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막내 서현이 아니라, 서현이란 한 명의 가수로서 제 색깔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소녀시대로 데뷔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솔로 앨범을 선보이는 서현. 그녀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16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에서 열린 쇼케이스 현장에서 만난 서현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단지 섹시미를 극대화해서가 아니라, 전혀 '막내스럽지' 않았기 때문에 낯설었다. '내 앨범', '혼자 책임지는 솔로 앨범'이란 생각은 자연스럽게 가수를 주도적인 태도로 이끌어가는 듯했다.
소시 막내 아니고요, 신인가수 서현입니다
▲ 소녀시대의 서현이 16일 오후 서울 삼성동 SMTOWN 코엑스아티움에서 첫 솔로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열었다.
ⓒ 이정민
서현은 10년이란 세월만큼 비례해 '나의 음악'을 들려주고픈 욕심이 컸다. 첫 솔로앨범 <돈 세이 노>에는 총 7곡이 담겼다. 앨범과 동명의 '돈 세이 노'가 주제곡이다. 서현은 다부지게 목표를 말했다.
"서현이라는 한 명의 가수가 이런 감성을 가지고 있구나, 하고 대중이 느끼실 수 있도록 제가 가진 감성과 저만의 음악적인 색깔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작사에도 참여했고 제 의견 반영도 적극적으로 했고요."
아무래도 첫 솔로 데뷔인 만큼 많은 분들에게 아티스트로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너무 흔하게 쓰여서 와 닿지 않는 '최선'이라는 단어를 서현의 경우는 '작사'라는 구체적 단어로 바꿀 수 있다. 노래에서 가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서현은 소녀시대 때도 꾸준히 가사를 써서 응모(?)했다고 한다. 하지만 소속사 SM이 워낙 곡 선택에 있어서 냉정한(?) 회사다 보니 90% 이상 거부당했다. 전문 작사가의 결과물 등 '가장 좋은 하나'를 선택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의욕 충만, 7전8기 작사 도전
▲ 서현, 거침없이 고혹미를 발산하다. ⓒ 이정민
"총 7곡 중에 '돈 세이 노'를 제외하고 제가 모두 작사했어요. 앨범 테마는 '사랑'이고요. 제 감성을 100% 다 보여드리고 싶어서 작사를 제가 다 하고 싶다고 회사에 어필했는데요. A&R 팀 측에서 (제 가사가) 안 될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제가 제출한 가사가 통과 됐고, 한 곡 한 곡 통과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마다 정말 기뻤어요."
사랑을 하며 많은 여성이 느끼는 보편적 마음을 대변하는 가사를 쓰려고 노력했다는 서현. 경험을 기반으로 상상도 가미해가며 공감을 주는 가사를 쓰기 위해 애썼다. 주제곡 '돈 세이 노'는 그가 작사하지 않은 유일한 곡이지만, 또한 가장 애착을 가진 노래다. 처음 30곡 정도의 후보곡을 듣다가 이 곡을 처음 딱 들었을 때 "이거다!" 외쳤다고. 그래서 "무조건 이 노래를 해야겠다"고 강하게 의견을 피력하며 이수만 프로듀서까지 설득했다. 솔로 앨범을 낸다면 '이런 스타일의 노래를 주제곡으로 하겠다' 하고 늘 생각해왔던 이상적인 곡이었고 처음 듣는 순간 흔들림 없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돈 세이 노'는 이별한 여자가 남자에게 찾아가 "너 나 사랑했잖아, 그러니까 NO라고 말하지 마!" 하고 당돌하게 말하는 내용의 곡이다. 서현의 변신이 아닐 수 없다. 이날 쇼케이스에서 첫 곡으로 선보인 수록곡 '매직'을 보며 섹시미로 반전을 꾀했구나 싶었는데, 주제곡 '돈 세이 노'의 무대를 보니 당돌함이란 반전까지 더한 걸 알 수 있었다. 서현이 완전히 '마음먹고' 자신의 숨겨둔 모습을 폭발시키고 있는 것 같았다. 더 잘하고 싶어서 수정녹음까지 본인이 직접 요청했다고 하니 솔로 앨범에 대한 그의 애착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으로 만들고 싶었다
▲ 이날 서현은 신곡 'Magic', 'Don't Say No'를 열창하며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 이정민
솔로 활동은 팀 활동과 어떻게 다를까. 그는 "팀 활동을 하며 너무 좋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며 운을 뗐다.
"멤버도 많고 소녀시대라는 '팀 콘셉트'가 있으니까 거기에 맞춰야 하는 게 있어요. 가사 내용에 있어서도 제가 더 전달하고 싶은 것들이 있지만 담지 못하니까 개인적으로 아쉬웠죠. 하지만 솔로 앨범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다 개입해서 할 수 있어서 너무 뿌듯했어요."
서현은 지금까지와 다른 색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억지로 꾸며내지 않은 자연스러운 성숙미를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특히 골반을 활용한 섹시한 안무를 비장의 무기로 들고 나왔다.
서현은 앨범 콘셉트부터 세밀한 것 하나하나까지 자신의 의견을 많이 냈다. "어떻게 되든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보자"라는 생각이 커서 자신 안에 있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애썼다. 비하인드 스토리도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서현씨는 소녀 이미지가 잘 어울리니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콘셉트로 가자"고 제안했는데 서현이 반대했다고. 강하게 밀어붙인 만큼 만족감이 큰 앨범이지만 불안함도 있다고 털어놨다. '혼자서' 모든 걸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만족감과 불안함 중 만족감이 훨씬 크다며 미소지었다.
▲ 붉은 의상을 입고 주제곡 '돈 세이 노'를 부르는 서현. ⓒ 이정민
소녀시대 멤버들도 적극적으로 응원해줬다. 단체 채팅방에 서현이 뮤비 촬영현장 등을 셀카로 찍어 올리면 언니들이 "너와 정말 어울린다"며 북돋워줬다. 하지만 솔로 활동을 한 일부 언니들은 겁도 많이 줬다고. "혼자하면 굉장히 떨린다"고 두려움을 주면서도 잘 할 거라고 격려해줬다. 서현은 혼자 활동해보니 "일단 대기실에 있을 때부터 느낌이 다르다"고 했다. 항상 왁자지껄 했는데 아무도 없으니까 조용해지고 차분해진다고 했다. 언니들이 보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연락을 자주해서 혼자 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소녀시대가 10년이란 긴 세월을 건재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질문에도 같은 맥락의 답변이 돌아왔다.
"비결은 소통인 것 같아요. 저희끼리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누거든요. 자주 못 만나도 항상 채팅방에서 이야기하고, 서로 싸우기도 하고 응원도 해주면서 정이 많이 들었어요. 이제는 동료 그 이상이 됐고 그런 게 가장 힘이 돼요."
17일 자정 솔로 앨범을 발표하는 서현은 공교롭게도 수지의 솔로 앨범과 발매 시기가 같다. 같은 날 솔로 출격하는 소감을 묻자 서현은 "라이벌로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함께 활동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좋다"고 답했다. 덧붙여 "(수지는) 예전에 남성 가수가 많았을 때 '걸 파워'로 함께 시작한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열심히 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될 것 같다"며 감사를 전했다.
▲ 서현이 쇼케이스에서 첫 인사로 꺼낸 한 마디는 "솔로 신인가수 서현입니다"였다. ⓒ 이정민
▲ 서현은 팀으로써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 이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