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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다시 만난 풍경. 한국도 언제까지였을까. 여튼 내 어릴 적 기억에도 '엘리제를 위하여'를 울리며 집 앞을 지나던 청소차가 있다. 반갑고 정겨웠다.

소리를 듣고 부랴부랴 달려 나오는 사람들 모습도 친근하고 재밌었다. 한국에서도 다시 볼 수 있음 좋겠다. 그럼 사시사철 힘겹게 일하는 미화원 분들이 덜 고단하지 않을까?

▲ 추억의 '엘리제를 위하여'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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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로, 70만 개에 가까운 유물을 보유한 고궁박물관이다. 대만(중화민국)의 초대 총통이자 '독재자'였던 장제스의 주도 하에 반 세기에 걸쳐 모으고 전시 중에도 어렵사리 지켜 지금의 자리에 있다고.

아래 사진은 고궁박물관 내 유일한 모사품. 중국 서예 대가 왕희지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누군가 흉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로 판명된 근거는 당시 중국에서는 서신 안에 절대 수신인을 같이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고궁박물관 유일한 모사품 왕희지 서체
 고궁박물관 유일한 모사품 왕희지 서체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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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임에도 불구하고 왕희지의 서체를 너무도 사랑한 건용 황제는 이마저도 수집해 볼 때마다 자신의 도장을 찍었는데, 이에 대한 현지 안내원의 부연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훌륭한 예술품을 혼자 소유하고 원본을 훼손시킨 권력자의 오만함... 결국 이 많은 유물들도 전쟁과 약탈의 결과물이죠."

용산사
 용산사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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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용산사'다. 1738년에 처음 건립됐다가 소실되어 1957년에 다시 지어졌다. 그런데 원형이 파손된(거의 또는 전부가) 유물을 후세에 같은 모습으로 복원한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종종 의문스럽다. 하물며 한국 숭례문과 같이 '썩은 정신과 자재로' 재건했다면 '자원의 낭비일 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튼 용산사는 도심 속 서민들 가운데 있어 좋고, 규모나 장식에 과함이 없지만 또한 섬세하고 견고한 장인의 손길, 그것을 아끼는 주민들 마음이 느껴져 좋았다. 더불어 매끼 밥을 지어 먹듯 소박한 음식과 꽃 등을 올리며 기도하는 사람들 모습이 좋았다. 무엇보다 하나만을 옳다 고집 않고 유·불·도교와 민간신앙을 두루 신봉한다니 그 조화로움이 가장 좋다.

그리고 잠시 머물며 지켜본 결과, 현지인과 관광객의 가장 큰 차이는 손에 향을 들고 있느냐, 카메라를 들고 있느냐였다. 누구든 상관 없지만 어디서건 손님으로 예부터 갖추면 좋겠다.

중정기념관에서 내려다본 전경
 중정기념관에서 내려다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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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하야"를 외친 중정기념관. '중정'은 대만의 초대 총통이자 독재자였던 장제스의 본명으로 그와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하지만 앞서 무려 신을, 그것도 여러 신을 모시는 사원조차 사람들 가까이 낮게 자리하고 있는데 그게 누구든 인간 하나를 기념하는 집 하나가 이렇듯 거대하고 사치스러워도 되나, 또한 의문스러웠다.

수영을 배우다
 수영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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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있는 반차오(Banqiao)란 동네에서 물어물어 수영장 한 곳을 찾았다. 여행 전 약 5개월간 거의 매일 수영을 했는데 갑자기 운동을 쉬니 몸이 근질근질했다. 10여 년 전 '초급반'을 세 번이나 등록해 수영을 배우려 했으나 실패였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다시 도전, 지금은 실내 수영장에선 웬만큼 하는 실력이다. 여행 오기 전 '심폐소생술' 자격증도 땄다.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길 바라지만 만에 하나 그런 상황이 되면 내 목숨은 내 스스로, 또 가능하면 내 옆에 누구라도 구할 수 있길 바라며.

모든 고기는 '살아 있었다'.
 모든 고기는 '살아 있었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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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타이베이 식육점이나 여타 가게에서 파는 고기의 모습은 이렇다. 그 고기가 살았을 적에 무엇이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기왕 먹는 고기라면 한국도 예전처럼 이렇게 '원형을 유지'해 팔면 좋겠다. 그럼 적어도 아예 알아볼 수 없게, 그저 먹기 좋게 가공된 고기를 먹을 때보다는 생명에 대해 덜 무심하지 않을까.

'식용뱀'
 '식용뱀'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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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사 인근 시장 골목, 살아있는 뱀과 쥐를 즉석에서 요리해주는 식당이다. 자연 다큐멘터리나 동물원에서 봤던 대형 뱀들과 낮익은 하얀 털, 분홍 코의 쥐들이 각각이 우리 안에 있었다. '촬영 금지'라고 한국어로 적혀 있었으나 무시했다. 이렇듯 무참히 살다 죽는 동물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알리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동네 시장 반찬가게
 동네 시장 반찬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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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월 15일)로 타이베이시에 산 지 딱 한 주. 지하철 타기가 쉬워졌고, 골목 지리도 한결 익숙해졌으며, 맘에 드는 찻집과 반찬 가게가 생겼고, 문구점 두 곳의 위치도 알았다. 숙소 앞 편의점 점원과 눈이 마주치면 편히 웃고, 이렇게 오가며 인사하는 이가 넷쯤 생겼다.

여행, 나의 일상에서 그대 일상으로>
여행은 결국 나의 일상에서 누군가의 일상을 오가는 여정. 고로 내 일상에선 먼 곳을 여행하듯 천진하고 호기심어리게, 남의 일상에선 나와 내 삶을 아끼듯 그렇게. '삶은 여행'이라는 너무 익숙해서 인용조차 꺼리던 이 표현이 새롭게 깊이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또 한 번의 여행을 11월 9일부터 시작합니다. 길의 단절이 아닌 확장을 위함이고, 보다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나와 내 삶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입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종종 전하겠습니다. facebook /travelforall.Myoungju



태그:#타이베이여행, #용산사, #대만종교, #박근혜하야,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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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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