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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꼴이 엉망이다. 이 나라는 개선이 아니라 밑동부터 다시 쌓아야 할지 모른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세대가 앞장서야 한다.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과 <오마이뉴스>는 헬조선의 현실에서도 꿈을 찾아 도전하는 청년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펀딩을 시작한다. [편집자말]
11.12 촛불집회에 나간 정다운씨. 그에게 촛불은 여러 의미로 다가온다.
▲ 11.12 촛불집회 11.12 촛불집회에 나간 정다운씨. 그에게 촛불은 여러 의미로 다가온다.
ⓒ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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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게 뭐지."

집 대문에 붙어있는 등기우편 도착 안내문 그리고 스티커 3장. 너무나 선명한 글씨로 적힌 '발송처 :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처음에는 잘못 왔나 싶어 몇 번이고 이름을 확인해보았지만 '정.다.운' 너무나도 분명한 자기 이름이었다.

멀고 먼 제주도에서 다시 한 번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우도.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년에게 소환장을 받게 한 사람은 누굴까?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고 말 한 김진태 국회의원이었다.

서른 살 정다운씨는 왜 소환장을 받게 되었을까?

"아버지가 7월에 돌아가시고 우도에서 마음도 추스르고, 어머니를 위로해드리고 있었어요. 대학원 복학을 위해 3개월 만에 서울 자취방에 올라왔는데, 난생처음 소환장이란 걸 받아봤어요. 9월에는 조사받으러 경찰청에도 가보고, 11월에는 재판을 받으러 법원도 가봤어요. 다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긴 하네요. 제가 글쎄 피의자, 피고인 신분이라는 거예요."

지난 4월 총선 때였다.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한 총선넷은 부적격 후보에 대한 낙선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여러 낙선후보 대상자들이 있었지만 정다운씨 눈에 띈 건 당연 김진태 후보였다. 정다운씨는 김진태 후보 낙선기자회견에 참여하기 위해 춘천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김진태 의원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막말하는 거를 들었어요. 돈이 너무 많이 드니 세월호 인양을 포기하자는 말도 하더라고요. 국회의원은 공인인데 저런 말을 한다는 게 너무 화가 났어요.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낙선시켜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총선넷 낙선기자회견에 참여했어요."

정다운씨는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김진태 국회의원 선거사무실에서 낙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김진태 선거사무실 정다운씨는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김진태 국회의원 선거사무실에서 낙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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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낙선운동은 춘천에 있는 김진태 후보 선거사무소 앞에 가서 낙선후보 발표를 하고 '시민낙선증'을 전달해주는 형식이었다고 한다. 당시 기자회견에는 세월호 유가족도 함께했다. 정다운씨는 발언도 하지 않았다.

"사실 고발 당할 거라고는 생각을 안 했어요. 기자회견 당시 변호사 자문을 구했는데. 공직선거법상 기호 등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해서 낙선증에도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경찰 조사받을 때는 화가 많이 났어요. "배후세력이 누구냐?" "돈 받고 하냐?" "뭐하는 단체냐?" 이런 질문이었어요. 정작 제가 속한 단체인 매니페스토 청년협동조합 이름도 잘 모르고 있으면서 말이죠.

우리 어머니는 해녀세요. ATM에서 돈도 뽑을 줄 모르는 분이셨죠. 저는 3남매 장녀이기도 하고요.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께 국회의원이라는 높은 분(?) 낙선 기자회견 참여했다가 고발당하고, 재판을 받을 수 있다고 당시에는 차마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서울에서 공부만 하고 있는 줄 아시는데..."

정다운씨는 12월이 돼서야 어머니에게 고발당한 사실에 대해 간신히 말했다고 했다. 정다운씨는 어머니에게 혼이 난 것보다 아마 자기가 나온 뒤에 엄청 우셨을 어머니 걱정을 먼저 했다. 그리고 배를 타고 나오면서 정다운씨도 많이 울었다고 한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며...

정다운씨는 어떻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12.3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한 정다운씨와 친구들
▲ 12.3 광화문 촛불집회 12.3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한 정다운씨와 친구들
ⓒ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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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씨는 제주도에서도 10~15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작은 섬, 우도에서 나고 자랐다.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우도에서 다니고 이후 제주도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육지로 온 건 대학 때가 처음이었다. 어릴 때는 빗물 받아서 생활용수로 쓰기도 하고 '낙도 착한 어린이'로 선정되어 어린이날 청와대에 초청되어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섬사람인 정다운씨가 처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아니다. 대학 시절 정다운씨는 영화감독을 꿈꾸던 영화학도였다. 그래서 EBS나 KTV등에서 프리랜서PD로 연출 일을 하며 방송국 공채를 준비했다고 한다.

"가장 기억 남는 게 겨울철 연탄 나르기 봉사 취재 차 영등포 쪽방촌으로 간 적이 있었어요. 섬에서 살았기 때문에 잘 몰랐는데 그 정도로 어려운 삶을 사는 사람들을 처음 만났어요. 주민등록증도 없고, 너무 추운 날씨에 1평도 안 되는 공간에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 옆에 있는 타임스퀘어와 너무 비교되었어요, 촬영을 끝내고 다 같이 밥을 먹는데 밥이 잘 안 넘어갔어요."

방송 일을 하면서 정다운씨는 제도권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월호 집회가 자기 의지로 나간 첫 집회라고 하는 정다운씨는 국회의원 무급인턴을 지원하면서 정치적 활동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국회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청년들의 정치참여를 고민하는 매니페스토 청년협동조합에 들어가게 된다. 4년째 매니페스토 청년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다운씨는 현재 부대표를 맡고 있다.

청년이 정치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정다운씨는 제주도 우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덕분에 제주도 사회활동에 많은 참여를 하고 있다.
▲ 시민평의회 제주 정다운씨는 제주도 우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덕분에 제주도 사회활동에 많은 참여를 하고 있다.
ⓒ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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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페스토 청년협동조합의 핵심은 청년정치운동이다, 새누리당부터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청년들이 모여 있다. 매니페스토 청년협동조합의 목적은 정치권에 청년정책, 청년공약을 지키라고 압박하거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참정권 운동, '모의국가'라는 국가 의사결정 시스템에 대한 시민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 청년단체들이 청년정책 및 법안 10개를 선정하여, 11월 초 청년주간에 20대 국회에 정책 제안을 하려고 했는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거예요. 이런 비상시국에는 정책제안보다 광장으로 향하자는 의견이 많았고, 정책제안은 내년으로 연기됐어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완전 블랙홀이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시국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이러려고 대한민국 국민했나" 하는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 정다운씨는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과 투표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정다운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년들의 정치참여의 중요성을 알리고, 제주도에서부터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청년의 다짐

11.19 제주도
 11.19 제주도
ⓒ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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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 청년들이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0%로 가장 분노하고 있는 세대지만, 목소리가 너무 흩어져 있어서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것 같아요. 마치 화는 내는데, 그 다음이 없는 것처럼요. 이참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서 제주에서만이라도 발간되는 모든 신문 1면에 성명을 발표하면 청년들의 목소리가 '울림'있게 전달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현재 청년들이 보내준 키워드로 '청년들의 다짐(가칭)'이라는 성명 초안이 작성된 상태에요. 지면 광고비도 광고비지만, 혼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하니 생각보다 쉽진 않네요." (광고비 후원 및 참가자 신청 : http://goo.gl/forms/bYraQ4xOeNMBA7mJ2)

단체 차원이 아닌, 청년 개인 차원에 제주 사회에 제안한 '청년의 다짐' 성명 프로젝트는 12월 23일(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제주에서 발간되는 6개 신문에 발표된다. 시국선언이나 규탄을 넘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청년들의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희망, 새로운 꿈이 담긴 목소리를 내서 제주도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우도 청년 정다운'씨는 이런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프로젝트를 기필코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제가 시작한 '청년의 다짐' 프로젝트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 중에 제가 선택한 방법의 하나일 뿐이에요. 이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시작을 했고 꼭 성공시키고 싶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청년들이 목소리 내는데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특히, 정치권에요. 이번 사태로 우리는 그 누구도 청년의 삶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잖아요. 그러니 우리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정치에 더 많이 도전하고 더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밝히는 정다운씨에게 김진태 국회의원의 고발로 인해 받은 소환장은 어쩌면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벽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경험이 정다운씨에게 더 큰 도약을 위한 예방주사가 되길 바란다. 청년정치운동을 하고 있는 정다운씨에게 이번 촛불은 단순히 바람 불면 꺼지는 촛불이 아닌 정치참여의 큰 의미로 다가오길 바라며. 도전하는 청년 정다운씨가 이야기하는 정치의 희망을 기대해본다.

도전하는 청년에 대한 후원은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 다음 스토리 펀딩 후원 바로 가기 =>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16434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시리즈로 진행중입니다. [도전하는 청년을 응원합니다 ➆] 매니페스토 청년협동조합 정다운씨 이야기입니다. 다음 스토리펀딩에 게재됩니다.



태그:#박근혜, #최순실, #김진태, #청년, #바꿈,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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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바꿈세상을바꾸는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그리고 지금은 한반도평화경제포럼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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