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리듬체조 손연재에게도 튀고 있다. 피겨 김연아가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을 거절한 뒤 2015년 대한체육회가 선정한 스포츠영웅 리스트에서 제외되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일부 팬들이 이 행사에 참석한 손연재에게 비난을 보내고 있다. 손연재 소속사는 "체조를 알린다는 취지로 참석했으며 억측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사진은 2014년 11월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한 손연재.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리듬체조 손연재에게도 튀고 있다. 피겨 김연아가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을 거절한 뒤 2015년 대한체육회가 선정한 스포츠영웅 리스트에서 제외되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일부 팬들이 이 행사에 참석한 손연재에게 비난을 보내고 있다. 손연재 소속사는 "체조를 알린다는 취지로 참석했으며 억측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사진은 2014년 11월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한 손연재. ⓒ 연합뉴스


체육계마저 농락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이제는 리듬체조 스타 손연재에게 튀고 있다. 최근 박태환-김연아 등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들도 정부로부터 미운 털이 박혀 각종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손연재는 지난 2014년 정부가 주도한 '늘품체조' 시연회 행사에 참석했다. 늘품체조는 최순실의 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주도한 국민체조다. 시연회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참석했고 피겨 스타 김연아 역시 초청을 받았으나 평창올림픽 홍보와 개인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불참했다. 이 일을 계기로 김연아가 2015년 대한체육회가 선정하는 스포츠 영웅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사건이 재조명되며 김연아와 달리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한 손연재에게는 일부 누리꾼들이 비난을 퍼붓고 있다. 손연재의 SNS에는 엄청난 비난 댓글로 도배가 되기도 했다. 손연재의 스포츠 마케팅사 홈페이지 역시 접속자가 늘어나며 서버가 다운됐다.

손연재를 향한 대중들의 분노

손연재를 향해 쏟아지는 의혹의 시선들은 그리 단순한 문제만은 아니다. 박근혜-최순실 일당에 협조적이었던 이들은 각종 혜택을 누린 반면, 박태환이나 김연아처럼 조금이라도 이해관계에 어긋나는 이들은 철저한 불이익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며 대중의 분노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연재는 시연회 참석 이후 김연아와는 정반대로 대한체육회가 시상하는 '대한민국을 빛낸 체육인들' 시상에서 2014~2016년까지 무려 3년 연속 수상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2016년에는 대상까지 수상했는데 그동안 대상은 주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등 자타공인 세계 최고수준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에게만 수여되는 것이 관례였다. 손연재는 올림픽 메달 경력이 없이 대한체육회 대상을 수상한 최초의 선수이기도 하다.

대한체육회는 손연재가 불모지인 리듬체조 분야를 개척한 공로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체육회는 2015년 스포츠영웅 선정 당시 인터넷 투표에서 압도적인 1위로 지지받았던 김연아를 규정에도 없는 나이 제한을 들먹이며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자연히 손연재에 대한 특별대우와는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 등 정부에 협조적이었던 손연재에 대한 보상 차원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리듬체조 손연재에게도 튀고 있다. 피겨 김연아가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을 거절한 뒤 2015년 대한체육회가 선정한 스포츠영웅 리스트에서 제외되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일부 팬들이 이 행사에 참석한 손연재에게 비난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손연재의 ㅇ니스타그램에 달린 비난 댓글들.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리듬체조 손연재에게도 튀고 있다. 피겨 김연아가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을 거절한 뒤 2015년 대한체육회가 선정한 스포츠영웅 리스트에서 제외되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일부 팬들이 이 행사에 참석한 손연재에게 비난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손연재의 ㅇ니스타그램에 달린 비난 댓글들. ⓒ 연합뉴스


또한 손연재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리시술과 약품 처방 혐의로 도마에 오른 차움병원을 자주 이용했던 전력이 밝혀진 것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리우 올림픽에서는 선수단 관계자도 아닌 손연재의 모친과 소속사 임원들이 경기장 출입이 가능한 AD카드를 발급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특혜 논란을 자아냈다. 여자배구나 마라톤이 AD카드가 부족하여 제대로 된 지원 인력조차 갖추지 못해 선수단이 대회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대조되는 장면이다.

손연재의 소속사인 갤럭시아 SM은 21일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이러한 세간의 의혹와 루머에 대하여 반박했다. 논란의 시발점이 된 늘품체조 시연회는 대한체조협회와 문체부로부터 정식으로 국가 행사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체조선수로서 체조 보급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참석했을 뿐 특혜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대한체육회 대상 수상 역시 손연재가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와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연이어 3관왕을 하는 등 뛰어난 성적을 올려서 대상 후보에 선정되었고,  체육회의 선정 기준에 따라 상을 받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AD카드 논란은 선수단이 아닌 방송사에 할당된 몫이었고, 당시 중계 방송사가 손연재의 메달 획득 가능성에 대비해 촬영 목적으로 손연재의 가족에게도 지급한 것이며 다른 선수들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가지않았다는 입장이다.

차움병원 출입 역시 운동선수로서 일상적인 건강관리와 부상치료 차원의 방문이었고, 차움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여러 의료기관을 다녔으며,  검진과 처방, 치료비 수납 등은 모두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갤럭시아 SM은 '근거 없는 억측이나 아니면 말고식의 추측성 기사'로 손연재가 선수로서 이뤄온 성과나 명예에 흠집이 나는 것에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사실에서 벗어난 무차별 비난은 안된다

사실 이러한 손연재에 대한 대중의 곱지않은 시선은, 안티팬들로부터 오랫동안 누적된 부정적 이미지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손연재는 사실 여성 스포츠스타 중에서도 어릴 때부터 유독 안티팬들이 많은 편이다. 손연재가 진짜 실력에 비하여 과대포장된 선수라는 비판과 함께, 지나친 '언론 플레이' 이미지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김연아도 한때 과도한 CF나 방송출연 같은 상업활동으로 비판을 받은 일도 있었지만 이미 올림픽 같은 세계 무대에서 최정상까지 오른 압도적인 업적으로 그 위상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손연재는 선수로서 확실한 업적을 세우기 전부터 미디어나 체육계로부터 과한 대접을 받는다는 비판 여론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손연재는 리우 올림픽 메달권 진입 실패 등을 비롯하여 지금까지도 리듬체조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성과를 올렸다고는 할 수 없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의 연관성에서 비롯된 의혹들은 그동안 손연재를 비판하던 '과대포장된 스포테이너' 이미지와 맞물리며 파장이 더 커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손연재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로 성급한 비난은 신중해야 한다. 냉정히 말하면 국가행사이고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행사에 초청을 받아 참여했다는 자체만으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특정 병원 출입 역시 대리시술 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은 이상, 정상적인 의료기관에서 합법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면 문제삼을 것이 아니다.

다만 손연재를 둘러싼 특별대우 의혹은 사실 관계를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정부에 협조적이었느냐, 아니었냐를 두고 성급히 선악의 관점에서 단정하는 것은 무척 위험한 발상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손연재가 과거 SNS에 올린 댓글과 사진까지 거론하며 '손연재가 김연아를 비웃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증오가 또 다른 증오의 이유를 부추기는 전형적인 사례다.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의혹만 가지고 비난하는 것은 자칫 무고한 피해자를 만드는 마녀사냥이 될 수도 있다.

박태환과 김연아만큼이나 손연재도 어쨌든 한국의 소중한 스포츠 인재들이다. 스포츠 영웅들이 부패한 권력으로부터 부당한 불이익을 받은 데 대한 정당한 분노가, 자칫 특정 선수를 향한 또 다른 증오로 왜곡되어서는 곤란하다. 이성적인 분노가 향해야 할 올바른 방향은 체육계마저 자신의 입맛에 따른 줄세우기로 농락하려 했던 권력 그 자체이지, 손연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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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조 손연재 최순실 늘품체조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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