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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3회 인천 국제 해양안전 장비 박람회 모습.
▲ 제3회 인천 국제 해양안전 장비 박람회 지난해 6월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3회 인천 국제 해양안전 장비 박람회 모습.
ⓒ <사진출처ㆍ인천시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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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기 인천관광공사 사장이 지난해 '국제해양ㆍ안전장비 박람회' 때 발생한 공금 유용 사건을 무마할 것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와 참여예산센터는 2일 성명을 발표하고 황 사장의 사과와 해당 부서장 문책을 요구했다.

'3회 국제해양ㆍ안전장비 박람회'는 국민안전처와 인천시의 공동 주최와 인천관광공사의 주관으로 지난해 6월 22~24일 인천송도컨벤시아에서 열렸다.

인천관광공사는 이 행사를 주관하면서 부스 판매와 홍보를 담당할 용역업체로 A사를 선정한 뒤, A사 명의로 수익금 관리를 위한 계좌를 개설했다. A사는 수익금 4억 1700만원 중 8000만원을 유용한 뒤, 최종 결산일로부터 10일 지나 이를 다시 채워 넣었다.

이를 발견한 인천관광공사 회계감사팀은 감사가 필요하다고 건의했으나, 황준기 사장이 나서 이를 무마시켰다는 게 회계감사팀의 언론 제보로 드러났다.

당시 A사는 박람회 참가업체 125개에 부스 324개를 판매해 수익금 4억 1700만원을 달성했다. 이중 8000만원을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금 얼마큼을 언제, 어떻게 유용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뉴스1>은 지난달 28일, 인천관광공사 회계감사팀 관계자가 "용역업체 자금 유용 사건을 '윗선'에 보고했지만 '별거 아니니 종결하라'고 해 감사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을 보도했다. 여기서 '윗선'은 사장과 마케팅본부장 등이다.

이들은 회계감사팀의 보고를 받은 뒤 회의를 열어 '자금이 회수됐으니 사건을 무마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회계감사팀에 사건 종결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이 언론에 보도되기 하루 전인 27일 인천시에 보고했다고 인천관광공사는 밝혔다. 인천관광공사 관계자는 2일 "박람회 때 (공금) '임의 유용' 사건이 발생했다고 27일 시에 보고했다"고 했으며, 사장이 종결을 지시한 정황에 대해서는 "'임의 유용 자금이 회수돼 종결했다'고 시에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사장이 특수 관계의 직원 감싸려' 의혹 확산

인천관광공사 내부에선 황 사장이 자신과 같이 입사한, 특수 관계에 있는 담당 부서장을 감싸기 위해 사건을 서둘러 무마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이 박람회 실무를 전시컨벤션팀에서 담당했는데, 전 대회를 담당했던 직원이 이직한 상태라 상부 결재라인인 마이스사업처(=현재 마이스사업단)에서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고, 그 위 결재라인은 사업본부(=현 마케팅본부)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당시 마이스사업처장이었던 현 마이스사업단장 K씨는 황 사장이 2011~2014년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일할 때 3급 팀장ㆍ단장 등을 맡아 일했고, 황 사장이 2015년 9월 인천관광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경력직으로 채용됐으며, 지난해 10월 마이스사업단장으로 승진했다.

게다가 황 사장과 함께 사건 무마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마케팅본부장 C씨 또한 황 사장과 인연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C 본부장은 황 사장이 행정자치부에서 지방재정세제본부장으로 일할 때 행자부 대변인실 정책홍보팀장으로 일했다.

또한 C 본부장은 황 사장의 형이 (주)차바이오텍 대표이사를 맡고 있을 때 차병원그룹 기획총괄브랜드전략실장으로 일하면서 차움병원 VVIP 마케팅사업을 진행했다. C 본부장 또한 황 사장과 함께 2015년에 공사에 입사했다.

수익금 관리, 사장 바뀌고 직영에서 용역으로

공금을 임의로 유용한 것을 사장과 임원이 무마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사장과 담당부서장이 바뀌면서 수익금 관리방식 또한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익금의 투명한 관리와 공금 유용 방지, 투명한 회계 운영을 위해 2014년 1회 박람회와 2015년 2회 박람회 때는 수익금 관리 계좌를 공사(=당시 인천도시공사)가 직접 관리했다. 그런데 지난해 3회 박람회 땐 용역업체가 계좌를 개설해 관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공사가 2016년 부스 운영과 홍보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 과업지시서에 용역업체가 계좌를 개설해 관리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준 것이다. 공금을 임의로 유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인천평화복지연대는 "공사는 어떤 근거와 경위로 용역업체에 수익금 관리를 맡겼고, 용역업체는 수익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밝혀야한다. 나아가 용역업체를 형사고발 조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금 유용은 형법상 횡령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법 처리 대상이며, 이를 부실하게 감사한 임직원 징계가 불가피하다"며 "이 사태를 황준기 사장이 직접 해명하고, 시민들에게 사과해야한다. 또한 담당 부서장을 문책해야한다. 해명과 사과, 문책이 없을 경우 국민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 박남춘) 또한 성명을 발표해 "공금 유용 은폐는 '마음대로 인사'가 부른 비극"이라며 "인천관광공사 사장과 본부장의 '최순실 연루 의혹'에 이어 이번엔 용역업체의 공금 유용 은폐사건이 터졌다. 철저한 사법수사와 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관광공사 관계자는 "임의 유용 사건에 대해 시에 보고했다. 회수를 하긴 했지만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일을 담당했던 직원들에게 징계나 주의 등 행정적인 처분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 앞두고 공금 유용 사건 터져

공금 유용 은폐 정황이 드러나면서 황준기 사장과 C 본부장의 공사 내 입지와 리더십은 더욱 흔들리게 됐다.

공사 직원들은 물론 시의회조차 공사 사장과 본부장의 비상식적 인사 전횡에 혀를 내두른 상황이고, 비상식적 인사에 감사원 감사까지 앞두고 있는 마당에 공금 유용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공사는 지난해 10월 '1본부 1실 3처 1단 12팀'이던 조직을 '1본부 1실 1단 14팀'으로 개편했다. 3처를 폐지하고 팀 8개를 1본부(=마케팅본부) 산하 팀으로 통합하면서 마케팅본부장의 권한이 막강해졌다.

공사는 또, 처장(2급)ㆍ단장(3급)ㆍ팀장(3급)을 일반 팀원으로 격하시켰고, 4급 직원을 팀장(3급)으로 발탁하는 등, 비상식적 인사를 단행했다. 아울러 황 사장이 경기관광공사 사장일 때 같이 일했던 사람을 마이스사업단장으로 승진시켰다.

공사 설립부터 10년 넘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을 강등시키고 지난해 갓 입사한 사람을 중용하면서 조직 내부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때 C 본부장이 최순실씨의 단골병원에서 VIPP 담당자로 일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C 본부장과 황 사장이 각별한 사이라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최순실의 인사 개입' 의혹으로 확산됐다.

감사원은 지난달 3일 인천관광공사로부터 인사와 조직 등, 경영전반에 관련한 자료를 받아갔다. 이를 두고 공사는 최순실씨와 연관성을 부인하며 3월 정기 감사를 앞두고 사전에 자료를 제출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기 감사를 앞두고 이번에 공금 유용 은폐 정황이 드러났고, 수익금 관리방식을 사장이 바뀐 뒤 변경한 것으로 드러나, 시민단체는 철저한 감사를 촉구했다.

김명희 인천평화복지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지난해 10월 비상식적 조직개편과 인사, 그리고 이번에 터진 공금 유용 은폐 모두 사장과 본부장의 공조로 이뤄졌다는 의혹과 정황이 드러난 만큼, 감사원이 철저한 조사로 모든 진실을 규명해야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관광공사, #국민안전처, #인천시, #인천국제해양안전장비박람회,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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