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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만 여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공군의 안전을 담당하는 공군 소방특기는 현재 600여명 정도다.
류창현 원사가 소방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공군원사 류창현(오산공군기지 소방반장) 류창현 원사가 소방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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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같은 오산공군기지에서 근무하며 알게 된 류창현(48. 공군 원사) 소방반장과는 '소방인'이라는 연대감 하나로 6년째 소중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와 함께 떠나는 '소방여행'도 올해로 벌써 3회째를 마쳤다. 소방여행은 다양한 분야의 소방인들을 만나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토론의 장이다.

작지만 의미 있는 역사를 함께 쓰고 있다는 동질감은 곧 서로에 대한 우정과 존경으로 바뀌었다. 내 주위에 이렇게 소방에 열정이 있는 사람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의 소방사랑은 아주 각별하다. 현재 21살인 그의 아들 또한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자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과연 부전자전이라고 할 만하다.

1988년 공군 하사 '소방'특기로 임관해 올 해 29년차 소방관인 그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여전히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6만 여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공군의 안전을 담당하는 공군 소방특기는 현재 600여명 정도다. 그를 만나 대한민국 공군 소방의 나아갈 방향과 문제점 그리고 향후 계획 등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

- 요즈음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을 듣고 싶다.
"소방시설관리사 2차 시험을 마친 뒤 지난 23일 소방시설관리사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요즈음은 대학원 논문을 마무리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다."

- 논문 제목은 어떻게 되나?
"<군용 항공기 격납고의 포소화설비 및 경보설비 시스템 개선에 관한 연구>다. 아무래도 국내에 이 분야와 관련된 논문이 거의 없다보니 외국자료들을 살펴보면서 그동안의 경험과 관련된 자료들을 정리중이다. 잘 마무리해서 향후 관련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 올해로 29년차 소방관이다. 대한민국 공군에 여러 가지 보직이 있는데 그중에서 소방특기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가?
"맨 처음 화학계열로 입대했다. 그 당시 특기분류하면서 처음으로 소방과 인연을 맺게 됐다. 사실 소방을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고 소방특기를 배정받은 거라고 보면 맞다. 물론 적성이 맞지 않았다면 보직변경 신청을 할 수도 있었으나 어느 순간 갑자기 소방이 좋아졌다. 그래서 소방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1992년 경원 전문대학 소방학과(야간학부)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29년차 소방관이 됐다."

- 그동안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출동이나 사건이 있다면?
"2006년 수원비행장에서 근무 할 당시 경험했던 블랙이글 추락사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침 그날은 5월 5일 어린이날로 에어쇼가 진행 중이었다. 당시 사고 비행기는 활주로에 추락해 완파됐고, 조종사는 안타깝게 순직했다. 사고 현장에 출동해 동체를 절단하고 현장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순직한 조종사가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은 장면도 목격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내가 공군소방에서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 사고처리 후 트라우마는 없었나?
"개인적으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하지만 그 당시 같이 사고처리를 했던 대원중 일부는 아직도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

"내가 완벽해야 남을 구할 수 있다"

류창현 공군원사가 주한 미 공군 오산소방서와 합동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 류창현 공군원사 류창현 공군원사가 주한 미 공군 오산소방서와 합동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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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공군작전사령부 근무 당시 미국화재폭발조사관(CFEI) 자격을 취득했다고 알고 있다. 영어로 시험을 봤다고 들었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화재조사와 관련된 내용 자체는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하다 보니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그런데 영어로 된 법률용어와 전문용어가 너무 어려워 많이 힘들었다.(웃음)"

- 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소방학교, 경기도소방학교, 중앙소방학교, 방재시험연구원, 화재보험협회 등 다양한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들었다. 무엇을 찾고 배우기 위함인가?
"군부대 내에서는 다양한 소방분야를 경험하고 전문성을 취득하는데 일정 부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기회만 된다면 여러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교류해 보고 싶었고, 궁극적으로는 그 가르침과 깨달음을 부대에 적용하고 싶었다."

- 교육을 받은 효과는 있었다고 보나?
"물론이다. 특히 5주 동안 받았던 '인명구조반' 교육은 정말 좋은 교육 중 하나였다. 마침 교육을 마치고 부대에 복귀하자마자 매몰사고가 발생했는데, 받은 교육 덕분에 사고현장을 안전하게 수습할 수 있었다. 또한 2012년 이수한 '국제소방관 자격과정'은 현재 공군 소방분야 평가와 소방 종합훈련 커리큘럼에 반영돼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류창현 공군원사가 일과 시작 전 장병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류창현 공군원사 류창현 공군원사가 일과 시작 전 장병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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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 특성상 매년 새롭게 신병을 받고 또 숙련된 장병들을 제대시키고 있다. 인력운영이라든지 업무연속성 측면에서 많은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운영상 문제는 없는가?
"현재 공군 병사들의 근무 연수가 24개월 정도다. 그런데 휴가와 외출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대략 18개월 정도 업무 투입이 가능하다. 소방특기를 받고 배치되면 기초부터 새롭게 교육과 훈련을 시켜야 하므로 시간과 인력 운영 면에서 애로사항이 많다. 그래서 인력운용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업무연속성을 위해서 부사관들의 역할을 늘려 비중을 높이고 있다."

-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현재 후배 양성을 위해 강의도 병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무슨 내용으로 누구를 가르치는 건가?
"2013년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현재는 공군교육사령부에서 공군 상사와 중사를 대상으로 소방실무와 소방법규를 강의하고 있다. 또한 공군 항공안전관리단에서 안전부사관 등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 강의를 받은 후배들이 일선에서 지휘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어떤가?
"굉장히 보람되고 또 한편으로는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지금도 업무와 관련해서 후배들에게 지속적으로 조언도 아끼지 않고 있다."

- 진주 공군교육사령부에 최신식 소방훈련센터가 곧 들어선다는 얘기가 있다. 진행사항은 어떤가?
"훈련센터의 정식명칭은 '소방 종합훈련장'이다. 지상 4층에 지하 1층 규모로 건립중이다. 종합훈련장의 규모는 2015년 건립된 경기도소방학교의 종합훈련장과 비슷하다. 훈련장은 유류화재, 항공기화재, 건물화재, 농연시험장, 소방시설 실습실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 그동안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돌고래호 사고 등 우리나라의 품격에 맞지 않는 후진국형 참사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29년차 소방관으로써 대형재난에 대처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후진국형 재난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배웠던 교육의 상당부분이 주입식 교육이다 보니 성인이 되어서는 크게 효과가 없다는 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즉, 생활화가 되어 있지 않다보니 재난이 발생하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올바른 재난교육은 이론이 아닌 몸에서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어렸을 때부터 효과적인 실습프로그램을 개발해 교과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예방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류창현 원사가 항공기 화재진압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 류창현 공군원사 류창현 원사가 항공기 화재진압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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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에 오산공군기지의 안전을 위해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무척 인상적인 말이다. 현재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가?
"미 공군 소방서가 출동을 전담하고 소방시설 점검 및 유지보수 등은 시설대대의 다른 전문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에 반해, 대한민국 공군소방은 출동, 소방시설 점검, 소방시설 유지보수 등 모든 것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문성이 요구되며 끊임없는 연구 또한 필요하다. 특히 선진소방이라고 인정받는 미국자료들을 검토하기 위해서 영어에 신경을 쓰고 있고, 향후 미국 소방기술사에도 도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 공군소방이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앞으로 추진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자신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소방관 개개인의 자기개발 노력이 필수다. 특히 부사관들의 경우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평생 해야 하는 소명이기 때문에 정년퇴직할 때까지 관련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고 외부교육에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 현재 공군소방 특기로 근무중인 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어떤 선배로 기억되고 싶은가?
"당연히 멋진 선배다.(웃음) 후배들에게는 오로지 정통성있는 소방의 길만을 걸었고 소방에 관한 한 모르는 것이 없는 선배로 기억되고 싶다."

- 향후 공군소방에 입문해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미래의 공군 소방관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공군소방은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군 부대의 재난을 담당하는 인명안전전문가다. 따라서 자기희생과 봉사정신이 두 배로 필요하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직업으로써가 아닌 최소한 남을 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체력과 전문성을 갖춘 뒤에 도전하면 좋겠다."

- 향후 계획이나 목표를 들어보자.
"정년을 7년 정도 앞두고 있다. 퇴직후 사회에 나가면 소방특성화 고등학교를 만들어서 청소년 시기부터 준비된 소방관들을 양성해 보고 싶다. 이미 소방학교 이름도 만들었다. 학교 이름은 '갓소방학교'다.(웃음)"

- '갓소방학교'란 이름이 생소하다.
"<금방 또는 지금 막>이라는 우리말 꾸밈말 '갓'과 영어의 신을 말하는 '갓(God)'을 조합해서 만들었다. 풋내기 청소년들이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소방분야에서 신의 경지에 이르러 한 사람의 희생자도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들어봤다."

- 대한민국 안전을 위한 노력을 응원하며 오늘 귀한 말씀 감사드린다.

류창현 소방반장은 현재 경기대학교 대학원 소방도시방재학과 석사과정 재학 중이다. 1988년 공군하사로 임관해서 수원비행장과 7전대를 거쳐 현재 오산비행장에서 재직 중이다. 2013년부터 공군교육사령부에 출강중이며, 향후 소방후배들의 진로를 위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 이 인터뷰는 11월 11일 이뤄졌습니다.



태그:#공군소방, #소방관, #미국소방, #안전,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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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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