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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26일, '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이 열린 서울 광화문 일대. 한 시민의 '등신대'(等身大, 사람의 크기와 같은 크기)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설현 이후 최고 인기"라는 평가를 받은 이 등신대의 주인공은 박근혜 대통령.

이 등신대를 만든 이는 최황(33)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기도 하는 그의 11월 26일을 압축해봤습니다. '박근혜 등신대와의 하루',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이 기사는 최황 시민기자와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해 글 쓴 기자가 재구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기자 말

#1. 11월 25일 밤... 그분의 키는 162cm

 박근혜 등신대의 탄생. 서울 모처에서 작업이 이뤄졌다.
 박근혜 등신대의 탄생. 서울 모처에서 작업이 이뤄졌다.
ⓒ 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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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경향신문> 기자 등 여러 매체 기자들이 내게 '내일(26일)은 뭘 들고 나갈 거냐'라고 물어본다. 지난 집회 때 박근혜 반신 그림 작품을 들고 광장에 나갔던 터라, 부담이 크다. 뭔가 기발한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종착점은 '현실에서 내가(우리가) 꼭 보고 싶은 장면을 그리자'였다.

"그래, 실사판 박근혜 등신대를 만들자."

우선 구글에서 검색을 좀 해봤다. 실제 크기로 그려야 하니까, 키부터 알아봐야겠지. 검색을 해보니 박근혜 대통령의 키는 162cm. 신발굽 높이까지 감안해 실제 사이즈로 윤곽을 잡고, 작업을 시작했다. 2시간 정도가 흐른 뒤... 탄생했다, 박근혜 등신대가.

#2. 11월 26일 오후 4시 30분... "가자, 근혜야"

 "가자, 근혜야"
 "가자, 근혜야"
ⓒ 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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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2호선 잠실역. 나는 박근혜 등신대를 들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에 탑승하자 좌중의 시선이 박근혜 등신대로 쏠린다. 몰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에게 감히 말씀드렸다.

"그냥 대놓고 찍으셔도 돼요."

#3. 11월 26일 오후 6시... 박근혜 등신대, 광장에 서다

 광장에 도착했다. 시민들의 분노가 잘 느껴지지?
 광장에 도착했다. 시민들의 분노가 잘 느껴지지?
ⓒ 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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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이 열리는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다. 박근혜 등신대를 마주한 시민들은 "오오~" 하면서 환호를 보냈다.

여기서, 작품 설명을 좀 해야겠다. 수의에는 '8下2'와 '1026' 이라는 번호가 새겨져 있다. '8下2'는 '빨리 하야하라'는 뜻을, '1026'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총에 맞아 죽은 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는 박근혜 등신대를 머리 위로 치켜세우고 광장에 섰다. 이날 장갑을 깜빡해 맨손으로 갔는데, 내게 장갑을 건네주는 시민도 있었고, 핫팩과 따뜻한 음료수를 건네는 시민들도 있었다.

#4. 11월 26일 오후 8시 30분... 잠깐 쉬는 '수의 박근혜'

 박근혜 등신대와 전집에서 막걸리를... 미안하지만 술맛이 떨어진다.
 박근혜 등신대와 전집에서 막걸리를... 미안하지만 술맛이 떨어진다.
ⓒ 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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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소모가 많았다. 잠깐 쉬기 위해 교보문고 뒤의 한 전집에 들어갔다. 박근혜 등신대와 함께 전집에 입장하자 가게 안에 있던 모든 손님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이 보고 싶었던 광경을 눈앞에서 보니 반가웠던 걸까. 사장님부터 종업원까지 모두 환호했다.

박근혜 등신대와 마주 앉아 막걸리를 마시자니 솔직히 술맛이 좀 떨어졌다. 게다가 많은 이들이 '꼴보기 싫어하는 사람'이라 다소 민망에 등신대를 거꾸로 돌려놨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손님들이 "이 모양 좀 보면서 한잔 합시다"라고 하더라. 박근혜 등신대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그런데 어떤 나이든 시민이 내게 물어보더라. '1026'의 의미가 뭐냐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총에 맞아 죽은 날이라고 설명하니... 그분은 "내가 박정희 때를 살아봐서 아는데, 박정희와 박근혜를 연결시켜 봐선 안 된다"라는 훈계를 하시더라. 동의하지 않았다.

#5. 11월 26일 밤... '박근혜 때리는' 게 전부는 아닙니다

'수갑 찬 박근혜' 등신대 등장 박근혜즉각퇴진 5차 범국민행동이 열린 26일 오후 청와대 접근을 막기 위한 경찰 차벽이 설치된 종로구 통인동 새마을금고 네거리에 수의입고 수갑 찬 박근혜 대통령 등신대(최황 제작, 사람의 크기와 같은 크기)가 등장했다.
▲ '수갑 찬 박근혜' 등신대 등장 박근혜즉각퇴진 5차 범국민행동이 열린 26일 오후 청와대 접근을 막기 위한 경찰 차벽이 설치된 종로구 통인동 새마을금고 네거리에 수의입고 수갑 찬 박근혜 대통령 등신대(최황 제작, 사람의 크기와 같은 크기)가 등장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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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체력을 회복하고 광장에 섰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박근혜 등신대와 함께 집회에 참가했다.

집회 참가 도중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발견하곤 했다. 일부 시민들이 우산이나 주먹으로 박근혜 등신대를 때리는 게 아닌가. 나는 박근혜가 무조건 '공공의 샌드백'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박근혜 퇴진만이 무조건적인 목적으로 여겨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박근혜의 퇴진을 발판 삼아서 한국 사회를 보다 나은 사회로 만드는 게 우리가 광장에 서 있는 이유 아닐까.

다행히도 '감히 국가원수를!!!'이라며 내게 시비를 걸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지난 4차 범국민행동 때 박근혜 반신 그림을 들고 나갔다가 박사모 집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듯해 보이는 한 노인이 나를 태극기로 때린 적이 있었다. 다행히도 5차 범국민행동 때는 이런 일이 발생하진 않았다.

자정을 넘기고 청운효자주민센터 주변에서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해산명령'을 내린 뒤 나도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후 모처에 닿아 쉬고 있는데, 다른 테이블에 있던 누군가가 발터 PPK(김재규가 박정희를 쏜 총 모델)를 들고 와 박근혜 등신대에 겨누더라(…).

#6. 11월 27일 새벽... 한 택시기사님의 패기

 박근혜 등신대
 누군가 다가와 발터 PPK로 등신대를 겨눴다(...)
ⓒ 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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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택시를 탔다. 역시 박근혜 등신대와 함께. 근데 택시기사님의 한마디에 폭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 택시기사님의 패기 어린 한 말씀.

"어이쿠, 택시에 대통령님을 모시게 돼 영광입니다. 어디, 검찰청으로 모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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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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