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 기사 한눈에

  • new

    바자회를 해서 수익금으로 돕자는 의견도 나왔어요. 그런데 바자회는 일회성이잖아요.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부담을 줄 수도 있고요. 이렇게 의견을 나누다가 붕어빵을 굽기로 했죠
이선아 광양서초울림통 대표가 붕어빵을 굽고 있다. 지난 12월 7일 광양문화원 앞에서다.
 이선아 광양서초울림통 대표가 붕어빵을 굽고 있다. 지난 12월 7일 광양문화원 앞에서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붕어빵 만 원어치 주세요."
"그렇게나 많이요? 몇 분이 드시는데요?"
"나도 먹고, 요 앞에도 갖다 주려고."

전라남도 광양시 중마동에 사는 이계홍(68)씨가 오늘도 붕어빵을 사러 왔다. 지난 12월 7일이다. 이씨는 거의 날마다 이곳에서 붕어빵을 사가는 '단골'이다. 이씨가 사는 집에서 붕어빵을 파는 광양문화원(광양읍 읍내리) 앞까지는 자동차를 타고도 20여 분 걸리는 거리다.

이씨가 차를 타고 여기까지 붕어빵을 사러 오는 건, 빵을 굽는 아낙네들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해서다.

"붕어빵을 팔아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데, 그 마음이 얼마나 예뻐요. 내가 빵을 굽지는 못해도, 사주기라도 해야지."

이씨의 말이다.

광양서초울림통이 운영하고 있는 길거리 붕어빵 가게. 병원 치료비 걱정을 하고 있는 이웃을 돕기 위해 차린 길거리 가게다.
 광양서초울림통이 운영하고 있는 길거리 붕어빵 가게. 병원 치료비 걱정을 하고 있는 이웃을 돕기 위해 차린 길거리 가게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광양서초울림통이 운영하고 있는 길거리 붕어빵 가게. 광양문화원 앞 주차장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광양서초울림통이 운영하고 있는 길거리 붕어빵 가게. 광양문화원 앞 주차장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붕어빵을 파는 길거리 가게는 '광양서초울림통'에서 운영하고 있다. 6년 전 광양서초등학교 학부모들로 구성된 봉사 동아리다.

동아리 활동은 점토나 도자기로 만든 악기인 오카리나를 배우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학생들을 상대로 오카리나 연주를 가르치며 재능 기부를 해왔다. 광양지역의 각급 학교와 유치원, 노인요양원 등에서 오카리나 연주 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광양서초울림통이 붕어빵을 굽기 시작한 건 지난 11월 1일이었다.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해 온 회원(오택순·45)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서부터다.

이웃사랑으로 다시 태어날 붕어빵. 추워진 겨울 날씨지만 마음 훈훈하게 해주는 붕어빵이다.
 이웃사랑으로 다시 태어날 붕어빵. 추워진 겨울 날씨지만 마음 훈훈하게 해주는 붕어빵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이수정 씨가 다 구워진 붕어빵을 빼내고 있다. 병원 치료비를 버거워하는 이웃을 돕는데 쓰일 붕어빵이다.
 이수정 씨가 다 구워진 붕어빵을 빼내고 있다. 병원 치료비를 버거워하는 이웃을 돕는데 쓰일 붕어빵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그 회원의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인데요. 혈소판 이상 감소증과 특발성 신경염증이라는 희귀한 병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더라고요. 한 달에 치료비가 1000만 원 넘게 들어가는데, 치료비를 감당할 형편이 안 된다고요. 너무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죠."

이선아(46·체조 강사) 광양서초울림통 대표의 말이다.

이 사실을 안 이씨는 읍사무소로, 군청으로 지원 문의를 해봤다. 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였다. 막막했다. 이씨는 다른 회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댔다. 돕자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방법이 문제였다.

"바자회를 해서 수익금으로 돕자는 의견도 나왔어요. 그런데 바자회는 일회성이잖아요.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부담을 줄 수도 있고요. 이렇게 의견을 나누다가 붕어빵을 굽기로 했죠. 겨울엔 붕어빵이 제격이고, 적은 비용으로도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겠다 싶었고요."

광양서초울림통 회원들이 구워낸 붕어빵. 팥앙금과 슈크림이 꼬리부분까지 듬뿍 들어있어 여느 빵보다 맛있다.
 광양서초울림통 회원들이 구워낸 붕어빵. 팥앙금과 슈크림이 꼬리부분까지 듬뿍 들어있어 여느 빵보다 맛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팥앙금이 가득 들어있는 붕어빵. 맛도 물론 좋지만, 수익금을 이웃돕기에 쓴다니, 그 마음이 더 아름답다.
 팥앙금이 가득 들어있는 붕어빵. 맛도 물론 좋지만, 수익금을 이웃돕기에 쓴다니, 그 마음이 더 아름답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회원들이 붕어빵을 굽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붕어빵 길거리 가게 대여업자가 노점을 무료로 대여해 주겠다고 나섰다. 돈 한 푼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광양112자전거봉사대(회장 정창주)도 함께 하겠다고 팔을 걷었다.

이 대표와 회원들은 곧바로 붕어빵 굽는 실습을 거쳐 길거리로 나갔다. '사랑나눔 앙꼬빵'이란 이름을 내걸고 팥앙금과 슈크림이 들어간 붕어빵을 굽고 있다.

"힘든지 모르겠어요. 즐거워요. 나의 작은 품을 팔아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게 보람이죠. 숨 돌릴 틈 없이 빵을 구워도 좋으니까, 지금보다 더 많이 팔리면 좋겠어요."

열심히 붕어빵을 굽고 있던 '울림통 막내' 이수정(34·방과후 강사)씨의 말이다.

이수정 씨가 붕어빵을 굽고, 길민정 씨가 종이봉투에 담고 있다. 지난 12월 7일 오후다.
 이수정 씨가 붕어빵을 굽고, 길민정 씨가 종이봉투에 담고 있다. 지난 12월 7일 오후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사랑의 붕어빵을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 길을 지나던 광양여고 학생들이다.
 사랑의 붕어빵을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 길을 지나던 광양여고 학생들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입소문이 빠르게 났어요. 별것도 아닌데, 다들 예쁘게 봐주시고요. 일부러 찾아와 주는 손님들도 많고요. 천 원, 이천 원어치 사고도 오천 원, 만 원을 주고 가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시민들의 큰 관심이 오히려 부담이 될 정도에요."

붕어빵을 봉지에 담고 있던 회원 길민정(42·방과후 코디네이터)씨가 환하게 웃으며 하는 얘기다.

회원들이 붕어빵을 팔아서 얻은 수익금은 하루 7∼8만 원 남짓 된다. 기부금도 비슷한 수준이다. 회원들은 지난 11월 한 달 동안 붕어빵을 팔아서 얻은 수익금과 기부금 450만 원을 광양시사랑나눔복지재단을 통해 오씨에게 전달했다.

붕어빵을 굽기 전인 10월에도 자체 회비에다 기부금을 보태 350만 원을 치료비에 보태도록 했다. 따끈따끈한 붕어빵보다도 더 따뜻한 이웃사랑이었다.

붕어빵 가게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광양시문화원 앞에서 운영되고 있다. 회원들이 모두 주부인 탓에 저녁까지 빵을 구울 수 없어서다. 그날 가져온 재료가 떨어지면 조금 일찍 문을 닫기도 한다.

붕어빵을 굽고 있던 광양서초울림통 회원들. 왼쪽부터 길민정, 이선아, 이수정 씨다. 지난 12월 7일이다.
 붕어빵을 굽고 있던 광양서초울림통 회원들. 왼쪽부터 길민정, 이선아, 이수정 씨다. 지난 12월 7일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태그:#광양서초울림통, #붕어빵, #이선아, #광양문화원, #이웃돕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