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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이 처음부터 유기견이었을까? 언젠가는 반려견이 될 뻔했던, 혹은 반려견이었던 아이들은 말 없는 사연을 지닌 채 유기견이 된다. 하지만 몇 번인가 삐끗하고 상처 입어도, 언젠가는 유기견이 다시 가족이 되고 보호소가 필요 없어지는 날을 믿으며 희망을 나누는 이들이 있다.

가족이 있으면 살 수 있는 아이들

성남시 보호소 공고에 올라왔던 말티즈 연두
 성남시 보호소 공고에 올라왔던 말티즈 연두
ⓒ 성남시유기견보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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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숙씨는 최근 성남시 유기견보호소 출신의 말티즈 연두를 넷째로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여러 강아지들을 임시보호하거나 입양을 보낸 경험이 있다. 임씨의 블로그에는 그녀의 손길을 거쳐 평생 가족을 만난 유기견, 아니 이제 반려견이 된 아이들의 기록이 빼곡하다.

그중에는 은숙씨의 품으로 자리 잡게 된 아이들도 있었다. 성남시 보호소에서 은숙씨의 가정으로 입양하게 된 것은 연두가 벌써 세 번째. 그녀는 이렇게 아이들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게 자신이 복이 많아서라며 매 인연을 감사하게 여긴다.

"보호소에 온 아이들은 대개 길에서 떠돌다가 신고를 받고 데려오는 경우예요. 연두도 2011년생 추정으로, 다들 어린 시절을 보낸 가정이 따로 있었겠죠... 연두는 처음에 털 때문에 몸이 부해 보였지만 영양이 부족하고 너무 말라 근육도 하나도 없어 걱정이었어요. 사실 제가 데려오기 전에 입양 전제 임보(임시 보호)를 갔었는데 그곳에서 입양이 취소되어 돌아왔지요. 마침 당시 제가 임보하던 아이가 입양을 가게 되어 연두를 보호하려고 맡았다가, 아예 입양하게 된 거랍니다."

보호소를 오가다 보면 하나하나 사연 없는 아이가 없다. 하지만 강아지들은 말이 없어서, 또 그 사연을 일일이 알 수도 없다. 보호소에는 건강한 강아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이 안 좋고 아픈 경우도 있기 마련인데, 이런 아이들은 입양 가기가 더 어렵다.

연두도 슬개골 탈구가 심한 상태라, 다리가 불편해 버려진 게 아닌지 의심되었다. 하지만 다행히 돌보는 가족이 있으면 굳이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은숙씨는 보살핌에 대한 고민을 늘 한다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연두의 운동 파트너를 자처했다. 유기견이 가족을 만나면, 얼마든지 평범한 반려견으로 살아갈 수 있기에.

봉사도 입양도 책임감이 중요

입양 후 말티즈 연두의 근황
 입양 후 말티즈 연두의 근황
ⓒ 임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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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봉사를 계속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버려진 아이들이 새로운 가족과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갈 원동력을 얻었다.

처음엔 유기견 구조나 임보 활동에 대한 남편의 반대도 심했다. 시간·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일이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진심과 그 덕분에 살아나는 생명들을 보며, 지금은 많이 이해해준다. 임씨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유기견을 입양하고 나서도 아프다고, 짖는다고, 돈이 든다고 또 쉽게 포기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은숙씨는 임시보호 봉사의 경우에도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입양 가지 못한다면 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아지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이할 수 있다.

"연두는 배변 훈련이 되어 있었는지 낯선 곳에서도 실수 한 번이 없어요. 어쩌다가 패드 밖으로 조금 떨어지면 어찌나 눈치를 보는지... 야단맞고 살았는지 오라고 하면 무서워서 고개를 푹 숙이고 오더라고요. 존재만으로도 이렇게 예쁜 아이들인데, 이렇게 순해도 아마 존재 자체가 귀찮아져서 버렸겠구나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연두는 아직도 가끔은 여기가 어딘지, 왜 집에 못 가고 있는지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더 이상 낯선 곳으로 옮겨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믿고 안심할 때까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비로소 이해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진짜 가족에게 사랑받아도 되는 존재라는 것에 대해서.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한 네 마리 반려견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한 네 마리 반려견
ⓒ 임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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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반려동물 콘텐츠 커뮤니티 빈앤젤리(www.beanjel.com)에 중복 게재됩니다.



태그:#유기견, #유기견입양, #유기견보호소, #반려동물,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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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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