2006~2007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 10년을 기다렸다. 라이벌 삼성화재에 짓눌려 온 역사를 청산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최태웅 감독 부임 이후 스피드 배구로 한국 배구의 틀을 바꾸어 놓은 흐름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도 우승이라는 성과가 필요하다. '배구특별시'라고 불릴 정도로 가장 열성적인 팬층을 보유한 팀으로서 10년의 무관은 커다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5팀 5색이다. 저마다 봄 배구로 가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다. V리그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혼란스럽게 전개되는 순위 싸움은 그 간절함의 크기를 상징한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 실시 이후 첫 시즌이기에 새로운 판도 변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망도 빼놓을 수 없다.

5팀간의 빅매치는 계속 이어진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진짜 마지막이다. 봄 배구 탑승자와 탈락자들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배구 V리그 봄배구 삼성화재 대한항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