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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씨의 대나무 조각작품 '까치'. 대나무에 칼끝으로 새긴 다음 쪼개서 평면에 붙여서 완성했다.
 박동석 씨의 대나무 조각작품 '까치'. 대나무에 칼끝으로 새긴 다음 쪼개서 평면에 붙여서 완성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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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이 돋는다. 나뭇가지에 올라앉은 까치가 살아 있는 것 같다. 달리는 말의 갈기는 바람에 날리고 있다. 근육질의 다리도 꿈틀대는 것 같다. 입을 크게 벌린 용은 금방이라도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갈 태세다.

잉어는 진짜 물 속에서 노닐고, 물고기를 잡은 해오라기는 액자 속에서 움직이는 것 같다. 한자성어(忠孝信愛)를 새긴 글씨에서는 붓 끝의 놀림까지 느껴진다. 그만큼 섬세하다.

사진이 아니다. 그림도 아니다. 대나무에 새긴 조각이다. 둥근 대나무에다 칼끝으로 새겼다. 박동석(56·담양군 월산면)씨의 대나무 조각 작품들이다. 박씨를 지난 11월 29일, 그의 작업실을 겸한 집에서 만났다.

박동석 씨의 대나무 조각작품 '용'. 입을 크게 벌린 용이 금방이라도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갈 것 같다.
 박동석 씨의 대나무 조각작품 '용'. 입을 크게 벌린 용이 금방이라도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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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씨가 자신의 작품 전시실에서 부채에 새긴 대나무 조각작품을 들어보이며 대나무 조각의 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동석 씨가 자신의 작품 전시실에서 부채에 새긴 대나무 조각작품을 들어보이며 대나무 조각의 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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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대나무 조각가다. 겉이 미끌미끌하면서도 둥글고 단단한 대나무에 조각을 했다. 조각을 한 대나무를 쪼개고 펴서 한 점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작품 한 점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0여 일. 하루 대여섯 시간씩 작업을 한다고.

대나무 조각은 대나무를 고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대나무는 매듭 45㎝ 이상, 지름 7∼8㎝의 왕대를 쓴다. 3년 이상 자란 한 그루의 대나무에서 5마디 가량 쓸 수 있다. 이 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가스불로 태운다. 대나무의 껍질을 벗겨내면서 겉면을 까맣게 만든다. 칼끝으로 조각을 할 재료를 만드는 작업이다.

대나무를 까맣게 만든 다음엔 펜으로 종이에다 그림을 그린다. 그림도 모방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생각대로 그린다. 그림을 둥근 대나무에 대고 펜으로 꾹꾹 눌러 칼로 새길 밑그림을 그린다.

박동석 씨가 종이에 그린 잉어 그림. 박 씨는 밑그림까지도 모방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그린다.
 박동석 씨가 종이에 그린 잉어 그림. 박 씨는 밑그림까지도 모방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그린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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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씨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대나무에 조각을 하고 있다. 박 씨는 대나무통에 조각을 한 다음 그것을 쪼개서 평면에 펴서 붙인다.
 박동석 씨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대나무에 조각을 하고 있다. 박 씨는 대나무통에 조각을 한 다음 그것을 쪼개서 평면에 펴서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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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끝으로 대나무에 새기는 작업은 이제부터다. 희미하게 표시된 선을 따라 칼로 판다.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작업이다. 자칫 칼끝이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그동안의 작업이 헛일이 되고 만다.

일반 나무보다 훨씬 강한 대나무지만, 그의 칼끝은 거침없이 움직인다. 그림뿐 아니라 짙고 연한 음영까지도 칼끝으로 표현한다. 파면 팔수록 연한 빛깔이 나오는 대나무의 속성을 감안한다. 몇 날 며칠 동안 온갖 정성을 다해서 칼끝을 움직여 조각 작업을 한다.

마무리 작업도 중요하다. 완성된 대나무 조각을 길게 절반으로 쪼개고, 다시 절반으로, 또 절반으로 쪼갠다. 다 쪼갠 마디를 하나씩 연결해서 붙인다. 세상에 하나뿐인, 박씨만의 대나무 조각 작품이 만들어진다.

박동석 씨가 대나무통에 꽃을 새기고 있다. 그의 손끝에서 장인의 품새가 묻어난다.
 박동석 씨가 대나무통에 꽃을 새기고 있다. 그의 손끝에서 장인의 품새가 묻어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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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씨가 그리고 새긴 꽃을 비교해 보았다. 위는 펜으로 그린 밑그림이고, 아래는 대나무통에 새긴 조각이다.
 박동석 씨가 그리고 새긴 꽃을 비교해 보았다. 위는 펜으로 그린 밑그림이고, 아래는 대나무통에 새긴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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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부터 했어요. 소를 키우는 도중에 심심풀이로 한 것이 시작이었어요. 누구한테 배운 것도 아니고, 도움을 받은 것도 아니고요. 지난한 일이었죠. 스승이 따로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하면 할수록 재미가 있고, 매력이 있더라고요. 제 팔자인 것 같습니다."

박씨는 그때부터 지금껏 대나무 조각을 해왔다. 돈벌이를 위해 25살 때 서울로 올라가서 30여 년 동안 살면서도 틈틈이 대나무 조각을 했다. 자녀들을 다 키우고, 생활이 안정되자 대나무 조각에 전념하고 싶었다. 다시 고향 담양으로 내려왔다. 3년 전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대회에 출품, 입상도 여러 차례 했다. 대한민국전통미술대전, 한국현대미술대전, 전국공예품경진대회, 대한민국열린서화대전, 대한민국민화대전, 전국예술문화대전, 담양죽제품경진대회 등등. 지난 8월엔 서울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작품 전시회도 열었다.

박동석 씨가 대나무통에 새긴 조각작품들. 박 씨는 이 대나무를 쪼개고 쪼개서 평면에 붙여 작품을 완성한다.
 박동석 씨가 대나무통에 새긴 조각작품들. 박 씨는 이 대나무를 쪼개고 쪼개서 평면에 붙여 작품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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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씨가 자신의 작품실에서 대나무조각 작품을 하게 된 계기와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지난 11월 29일이다.
 박동석 씨가 자신의 작품실에서 대나무조각 작품을 하게 된 계기와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지난 11월 2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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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죠? 전통미술대전에도 출품했고, 현대미술대전에도 출품했잖아요. 민화대전에도 냈고요. 같은 작품으로요. 지금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제 작품이 전통미술인지, 현대미술인지. 계보가 없고, 같은 작업을 하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박씨의 하소연이다. 전시 공간도 마땅치 않다. 집 한켠에 창고를 겸한 작은 전시공간을 만들어 놓고 있다. 작품도 아직은 팔리지 않는다. 작품 한 점을 완성하는데 20여 일 걸린다는 얘기를 듣고선 저마다 혀를 내두른다.

하지만 박씨는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빛을 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가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대나무를 붙잡고 칼끝을 움직이는 이유다.

박동석 씨가 대나무에 새긴 다음 쪼개서 붙인 작품 '말'. 바람에 날리는 말의 갈기까지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박동석 씨가 대나무에 새긴 다음 쪼개서 붙인 작품 '말'. 바람에 날리는 말의 갈기까지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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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씨가 대나무에 새겨 만든 병풍. 대나무 조각작품을 붙여서 병풍으로 만들었다.
 박동석 씨가 대나무에 새겨 만든 병풍. 대나무 조각작품을 붙여서 병풍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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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나무조각, #박동석, #대나무조각가, #죽세공예, #전통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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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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