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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설날인 28일 오전 충청북도 음성의 선산을 찾아 성묘한 후 정치현황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설날인 28일 오전 충청북도 음성의 선산을 찾아 성묘한 후 정치현황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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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래도 연임하며 유엔 사무총장을 10년이나 한 사람이다'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말. 관례대로 대륙별로 맡아서 하는 사무총장직에 억세게 운이 좋아 취임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그를 '보이지 않는(invisible) 사람'이라고 평했다는 것은 접어 두기로 하자.

그는 사무총장 연임에 성공한 것이 마치 자신의 능력인 양 자랑하지만,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 5개국이 그래도 자기들 이익에 관해서는 문제를 걸지 않는 '기름장어(sleepy ell)'이니 연임마저도 허용했다는 말도 접어 두기로 하자.

이런 사람이 한국의 대통령이 되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도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외교적으로 풀 수 있다"고 하니 '피식' 웃음이 나오지만, 그것도 접어두기로 하자. 그래도 국민들은 유엔 사무총장을 10년이나 한 사람이니, 그에 대한 믿음이 있을 것이고 미래에 대한 것까지는 접어 두기로 하자.

그런데, 한국 대선에 나름대로 출사표를 던진 반 전 총장은 드디어 엄청난(?) 거짓말로 또 우리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자기의 영어 실력이 유창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5일,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솔직히 말씀드리면 다자정상회의 갔을 때 우리나라 대통령 중 외국 정상과 통역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이승만 때부터 몇 분이나 되냐"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더 나아가 "한국이 10대 경제 대국이고 유엔에서도 존경받고 있지만, 바깥으로 나가면 중심이 달라진다"며 "이제 해외 정상회의에서 마음 놓고 물고기가 다니듯이 그럴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 면에서 제가 여러분의 기대를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한 매체의 뉴욕 특파원으로 유엔 출입기자를 하면서도 반 전 총장을 직접 만날 기회는 없었으나, 그의 영어 연설이나 인터뷰 등은 현장에서 여러 번 직접 들은 바 있다. 나름 주어진 텍스트를 읽으면서도 숨길 수 없는 한국식 발음이고 눌변이지만, 그래도 그 열정에는 감탄한 바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기자 역시 미국인을 직접 인터뷰할 때는 당장 말문이 막히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 느낌이었을까? 2016년 5월 21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반 총장에 대해 "그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눌변(ineloquent)이고, 의전에 집착하며, 자연스러움(spontaneity)이나 깊이가 부족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같은 달 30일, 영국의 텔레그래프도 "그는 '꾸준(plodding)'하며 '고통스러울 정도로 눌변(painfully ineloquent)'이며, 유엔 역사상 최악의 사무총장"이라고 비판했다.

외신들은 반 전 총장을 비판하면서 왜 '눌변'을 강조했을까? 훨씬 이전인 2010년 7월 22일, 영국의 <가디언> 기사를 보면 나름 그 해답이 나온다. <가디언>은 당시 기사에서 "비록 반 총장에 충성을 다하는 부하들도 사적인 자리에서는 '그가 괜찮고 열심히 일하는 사무총장이지만, 국제 문제에 관해 영향(impact)을 끼치기 힘들었'고, 바로 그 점이 조직(유엔)을 약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그 이유로 당시 은퇴한 한 유엔 직원의 말을 빌려 "반기문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그가 영어에 유창하지 못하다는 점"이라며 "이 때문에 반기문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청중을 설득하기가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반기문에게 발음(diction) 교정과 언론 대응 훈련을 시켰고, 일주일에 두 번 또는 세 번씩 했던 발음 교정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긴 했지만 충분치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직원은 더 나아가 "우리는 반기문에게 텔레비전 출연을 줄이라고 조언했다"며 "그러나 그는 참 우리의 조언을 안 들었다(he is a hard sell)"고 강조했다. 유엔에 근무한 직원마저 반 전 총장의 영어 눌변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을 지적하고 훈련과 함께 인터뷰를 줄이라는 충고까지 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유엔에 어느 정도 정보가 있는 기자라면 다 알고 있었던 사항이다. 그려니 외신도 그 이후에 반 전 총장을 평가하면서 '눌변(ineloquent)'을 가장 먼저 강조했던 것이다.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이 꼭 완벽한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규정이나 조항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반 전 총장은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무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이제는 자신의 모국인 한국 땅에 와서는 "외국 정상과 통역 없이 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반 전 총장은 미 CNN 방송이나 알자지라 방송 등과 영어로 많은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때로는 사회자의 '비꼬는(sarcastic)' 질문에 관해서는 유머 있게 받아넘기지 못하고 주어진 답변만 한다. 그것도 실력이라면 실력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한국의 대통령이 되려면, 꼭 영어가 유창해야 할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우리나라의 이익 앞에서 피해가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반 전 총장에게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다. 기름장어처럼 또 비껴가지 말고 그 유창한(?) 영어로 당장 트럼프에게 전화해서 '미국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대한민국)의 이익'도 좀 강조해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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