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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가족 같은 회사'란 직원과의 약속을 지키는 회사 즉, 월급 제때 주는 회사다. 회식 많이 시켜준다고 가족 같은 회사라고 말하면 안 된다.
월급은 인간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대가?

이현주 지음, 원앤원북스 출간
 이현주 지음, 원앤원북스 출간
ⓒ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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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회의, 월간회의, 기획회의, 결산회의…. 어느 회사나 회의를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게다가 개인면담에 구두보고, 서면보고, 전자결재까지. 심지어 커피는 물론 밥까지 같이 먹는다. 어디 그뿐인가. 이것도 부족해 정기적으로 체육대회에 워크숍까지 연다. 이 모든 것들이 모두 직장 내 '소통' 행위다. 이렇게 소통을 많이 하는데, 왜 항상 우리회사는 소통이 안 된다고 말하는 걸까?

어쩌면 직장 내 소통 부재의 원인은 업무 진행 방식에 있을지도 모른다. 어젯밤에는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단톡방에 '고생하는 팀원들의 고충과 생각을 다 이해한다'고 해놓고선 팀장은 정작 업무 관련 지시만 남겼다. 부하 입장에서는 사실상 '댓글 달기'가 어려운 분명한 일방통행이다.

혹시 상사들만 부하와 원만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이래서 '월급은 노동의 정당한 대가가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대가'라는 말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흔히 '가족 같은 회사'라고 한다. 보통 상하 관계가 끈끈하고 우애가 깊어 단단하게 뭉칠 수 있는 회사라는 의미로 쓴다. 가족 같은 회사,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엄연히 따진다면 직장은 노동을 제공하고 돈을 버는 곳이지, 결코 가족이 될 수는 없다.

진짜 '가족 같은 회사'란 직원과의 약속을 지키는 회사 즉, 월급 제때 주는 회사다. 회식 많이 시켜준다고 가족 같은 회사라고 말하면 안 된다. 상사들이 부하 직원들을 자상하게 대한다고 해서 가족 같은 회사는 더더욱 아니다. 그건 그분들의 개인적인 취향이자 스타일일 뿐이다.

선배들이 종종 "동생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대하게"라고 말한다. 가족은 소중하고 편안하고 익숙하다. 이처럼 팀원을 가족처럼 대하겠다는 말은 가족처럼 소중하고 편안하게 대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간혹 너무 편하게 생각해 지켜야 할 경계를 넘어설 때가 있다.

팀장이 자신의 귀가시간을 점검하고, 애인을 만나는 일 등에 간섭하며 마치 여동생을 대하듯이 이것저것 세세하게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아무리 걱정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도 상사가 하는 간섭이 달가울 리 없다.

기혼 여자 팀원이 느끼는 주요 스트레스 원인 중 하나는 남편과 아이들을 걱정해주는 팀장이다. "남편이 출장 가도 된다고 하나?", "이렇게 늦게 들어가면 애는 누가 봐주나?", "신혼인데 남편한테 저녁 안 챙겨줘? 나는 신혼일 때 부인이 나보다 늦게 들어오면 화나던데"와 같은 걱정들이다. (본문 212~213쪽)

팀원을 가족이라 생각한다 해서 사적 영역까지 개입하는 건...

팀원을 가족처럼, 팀원의 가족도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해서 하는 걱정이라면 처음 한두 번에 그쳐야 한다. 흔히 소통에 문제라도 생기면 "왜 이래? 다 동생 같아서 하는 소리야"라고 반문한다. 오직 본인의 입장만 이야기한다. 직원의 고통은 안중에 없다.

가족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라는 뜻이지, 진짜 가족처럼 사적인 영역까지 개입하라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료나 부하에게 아내에게 바라던 바를 요구하며 대리만족하지는 않았는지, 딸이나 동생에게 할 잔소리를 하지는 않았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되돌아보라. 사심 없이 정말로 부하를 가족처럼 생각하는가?

혹시 회사에서 소통이라면 자신이 있다고 자부하는 상사라면 이 책부터 꼭 권한다. <관계의 99%는 소통이다>는 임상 심리전문가의 실사례를 통해 의사소통이 인간관계의 맥락 속에서 상호 작용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말은 거짓으로 쉽게 꾸밀 수 있다. 그러나 손짓·몸짓·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을 거짓으로 꾸미는 것은 뛰어난 연기자가 아닌 바에는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사람의 성격과 욕구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그 속에 담긴 감정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그 종류나 강도에 차이는 있어도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대화는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직장언어를 감정 번역해본다.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 진짜, 팀장님 귀찮게 구시네요.
-팀장님 바쁘세요? → 드릴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간 좀 내주세요.
-언제까지 마무리하면 될까요? → 한 두 달쯤 후에 보고하면 안되나요?
-팀장님, 출출하시죠? → 인제 그만 퇴근하고 싶어요.
-꼭 오늘 안에 끝내야 하나요? → 야근하고 싶지 않아요.
-그거 맨 뒤에 보시면… → 제대로 읽어보시긴 한 겁니까?
-그거 제가 안 드렸나요? →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는데 악착같으시네요.

직장인들이 회사에 있는 시간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보다 훨씬 많기에 직장 내 소통은 삶에 관한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다.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냥 넘기지 않는 것이다.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자격증을 따거나 혹은 외국어를 배우는 것만이 자기계발이 아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소통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은 회사에 다니며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기계발이다.

질문하고 기다릴 줄 아는 상사의 스타일에 길들면, 직원들은 질문받기 전에 스스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면서 생각을 다듬는 습관이 생길 것이다. 이런 습관이 자리 잡으면 답변에 걸리는 시간도 줄어든다. 그때까지는 인내심을 지니고 기다려야 한다.

질문을 던져놓고 부하 직원이 답변하거나 말거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이는 하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를 '질문'이라는 방식을 빌려 운을 띄우는 경우다. 직장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은 상사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을 남용하면 직원들은 답변이 필요한 질문을 받아도 더는 생각하지 않게 되니 이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질문할 때 유념해야 할 또 다른 사항은 문제 해결을 위해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자신의 견해와 다르더라도 논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질문하는 이유는 한 팀으로서 더 좋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지, 한 사람의 뜻을 관철하거나 권력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본문 108쪽)

부정적 말투와 언어 vs 긍정적 말투와 언어 (본문 159쪽)
 부정적 말투와 언어 vs 긍정적 말투와 언어 (본문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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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둘러싼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고 괴로운 부하가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시작해야 한다. 비록 나와 다른 의견이나 관점이 있더라도, 비판하기보다는 긍정적인 관점으로 대하면 상대방의 표현을 더 촉진할 수 있다.

내가 틀릴 수 있다. 나는 결코 만능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시작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일부분만 보고 다 안다고 말하면 큰 오판이다. 그러니 부하직원에게 결코 다 안다고 공언하지 말라. 그것은 상대방을 완전히 아는 것이 아니다.

소통할 때 자기부터 내려놓아야 직원들을 잘 챙기는 길이고, 그게 가족 같은 회사다.



관계의 99%는 소통이다 - 사람을 움직이는 소통의 힘

이현주 지음, 메이트북스(2018)


태그:#가족, #소통, #회사, #가족같은회사, #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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