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11일 낮 교토 역 앞에 있는 타워호텔 8층에서 김리박 선생이 최근 펴낸 울 핏줄은 진달래 출판 기념회가 열렸습니다. 이 모임에서는 김리박 선생님과 가깝게 지내온 사람들이나 일본에 사는 한국사람, 일본사람 등 모두 40여 명이 모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전 한글학회장님이신 김승곤 박사님 내외분께서 참석하셨습니다.

          김리박 선생님 출판기념회를 시작하면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리박 선생님과 행사장 모습입니다.
 김리박 선생님 출판기념회를 시작하면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리박 선생님과 행사장 모습입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요즘 책을 내는 일은 예전과 다릅니다. 그렇지만 일본에서 꿋꿋하게 한글로 문학적 상상력을 표현해오신 김리박 선생님의 시조 작품은 다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품과 위엄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뜻이 깊다고 하겠습니다.

이번 출판기념회에서는 참가자들이 김리박 선생님이 지니신 한글 사랑과 나라 사랑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화려한 꽃이나 우리 나라 노래, 그림 따위로 김리박 선생님의 출판을 축하하기도 했습니다.

시조집 울 핏줄은 진달래는 대략 주제나 내용을 중심으로 대략 12갈래로 나누어서 시조 120여 수를 묶어놓았습니다. 김리박 선생님께서 생활 하면서 느끼신 시 감정을 가족, 꽃, 한반도, 조국, 우리말 따위에 빗대어서 나타냈습니다.

          김리박 선생님이 지으신 시조집 울핏줄은 진달래입니다. 우리말과 일본말과 같이 넣어서 만들었습니다. 일본말 제목은 영원한 진달래(永遠の??)입니다.
 김리박 선생님이 지으신 시조집 울핏줄은 진달래입니다. 우리말과 일본말과 같이 넣어서 만들었습니다. 일본말 제목은 영원한 진달래(永遠の??)입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시조집 제목으로 들어올린 작품 울 핏줄은 진달래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울 핏줄은 진달래요 벚꽃은 아니라고
아들딸을 사랑담아 가르치고 키우셨고
남땅서 눈 감셨건만 죽살이는 참이었네


진달래와 벚꽃에 빗대어 어려부터 자신을 키워주신 어머니에 대한 회상의 감정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남의 땅 일본에서 살아온 김 선생님은 일본 풍습이나 생활에 젖어있습니다. 일본의 시류에 좇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전 한글학회 회장이신 김승곤 박사님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김리박 선생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전 한글학회 회장이신 김승곤 박사님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김리박 선생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말씀해주셨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벚꽃 피어 화려한 꽃놀이에 휩쓸리지 않고, 한반도 방방곡곡에 흐드러지게 피는 진달래의 진한 꽃 내음을 끝까지 지키고, 기억하셨던 어머니의 가르침, 어머니 나라의 사랑을 끝까지 잊지 않으시려는 몸부림을 어머니의 삶과 죽음에 빗대어 나타내고 있습니다.

김소월이 진달래꽃에서 노래했던 진달래는 영변 약산에만 피지 않고, 한반도 방방곡곡에 핍니다. 일본에도 진달래는 핍니다. 어머니가 일본 꽃 벚꽃이 아니고, 우리 꽃 진달래를 통해서 보여주었던 우리의 마음은 때나 곳을 넘어서 늘 살아있습니다. 그래서 진달래가 영원한지도 모릅니다.

한국 사람으로서 일본에 살면서 일본 현실에 적응하고, 국적도 바꾸고, 일본사람으로서 연금도 받으며서 살면 편하고, 풍족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민족으로서 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은 아들로서는 끝내 일본사람이 될 수 없었습니다. 비록 현실은 어렵고, 힘들지만 한민족으로서 지켜온 지조와 힘든 생활이 숨겨져 있기도 합니다.

시조집을 내신 김리박 선생님은1942년 경남 창원시 동면 석산리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둘 살 때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온신 아버지를 따라서 일본에 건너와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셨고 조선대학교를 졸업하셨습니다.

1987년부터 오사카부 히라카타 신에서 운영하는 조선말 교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하여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밖에 간사이 지역 여러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출판기념회에 참가하신 김리박 선생님 모습입니다.
 출판기념회에 참가하신 김리박 선생님 모습입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일본에 사는 한국사람 가운데 사업에 성공하여 일부 여유롭게 사는 사는 사람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우리 말과 글을 지키면서 꿋꿋하게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본 사회는 비교적 보수적이고, 정치 역시 보수적이어서 정책도 그러합니다. 사실 일본사람들 역시 한국 사람들의 생활이나 현실, 역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한국 사람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돕고 있는 사람이 드물게 남아있기도 합니다.

이번 김리박 선생님의 시조집 울 핏줄은 진달래 출판 기념회를 통해서 무엇보다도 일본에서도 우리 민족의 전통 문학 가운데 하나인 시조에 관심을 가지고 시조를 짓고 있는 분이 계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이 모두 모여서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이 모두 모여서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참고문헌> 김리박, 울 핏줄은 진달래, 얼레빗, 2016.
참고누리집> 김철관(3356605), 순우리말로 시 쓴 재일동포에게 '통일'이란, [서평] 김리박 시인의 시집 <우리 핏줄은 진달래>, 16.09.19 10:30l최종 업데이트 16.09.19 10:30, 오마이뉴스,
이윤옥(koya26), 70 평생을 토박이말만, 그것도 교토에서, [서평] 토박이말 시조집 <울 핏줄은 진달래>, 김리박, 16.08.03 09:37, 오마이뉴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김리박, #울 핏줄은 진달래, #출판기념회, #김승곤, #한글학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