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이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다.

<런닝맨>이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다. ⓒ SBS


아무리 생각해도 비상식적이다, 이건.

예의의 차원을 넘어서 횡포에 가깝다. 갑(甲)질 중에서 최악이다. 7년 동안 함께 동고동락(同苦同樂)했던 '멤버'가 자신의 하차 소식을 '제작진'이 아닌 '기사'를 통해 알게 된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일까. '이별'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라 이해하려 해봐도, 이런 식의 작별은 결코 해서는 안 될 무책임한 행동이다.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아래 <런닝맨>)의 자충수, 그들이 '저지르고' 있는 '짓'들은 납득하기 참으로 어렵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22일 오후 7시(현지시간)부터 4시간 여 동안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열린 2013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net Asian Music Award)에서 배우 송지효와 가수 김종국이 시상자로 나섰다.

지난 2013년 11월 22일 오후 7시(현지시간)부터 4시간 여 동안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열린 2013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net Asian Music Award)에서 배우 송지효와 가수 김종국이 시상자로 나섰다. ⓒ CJ E&M


2017년 1월 '시즌2'를 계획하며 새로운 판을 짜기로 한 <런닝맨>. 제작진은 기존의 멤버인 김종국과 송지효가 하차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강호동이 합류할 것이라 밝혔다. 김종국의 소속사는 '자연스럽게 하차하게 됐다. 당분간 개별 활동 및 음반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는 차분한 반응을 보였고, 송지효 측도 '하차를 먼저 이야기해왔으며 당분간 연기 활동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중들은 이미 동력이 다한 프로그램이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나온 멤버 교체를 아쉽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2주 전쯤 개편과 관련된 소식을 접했지만, 멤버 변화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하자 소식을 기사를 통해 접하게 됐다." (송지효 측 관계자)

하지만 오후가 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김종국은 하차 기사가 나온 지난 14일에서 불과 이틀 전인 12월 12일에야 <런닝맨> 측으로부터 하차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송지효는 14일 보도를 통해 이 소식을 접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나치게 일방적이다. <런닝맨>의 '에이스'로서 지난 7년 동안 프로그램을 위해 헌신했던 멤버에 대한 예우는 전혀 없었다. 왜 이렇게 해야만 했을까? '개리'가 하차를 했을 때만 해도, 그를 위한 특집 방송을 2주 분량으로 기획했던 <런닝맨>이 아니었던가. 그때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이별'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물론 김종국과 송지효가 <런닝맨>을 통해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높은 몸값을 받는 '스타'로 발돋움했으니 오히려 덕을 본 것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이득을 따지기엔 <런닝맨>과 원년 멤버들 간의 관계는 '가족'에 가깝다. 제작진은 본업이 있는 출연자들을 배려하고, 그 배려를 받은 출연자들은 최선을 다해 달렸기에 지금까지 <런닝맨>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런닝맨>은 제작진과 출연자들 간의 유대와 신뢰가 무엇인지 잘 보여줬던 모범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잡음이 계속(뜬금없이 박명수가 합류한다는 뉴스가 보도됐고, 이에 대해 박명수는 "전화가 하도 많이 왔길래 청문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서 놀랐다. 제안받은 적도 없다. <런닝맨> 합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는 해프닝도 있었다.)되자 출연을 검토했던 강호동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여론이 나빠진 상황에서 굳이 <런닝맨>에 합류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그를 향한 대중들의 시선은 날카롭지 않던가. 10년 만에 전설의 '유-강 라인'의 재현을 잠시나마 꿈꿨을 강호동은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출연 고사한 강호동, 대안은 있는가

'한끼줍쇼' 강호동, 숟가락 하나든 예능계 천하장사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JTBC사옥에서 열린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 제작발표회에서 방송인 강호동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식(食)큐멘터리' <한끼줍쇼>는 숟가락 하나만 들고 길을 나선 이경규와 강호동이 시청자와 저녁식사를 함께 나누면서 식구(食口)가 되어가는 모습을 통해 평범한 가정의 저녁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19일 오후 10시 50분 첫 방송.

▲ 강호동, 숟가락 하나든 예능계 천하장사 지난 10월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JTBC사옥에서 열린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 제작발표회에서 방송인 강호동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15일 강호동 측은 "이번 상황의 세세한 사정을 다 알지는 못합니다만, 어떤 이유에서건 강호동씨의 출연 여부가 시청자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끼쳐드리는 상황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그런 뜻에서 아프고 죄송스럽지만 이번 출연 제안을 정중하게 고사하고자 한다"며 출연 고사 결정을 알렸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개편을 노렸던 <런닝맨> 제작진의 무례(無禮)가 결국 10년 만의 '유-강 라인'을 기대했던 시청자들마저도 절망시켰다.

'시즌2'를 통해 재기를 노렸던 <런닝맨>은 당장 폐지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진흙탕으로 변한 <런닝맨>에 과연 누가 발을 담글 것인가. 물론 '유재석'이 건재한 <런닝맨>은 여전히 매력적인 프로그램이지만, 대중들의 분노가 그리 쉽사리 걷힐 것 같진 않다. 천하의 유재석이라도 대중을 거스를 수 있겠는가. 남아 있는 멤버들의 상실감이나 허탈감도 쉽사리 정리되긴 힘들어 보인다. 아무리 '비즈니스'라고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어야 마땅했다.

자신의 다리를 꺾어버리면서 스스로 달리기를 거부한 <런닝맨>이 과거의 명성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하루빨리 '역린'을 가라앉힐 제작진의 해명이 시급하다. 더불어 7년 동안 전력을 다해 달려주었던, 그리고 마지막까지 프로그램과의 우정을 지켰던 김종국과 송지효에게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SBS예능 <런닝맨>의 유재석, 지석진, 개리, 송지효, 김종국, 하하, 이광수가 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13 SBS 연예대상'에 참석하며 달리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예능 <런닝맨>의 유재석, 지석진, 개리, 송지효, 김종국, 하하, 이광수가 지난 2013년 12월 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13 SBS 연예대상'에 참석하며 달리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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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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