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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장윤선·박정호의 팟짱> (오마이뉴스 팟캐스트)'라고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십시오.

■ 방송 :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 채널 : 팟캐스트(+아이튠즈 http://omn.kr/adno + 팟빵 http://omn.kr/ayzm)
■ 진행 :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 
■ 출연 :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아래는 6일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와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함께한 인터뷰 내용이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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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인터뷰>

-저는 지금 국회 국정조사 특위 회의장 앞에 나와 있는데요. 이곳은 전날과 다르게 분주한 상황입니다. 외신 기자가 많이 나와 있고요. 재벌 총수가 무려 9명이나 청문회에 참석하기 때문에 외신의 보도 경쟁도 치열합니다. 오늘 국정조사 특위 전망을 위해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님을 모셨습니다. 오전 10시부터 (국정조사 특위가) 시작되죠?
"네. 그렇습니다.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자정까지 할 것 같습니다. 어제도 (특위가) 늦게 끝나고 오늘도 준비 때문에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잤습니다."

-어제 기관 보고가 논란이 많이 됐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예상했던 대로 진실과 진상을 솔직히 고백할 것이란 기대는 안 했지만 성과가 있었습니다. 백옥 주사, 태반 주사, 감초 주사 등 그 많은 주사는 어디로 갔을지 (청와대 의무실장을) 집중 추궁했습니다. 오후 내내 청와대 의무실장이 부인하다가 마칠 때가 다 되어서 실토했습니다. '대통령에게 처방했다'고 실토했고요. '최순실 씨가 (청와대를) 왔다 갔다 했느냐'고 묻자 청와대 경호처장이 '확인해줄 수 없다. 알 수 없다. 그러나 청와대 부속실이 요청하는 특별한 손님에 대해서는 무사 통과됐다'고 답해서 사실상 비밀 출입을 시인했다고 평가합니다.

(제가) '세월호 7시간, 과연 대통령의 처신이 적절했느냐. 청와대의 대처가 정당했느냐. 또, 이런 국가기관 비상사태가 나타나면 대통령은 관저에 앉아 전화 보고를 할 것이냐'고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한 실장은) '(대통령이) 대면 보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세월호) 7시간 동안 국민들이 간절히 원하고, 아이들이 살려달라고 하는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느냐'에 대한 답변은 없었습니다. '필요한 대처를 했고, 청와대에 세세하게 적어 놓은 것이 팩트(Fact)다'라고 하는 청와대 관계자의 답변 태도 때문에 일부 의원은 분개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 많은 주사들이 대통령을 위한 것이란 사실이 입증된 거네요?
"청와대 의무실장은 '미용 처방은 아니다'라고 극구 부인했습니다. (제가) '그럼 (주사는) 어디에 썼냐'고 묻자 '피로 회복과 면역력 강화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누구한테 줬냐'고 묻자 '환자 인권 문제 때문에 의사로서 밝힐 수 없다'고 하다가 주로 대통령 처방용이란 사실을 인정했죠. 3차 청문회에서 세월호 7시간을 재조명할 겁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다시 조사할 계획입니다."

-지난달 30일, 의원님께서는 '2013년 청와대가 마약류로 지정한 의약품 1110정을 구매했고 대부분 소비했다'고 밝히셨습니다. 청와대가 구입한 의약품들이 어떤 마약류에 해당하나요?
"향정신성 의약품인데요. 첫 번째 약품인 '자낙스'는 항불안제 약품입니다. 불면증 처방에도 쓰이는데요. 주로, 항우울증, 불안에 쓰이는 안정제고요. 그게 600정 구입했고요. '스틸녹스'가 210정 구입됐습니다. 스틸녹스는 강력한 수면제입니다. 졸피뎀 성분으로 이뤄져 있는데 과거 가수 에이미 씨가 상용하다가 처벌받기도 했습니다. 위험한 약입니다. 마지막으로 '할시온'이 있는데요. 안정제지만 장기 복용하면 위험한 약입니다. 영국에서는 금지된 약품입니다.

청와대는 '(의약품) 1,110정을 구입해서 830여 정을 소비해서 남은 게 없다'고 주장해서 '지출 내역 자료를 내놔라'고 했습니다. 530여 페이지를 조사해보니 실제 사용한 기록이 136정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행방불명입니다. 이 문제는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있어서 제가 더 조사할 생각입니다. 기록이 안 남아 있고, 약품은 사라져 있습니다. (의약품이) 남아 있는지, 사용했는데 기록을 안 한 건지, 감추는 건지를 알기 위해 조사를 하고 추가 자료 요청도 한 상태입니다.

청와대는 '해외 순방을 자주 하니 시차 적응을 위해 (의약품들이) 수행원들에게 쓰였다'고 하는데요. 대통령이 지금까지 25차례 해외순방을 했습니다. 시차를 느낄 만한 장거리 순방을 조사했어요. 기이하게도 해외순방하는 동안 (실제 기록된 136정의) 의약품이 처방된 기록이 없습니다. 해외순방과 상관없는 기간에 136정이 처방됐고요. 나머지 600정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청와대의 해명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사실이 아니거나 둘러대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어제 의무실장은 대통령이 불면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수면제를 (대통령이) 상습 복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고요. 사생활 영역이긴 하지만 대통령의 건강 상태나 정신 상태가 국정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볼 때 아슬아슬한 대목입니다. 조금 더 살펴볼 생각입니다."

-역대 다른 정부들은 수행원들을 위한 수면유도제 등을 구입해서 이용한 적이 있나요?
"일부죠. (만약 쓰인다면) '멜라토닌'을 사용했습니다. '할시온'은 때때로 쓴다고 들었는데요. 아예 최면 상태, 마취 상태에 가까운 수면을 유도해서 위험한 약품입니다. 청와대 경호원들이 대통령을 수행하겠다고 그런 강력한 수면제를 복용하는 건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안 되고요. 청와대 비서관들이 대통령에게 쓰일 약품을 요청해서 이용한다는 것도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행방불명된 600정의) 약들이 어디로 갔을까요?
"그게 국조의 과제죠. 이 부분은 범죄 행위라 볼 수 없어서 특검의 소재는 안 될 겁니다. 다음 주에도 3차, 4차 청문회가 있습니다. 3차 청문회에서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을 추궁할 예정입니다. 약물 문제도 포함됩니다."

-어제 기관 보고받으실 때 세월호 7시간 미용 시술이 야당 의원들을 통해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김한정 의원이) '당시 대통령이 관저 아래에 있는 의무 동을 들렀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어서 박범계 의원이 '지하 비밀 통로를 통해 의무 동에 다녀갔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어떻게 제보를 받으신 건가요?
"청와대 내부 관계자에게서 받았습니다. 제가 받은 제보는 '(대통령이) 관저에만 있었다'고 청와대에서 알린 것과 다르게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 의무 동에 방문했다'는 것이고요. 박범계 의원은 공개된 통로가 아닌 비밀 통로를 활용했다는 제보를 받고 '방문 과정이 왜 안 드러났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여전히 (청와대에서는)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대통령이 의무 동을 가는데 비밀 통로를 이용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지난 3년~4년간 박 대통령은 비밀 대통령, 불통 대통령, 비선 대통령이었습니다. 국민들한테 대통령의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는 자세로 국정에 임했다면 오늘날의 국정 농단이 없었을 겁니다. 약품, 주사, 처치 등 치욕적이고 불미스러운 의혹에 (대통령이) 휩싸이게 된 건 어떻게 보면 대통령의 처신 때문이라고 봅니다. '청와대 내부 직원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게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설명이 안 됩니다.

오전에 오보가 있었으니 일시적으로 안심했다면 그럴 수 있죠. 그러나 그 이후 큰일이 났을 때 반응이 없습니다. 3시간 반 동안 (국정이) 공백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청와대가 그 뒤 상황을 살폈다고 하는데 제가 볼 때는 일방적 보고에 따른 사후 변명용 해명밖에 없습니다.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대통령이 대책 본부에 가서 부스스한 모습으로 엉뚱한 소리를 했습니다. 대통령이 상황 파악을 했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런 부분들에 국민들이 마음이 무너진 것 아닙니까? 믿었던 국가가, 그 책임자인 대통령이 저런 행동을 할 수가 있는가. 그 이후 청와대는 한 마디로 (국민들) 가슴에 못을 박는 행동이었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에 대한 냉랭하고 야멸찬 대응이나 국조위의 조직적인 방해나 친박 의원들 동원해서 '단순 교통사고', '배후 불순 세력' 등 온갖 모욕을 주지 않았습니까? 잘못을 사죄하고 다시는 이렇게 안 하겠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그 뒤로 보인 대통령과 청와대, 집권 여당의 행동이 더 문제라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습니다."

-국정 조사의 핵심 당사자는 최순실 씨입니다.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국정 조사 출석을 거부한 상황입니다. 최순득 씨, 장시호 씨 등 최씨 일가가 (국조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이대로라면 맹탕 청문회다'라는 비판이 거세질 것 같은데요?
"몸통은 박근혜 대통령이죠. 기획·감독은 최순실, 주연 박근혜, 조연 청와대 그리고 정부의 장관들,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들 아닙니까? 말도 안 되는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는데요. 최순실 없는 청문회, 말이 안 되죠. 그런데 말이 안 되는 대한민국에서 우리 국민들이 있지 않습니까?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말도 안 되는 대한민국, 새로 시작하자는 건데요. 국정 조사 취지도 그렇습니다.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가려내고, 성토하는 이유는 재발 방지입니다. 시스템을 바꾸자는 겁니다.

최순실 씨가 나온다는 건 모욕, 화풀이 차원의 문제가 아니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그분의 진솔한 증언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사실 진솔한 증언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최순실 없는 청문회, 최순실이 불응한 국조라 해서 못할 건 없습니다. '앙꼬 없는 찐빵 아니냐'고 하시는데 야채 찐빵도 있고요.

최순실 씨가 안 나오더라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내년) 1월 15일까지 국정 조사가 진행됩니다. 30일 더 연장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서울 구치소로 가서 현장 조사를 하자', '국정 조사장을 하루 옮겨 가자', 최순실, 안종범 등 구속 수감돼있는 국정 농단 관련자들 청문하자'고 주장했습니다. 현장 조사 부분에서는 여당 쪽 국조 위원들도 대놓고 반대하지 않던데요?"

-최순실 씨는 '본인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어서 (국조) 출석이 어렵다'고 주장해요. 그런데, (최씨가) 공황장애 약을 처방받은 기록은 없어요.
"공황 장애가 있다는 분이 31시간 동안 호텔에서 대책 행위하고, 은행에서 돈 찾아갑니까? 바로, (최씨가) 검찰로 직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변호사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공황장애에 건강이 안 좋아서'라고 합니다. 제가 구치소에 확인해보니 '문제없다'고 합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큰 문제 없었습니다. 공황장애가 있다면 의료 조치를 하면 됩니다. 국정조사를 피하려는 구실로 보이고요. 현장 조사 등 그분이 원하는 환경 속에서 국정조사를 할 용의도 있습니다."

-'본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나와서 재판에 영향을 미칠까 봐 국정조사에 임할 수 없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세요? 과거에도 그런 예가 많았거든요.
"국정조사 계획서는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적 효력을 갖습니다. (계획서에) 구속 수감 중인 증인, 재판을 앞두고 있는 증인들도 진술이나 출석을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해놨습니다. 본인의 재판 불이익에 대한 방어권,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건 진술로 방어하면 됩니다. 그분이 재판을 앞두고 있지 않더라도 진실이 100% 이야기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방어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국정조사를 거부할 명분은 못 된다는 겁니다. 국정조사에 나와서 자신을 방어하라는 겁니다. 우리는 의혹 규명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상호 작용하는 겁니다. 공개 재판을 일방적으로 하겠다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국정조사는 수사권이 없습니다. 특검이 진행되고 있어서 (국정조사는) 보완하는 의미가 큽니다."

-최씨 일가뿐 아니라 우병우 전 수석,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핵심 증인으로 일컬어지는 분들이 전부 불출석 입장을 밝히고 있어요. '의원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질타를 하지만 하나도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못하면 국정조사가 필요하냐'는 무용론이 보수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최순실 씨는 저질이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악질입니다. 김 전 실장이 해온 것은 유신의 부활이었고, 인권의 탄압이었고, 정치 공작이었고, 비선 비호였습니다. 최순실 국정조사에 비선에 관한 부정비리, 국정 농단도 중요하지만 악질적인 공안 통치, 공작 정치도 중요하단 생각도 합니다. 언론을 탄압하고, 조작하고,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양심적인 공직자들을 쫓아내는 기획과 집행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선두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과 메모에도 증거가 나왔지 않습니까? 김기춘 청문, 조사는 국정조사에서 포기할 수 없습니다. 끝까지 쫓아가서 불러내고, 증언을 받을 겁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자택으로 가서 현장 조사를 하실 건가요?
"글쎄요. 안 그랬으면 하는 건데요. 그래도 (김 전 실장은 그동안) 장관을 했고, 국회의원을 했고, 청와대 비서실장을 한 분 아닙니까? 공직에서 평생 있었던 분인데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는 겁니다. 자기가 뻔뻔한 변명을 하더라도 사회가 합의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피해지지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분이 (국정조사에)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의원님께서는 오늘 어떤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생각이신가요?
"재단 설립 과정에서 재벌들이 돈을 냈는데요. 도대체 그 돈이 어디서 났고, 왜 냈고, 재벌 총수들은 대통령과 왜 면담을 했고, 안종범 전 수석이 '돈 걷어라'고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에 이야기했는데 왜 전경련은 쫓기듯 돈을 걷으러 다녔는지 일차적으로 규명돼야 하고요. 대통령은 '기업의 선의고, 국가에 필요한 문화 산업이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재벌 총수들이 지금 찝찝한 부분이 있을 겁니다. 자기들 나름대로 민원이 있었어요. 사면이나 면세점 사업권이나 다양한 형태로 정부의 혜택을 기대한 흔적이 많습니다. 이런 건 부당 거래입니다. 비밀 거래고, 불법 거래입니다. 이 부분은 단순한 정경유착이 아니라 공범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뇌물이 오간 것 아닙니까? 뇌물로서 기금을 내고, 뒷돈을 주고, 정부의 사업권이나 사면권 같은 혜택을 누리려 했던 거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집중 조명할 생각이고요.

삼성은 또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삼성이 최순실 씨 통해서 정유라 씨에게 말 구입 등 현금 지급을 했습니다. 최순실 씨가 운영하는 독일의 페이퍼 컴퍼니에 투자도 하고요. 승마협회에 2백억 이상 지원을 약속했고요. 미르 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돈을 제일 많이 냈습니다. 삼성이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였는지가 오늘의 과제입니다. 삼성 미래전략실이 중심이 돼서 치밀한 작전이 있었다고 봅니다."

-어떤 작전이 있었을까요? 삼성이 최순실 씨를 어떻게 알고 접근했을지 궁금한데요.
"오전 10시에 청문회가 시작됩니다. 지금 다 말하면 저는 어떡하란 말입니까. 청문회 과정을 중시해주시고요. 다만, 국정조사에 대해 끊임없는 오해가 있고 폄훼가 있습니다. '맹탕 청문회', '재벌 면박주기', '소리 지르는 국회의원들'. 여당의 일부 의원은 미덥지 않은 행동을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우리 국조 위원들 바탕에 깔린 공감대는 '청문회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백서를 만드는 과정으로 생각하자'는 겁니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고 자랑스러운 기업인데 재벌 일가의 행태, 70~80년대식 정경 유착 등 후진적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을 텐데 앞으로의 미래가 있을 것인지 근본적인 걱정이 있는 겁니다. 미숙하고 무책임한 대통령 때문에 우리 국정이 몸살을 앓았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받았습니다. 삼성은 개인의 회사가 아닙니다. 특정 가문의 사유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새로운 교훈을 얻기 위해서도 진지하게 임해야 하지 않겠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 노후가 담보된 국민연금을 동원했다',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직접 만나서 관련 내용을 부탁한 것 아니냐'는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최씨 일가를 활용했다면 누가 더 위중한 범죄가 있는 건가요?
"저는 예단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의문스러운 대목들, 인과 관계를 보면 분명히 필연성이 있는데 부인해온 내용들, 점선으로 연결된 의혹을 실선으로 만드는 작업이 국조의 과제이자 이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나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국조 위원들이 질문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자료도 보고, 실시간으로 제보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응원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주십시오. 조언도 해주고, 비평도 해주십시오. 저에게는 '얼굴을 왜 찡그리느냐', '편안하게 해라'는 말을 해주시던데요. 제가 눈이 조금 나쁩니다. 시력이 나빠서 증인들이 안 보여요. 꼭 화가 나서 그런 게 아닙니다. (웃음) 그런 사소한 조언들도 힘이 됩니다.

국민과 함께 하는 국정조사가 될 수 있도록 (국민들이) 단순한 시청자 입장이 아니라 '내가 국조 위원이다', '내가 이게 궁금한데 왜 이 대목은 질의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참여 국조가 됐으면 합니다."

-'이르면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4월 퇴임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란 내용이 조간 신문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면 또 한 번 정치권이 휘청하게 될까요?
"요새 '연쇄 담화범'이란 말도 나오던데요. 국민들에 대한 대통령의 담화와 해명은 진정성이 떨어졌습니다. 변명으로 일관했고, 피해가려는 의도가 드러났습니다. 더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길 바랍니다. 속을 국민들도 아닙니다. 4차 담화를 통해 탄핵 불 끄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이미 '대통령의 퇴진 시기 표명에 구애받지 않고 탄핵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있고,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탄핵 가결을 장담할 순 없지만, 아슬아슬할지라도 탄핵이 될 겁니다. 만약 안 되면 20대 국회는 지탱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압도적 여론과 여망에 거꾸로 가는 국회가 어떻게 존속되겠습니까? 당장 앞으로의 당선을 계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위기는 새누리당 의원들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만약 탄핵이 안 되면) 앞으로 남은 3년 이상의 국회의원 임기도 보장받기 힘듭니다. 국회 해산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민 혁명 과정에 있습니다. 87년 6월 항쟁처럼 평화로운 투쟁은 아니었고, 많은 분이 희생되고 다치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이번은 그러지 말자는 게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 아닙니까? 1백 만, 2백 만이 모였어도 유리창 하나 깨질까 봐 조심하는 지혜로운 국민들 아닙니까? 이런 국민들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영국이 산업혁명을 주도하지 않았습니까? 1840년대 산업혁명이 피크(Peak)였는데 영국 역사학자 토인비 박사는 '자신들이 엄청난 일을 벌이는지 자각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엄청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경험하지 못한 명예혁명, 민주혁명, 시민혁명을 국민들이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 생겼기 때문에 대통령 퇴진 시기 등 잔머리 계산으로 역사의 물길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대통령의 죄상이 드러나면 형사처벌이 불가피하고, 검찰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 4월 퇴진을 말하는 건 특검을 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겁니다. 탄핵 문제는 국회의원이 당연히 해야 하는 제도적·헌법적 절차니까 (특검과) 별개로 보고 해야 한다는 겁니다.
"기관 조사를 해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대통령이) 대세를 수용하는 것으로 마음을 잡았다고 봅니다. 다만, 기술적인 문제죠. 당장 사임을 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국정 혼란 가능성, 대통령 사법 처리가 불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고려는 하겠죠. 저는 어제 질의를 통해 대통령 참모들에게 간접적으로 (의사를) 비쳤지만 미련을 가지면 안 됩니다. 잔머리를 굴려서 해결될 국면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애국과 국민에 대한 봉사는 미련 없이 떠나는 겁니다. 나머지는 국민들이 알아서 합니다. 사법 처리도 국민이 알아서 합니다. 재판부에서 선언하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사죄하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시민 혁명에 대해 존중하는 자세만 보여줘도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친일부터 독재까지 이어진 70년간 적폐를 청산하고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돼야 하는 이번 주 금요일이다'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습니다. 국회 역할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국회는 국회의원이 모여 있는 집단이지만,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볼모입니다. 유권자들의 대리인입니다. 국회의원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검찰이 아닙니다. 죄를 지은 사람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두려워하겠지만, (가장 두려운 건) 유권자이고 시민입니다. 어제도 새누리당 국조 위원들이 저에게 핸드폰을 보여주면서 '아침에 400개 이상 문자 폭탄 때문에 죽겠다'고 했습니다. 박사모 회원이 욕설로 협박하는 걸 틀어 줬습니다. (새누리당 국조 위원이) '배신자는 탈당하라. 가만 안 두겠다'는 생생한 육성을 녹음해서 저에게 들려주더라고요. 그건 부정적인 반대의 예시겠지만 결국에는 유권자 압력이 정치를 바꿉니다."

-오늘 재벌 총수 9명이 나온다고 하는데요. 청문회도 매우 뜨거울 것 같습니다.
"자정까지 끌고 갈 것으로 보입니다. 재벌 총수들이기에 예우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도 노력할 것이고, 인신 공격형 청문회가 돼선 안 되겠죠. 개혁을 바라고, 새로운 세상을 원하는 사람들이 도리어 몰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민들이) 촛불집회에서 유리창을 안 깨는 심정으로 (국조에) 임할 생각입니다."

-끝으로 국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이런 국민들이 있는데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건 제게 큰 영광이자 보람이죠. 갓 대학을 졸업한 딸이 있는데 그러더라고요. '아빠가 이 시점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아닌 게 너무 감사하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표현이 좀 그런데 그분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분들이 어렵고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기 때문이겠죠."

-헌법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그분들도 소신껏 하면 되지 않을까요?
"(새누리당 의원들도 국민 정서에 대한) 공감이 있고요. 9일 탄핵,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역사 흐름을 거스르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끝>


태그:#김한정, #장윤선, #박정호, #팟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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