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강아지 '아리'는 꼬물이 새끼 때부터 열악한 유기동물 보호소에 있었다. 형제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우연히 한 봉사자의 눈에 띄었고, 한번 품에 안아본 아리를 차마 다시 내려놓을 수 없었던 봉사자 최숙희씨는 아리를 임시보호(임보)하다가 입양 보내기로 결정했다.

보호소에서 나와 임보집에서 지내며 가족을 기다리게 된 아리. 숙희씨는 아리가 예쁘게 성장하는 모습을 블로그에 기록하며 꼭 맞는 인연이 오리라 믿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꼬물이 강아지 아리
 처음 만났을 때의 꼬물이 강아지 아리
ⓒ 최숙희

관련사진보기


유기견이 된 건 너희 잘못이 아니다 

최숙희씨는 어릴 때 가족과 함께 키우던 강아지 쿠키를 잃어버린 경험 탓에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기로 결심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집 근처에서 푸들 한 마리가 서성이는 걸 발견했고, 일단 집으로 데려와 목욕 시키고 돌보다 다행히 주인을 찾아줬다고 한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정이 들었는지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눈물 바람으로 푸들 아이를 보내고 나서, 고민 끝에 반려견 미카를 입양해 키우게 됐다.

그후 유기견 보호소에서 임시보호로 까미를 데리고 나왔고, 주인이 이민 간다고 버리고 간 믹스견 모모를 입양하기까지, 꾸준히 유기견에 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됐다고 한다.

"임보나 입양을 하는 과정에서 유기견이 된 건 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더 확실하게 알게 됐어요. 모두 똑같이 예쁘고 소중한 생명들이거든요. 그러다 봉사자가 적고 열악하다는 포천의 애린원을 알게 됐고, 봉사라도 한 번 가보자 싶어 갔다가 아리를 보게 된 거예요."

봉사하러 간 보호소에는 정말 많은 강아지들이 있었다. 자기를 봐달라고 따라다니는 강아지, 사람 손길이 그리워 매달리는 강아지…. 하나같이 안타깝고 일일이 품어주고 싶지만, 애써 외면하며 청소를 하던 그녀는 우연히 소장님이 새끼 강아지 네 마리를 꺼내는 걸 보게 됐다.

소장님이 케이지로 이동하기 위해 그녀의 품에 두 마리를 잠시 안겨줬는데, 어미가 누군지도 모르는 이 새끼 강아지들이 열악한 보호소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었던 그녀는 결국 한 마리라도 데려가 입양을 보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예상치 못한 인연 덕분에 네 형제 중 한 마리였던 아리는 보호소 강아지가 아니라 가족을 기다리는 임보견으로 입양전선에 이름을 올렸다.

 보호소에 있던 형제 강아지들
 보호소에 있던 형제 강아지들
ⓒ 최숙희

관련사진보기


 보호소에 있던 철장 속 형제 강아지들
 보호소에 있던 철장 속 형제 강아지들
ⓒ 박은지

관련사진보기


입양 보낼 수 있을까 

숙희씨는 무턱대고 아리를 데려온 후 입양 홍보를 위해 블로그도 시작하고 임보 중인 다른 아이들의 사연도 찾아보게 됐다.

"많은 분들이 안락사되기 전의 유기견들을 개인 구조해 입양 보내려고 노력하고 계시더라고요. 모두 소중한 생명인데, 이유도 없이 차가운 철장 안에서 안락사를 기다리거나 언제 나갈 수 있을지 모르는 견생을 사는 건 너무 안타까워요. 그런 아이들도 집에 데려와 사랑을 주다 보면 하루하루 밝아지는 게 느껴지고, 그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참 벅차거든요. 대신 버림받은 상처의 깊이가 큰 아이들은 인내심과 끈기로 돌봐줄 수 있어야 해요." 

아리는 처음에 너무 어려서 2~3시간마다 일어나 분유를 먹여야 했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처음에는 회사에도 데려가 돌보기도 했다. 괜히 내가 데려와 잘못되면 어쩌나 노심초사 걱정 많은 날들도 있었지만, 다행히 건강히 자라고 회사에서도 인기몰이를 했단다.

 임보집에서 지내고 있는 아리
 임보집에서 지내고 있는 아리
ⓒ 최숙희

관련사진보기



너여야만 하는 가족이 나타나겠지 

산책하다 아리를 보거나 온라인에서 종종 입양 문의를 하는 분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무슨 종이에요?'였다.

"이상하게 우리나라는 믹스견에 대한 편견이 큰 나라인 것 같아요. 무슨 종인지가 중요한 게 아닌데, 보호소에서도 믹스견은 입양 문의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고요. 아리도 믹스견에 아직 어린데 거의 5kg를 찍었으니 사람들이 선호하는 소형견은 아니에요. 그래서 사실 입양 갈 수 있을까 고민도 많지만, 힘닿는 데까지 아리의 성장 스토리를 작성하며 한 분이라도 우리 아리여야만 하는 가족이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아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아리
ⓒ 박은지

관련사진보기


사실 아리뿐 아니라 똑같이 생긴 아리의 형제들도 아직 보호소에 남아있으니, 그 모습을 보면 잘 버텨줘서 고맙기도 하고 마냥 미안한 마음도 든다. 차례차례 평생 가족을 만날 수 있다면 그 아이들의 긴 겨울이 얼마나 포근해질까.

사람들의 가벼운 결정과 무책임 때문에 아무 이유 없이 상처받는 유기견들이 편견 없이 사랑받을 기회를 얻었으면 하는 것이 숙희씨의 바람이다. 그들은 그럴 자격이 충분하니까.

품종견이든 믹스견이든, 가족이 되면 똑같다. 우리가 주고받는 사랑의 크기에는 품종의 차이가 없다.

덧붙이는 글 | * 아리는 4개월령 추정의 4.9kg(현재) 여아입니다. 입양 문의는 카톡 skylubyou로 보내주세요. 이 글은 반려동물 콘텐츠 커뮤니티 '빈앤젤리'에 중복 게재됩니다(www.beanjel.com).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반려동물 에디터 sogon_about@naver.com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