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빈 주머니는 따듯하다
손을 넣으면 더욱 따듯하다
좋아하는 사람의 손이 들어오면 더 더욱 따듯하다

겨울이 오면
빈 주머니가 그립다
손을 넣을 빈 주머니가 그립다(아래 하략)

아동문학가 윤수천 선생의 시집 '빈 주머니는 따듯하다'에 수록된 같은 제목의 시이다. 윤수천 선생은 1942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났다. 국학대학 국문과를 특기장학생으로 2년을 다닌 선생은 1974년 소년중앙문학상 동화 당선(산마을 아이)과 197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으로 문단에 등단했다.

선생의 저서로는 동시집 <아기넝쿨> <겨울 숲>과 동화책 <꺼벙이 억수> <인사 잘하고 웃기 잘하는 집> <나쁜 엄마> <멋진 춤을 보여줄께> 등 80여 권이 있으며 시집으로는 <쓸쓸할수록 화려하게>가 있다. 윤수천 선생은 한국아동문학상과 방정환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윤수천 선생이 자필 사인을 해서 보내주셧다
▲ 사인 윤수천 선생이 자필 사인을 해서 보내주셧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세상에서 가장 작은 시집

29일, 우편물이 수원시청 공보관실로 와있다는 연락을 받고 우편물을 수령하러 시청을 찾아갔다. 아주 작은 우편물 하나를 건네준다. 얼핏 보면 초대장 한 장 들어있을 만한 크기의 우편물이다. 그런데 봉투 안에 무엇인가 딱딱한 것이 들어있다. 열어보니 휴대폰 크기 만한 책자이다. 제목을 보니 윤수천 시집이란다. 그런데 이 작은 책자에 도대체 몇 편의 시가 실린 것일까?

작은 시집은 110쪽 정도로 모두 4부문으로 구분되어 있다. 제1부는 '슬픈 립스틱'으로 21편의 시가, 제2부는 '파도는 왜 아름다운가' 외 22편의 시가, 제3부는 '들꽃의 사랑' 등 16편의 시가, 제4부는 '빈 주머니는 따듯하다' 등 21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어 총 8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110쪽에 달하는 시집의 크기가 휴대폰만 하다
▲ 작은시집 110쪽에 달하는 시집의 크기가 휴대폰만 하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저 슬픈 세월을 감히 누가 달래랴
기다림도 달빛에 젖으면
저리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을

제1부 슬픈 립스틱에 수록된 '갈대'라는 시의 전문이다. 윤수천 시인의 작은 시집에는 이렇게 단 세 줄로 된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윤수천 선생을 뵌 것은 몇 번쯤인가 보다. 뵐 때마다 선생이 거주하고 계신 수원시 팔달구 지동의 골목에 시를 쓰는 자리였다. 지동에 마련한 시인의 골목에는 선생의 시가 두 편이 적혀있다.

윤수천 선생이 시인들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있다 (맞은편 중앙)
▲ 윤수천 시인 윤수천 선생이 시인들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있다 (맞은편 중앙)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지동 벽화골목에서 벽에 시를 쓰고 있는 윤수천 시인
▲ 윤수천 시인 지동 벽화골목에서 벽에 시를 쓰고 있는 윤수천 시인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시골목에서 만난 윤수천 시인

윤수천 선생은 1975년 수원 지동으로 이주한 후 40년에 넘는 세월을 거주하고 있다. 윤수천 선생의 집 담벼락에는 꺼벙이 억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누구나 싶게 찾을 수 있는 선생의 집은 '꺼벙이 억수'의 집으로 유명하다. 꺼벙이 억수는 2007년 제4회 전국 초등학교 및 청소년 독서 감상 발표회에 선정되기도 했다.

<꺼벙이 억수>는 한국의 창작동화 50선에 선정되기도 하였으며 초등학교 2학년 말하기듣기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2학기 읽기교과서는 <쫑쫑이와 넙죽이>가 수록되어 있다. 또한 5학년 교과서에는 시 '바람부는 날의 풀'이 수록되어 있으며 <엄마와 딸>은 중국과 대만, 태국에 <인사 잘하고 웃기 잘하는 집>은 일본에 번역 출판되기도 했다.

윤수천 선생은 "꿈이 있는 어린이는 기죽지 않는다. 책은 밥이다"라면서 "우리의 정신을 살찌우기 위해서는 책이 필요하다"고 한다. 윤수천 선생의 작품들은 절망에서 희망을 꽃피울 수 있는 마음을 키울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시집을 선물로 보낸 윤수천 선생의 더 많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타워와 티스토리 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빈 주머니는 따뜻하다

윤수천 지음, 국보(2016)


태그:#윤수천, #아동문학가, #시인, #작은 시집, #선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