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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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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의 주인공은 도시를 떠나 어릴 때 살던 시골로 돌아온다. 그리고 혼자 살며 농사를 짓는다. 옷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고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요리를 한다. 밭에서 딴 토마토로 토마토 병조림을 만들기도 하고 개암나무 열매를 따서 누텔라(빵에 발라 먹는 헤이즐넛 코코아 스프레드)를 만들기도 한다. 한여름 집안 습기를 없애기 위해 나무 난로에 빵을 굽기도 한다. 그리고 엄청 맛있게 먹는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다. 잠에 양보하기 위해 아침밥은 생략, 점심은 일하는 와중이기 때문에 식당에서 사먹거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 저녁 한 끼를 집에서 먹는다. 하루에 한 끼이기 때문에 저녁은 제대로 된 '집 밥'으로 챙겨 먹으려고 하는 편인데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저녁을 해먹고 설거지까지 마치고나면 밤 9시, 10시가 다 된다. 그나마도 늦게 들어오는 날엔 라면으로 대충 먹는다.

대학생인 동생은 수업에, 이런저런 일과에 쫓겨 하루에 저녁밥 한 끼를 먹는다고 한다. 얼마 전엔 이런 기사가 떴다. "꿈·저녁 있는 삶 찾아... 해외로 가는 청춘들(세계일보 2016. 9. 7.)" 신선한 재료로 내가 먹고 싶은 요리를 해먹는 것도 '특별한' 세상이 됐다. TV 속 유명 셰프들은 듣도 보도 못한 요리를 하고 나는 그걸 보며 라면에 뭐 넣을 만한 게 없나 냉장고를 열어본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 아닌 독립을 하고 난 뒤에야 모두들 '집 밥'을 그리워하며 햇반을 데우고 참치 캔을 딴다.

나는 지독히도 더웠던 올 여름을 보내며 체력 비축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으로 맛있고 건강하게 밥을 챙겨먹으려고 해봤다. 이번 글에서는 그 기록을 나눠보려고 한다.

1. 몰아서 장보기는 피하면 어떨까?

마트에 가면 종종 카트 한가득 식재료를 싣고 계산대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물론 대가족이라면 카트 한가득 장을 봐도 금방 동이나 버리겠지만 우리 집 같은 2인 가구나 1인 가구는 한꺼번에 왕창 장을 봤다가는 냉장고에서 상해가는 식재료를 눈물을 머금고 버리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공식품은 그래도 유통기한이 긴 편이고 유통기한이 조금 지났다고 해도 상하지 않았다면 조금 더 두고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채소 같은 식재료는 냉장고에 넣어두어도 신선도가 빨리 떨어지기 때문에 장기 보관이 어렵다. '이제부터 집에서 밥을 꼭 해먹어야지' 하고 큰 마음 먹고 구입한 채소들이 다 먹기도 전에 시들거나 상해서 버리는 일이 반복되면 '밖에서 사먹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내 경우에 해결책은 이렇다. 가능하면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 때 되도록 가까운 곳에서 그 날 필요한 식재료만 구입한다. 퇴근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장을 보기란 쉽지 않지만 그 때 그때 먹고 싶은 요리의 재료를 구입하면 식재료를 버릴 일도 줄어들고 신선한 재료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실제로 이렇게 한 뒤로 냉장고에서 버리는 식재료와 반찬이 많이 줄었다!

2. 식재료를 소분해서 파는 곳을 찾자

요즘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도 채소를 소분해서 파는 곳이 많다고 들었다. 또 감자나 양파를 한 개씩 구매 할 수 있는 동네마트도 의외로 많다. 양배추나 무를 반으로 잘라 팔기도 한다.

대형마트에서 한 봉지 단위로 포장해놓은 것을 사는 편이 당장은 싸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나중에 상해서 버리게 된다면 결코 싼 것이 아니다. 내 생각에는 대가족이 아니라면 대형마트보다는 동네마트에서 조금씩 사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3. 미니멀리스트를 위한 요리 추천

가지 구이
 가지 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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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두부 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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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
 피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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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 먹었던 간단한 요리 몇 가지다. 내가 개발한 레시피도 아니고 흔한 음식이지만 대부분 한 그릇 뚝딱 해먹고 치울 수 있는 것들이라 미니멀리스트에게 최적화된 요리라고 생각한다.

- 가지구이 : 가지를 넓적하게 썰어 기름 두른 후라이팬에 굽는다. 취향에 따라 구울 때 소금, 후추를 뿌려도 좋고 구운 뒤 초간장을 만들어 찍어먹어도 좋다.
- 콩나물국 : 강추하는 국이다. 팔팔 끓는 물에 콩나물을 넣고 콩나물 비린내가 없어지고 아삭 할 때까지만 끓인다. 다진 마늘을 넣고 소금간만 하면 끝. 더울 땐 냉장고에 넣어놓고 시원하게, 추울 땐 뜨끈하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 

- 카레 : 좋아하는 채소를 손톱 만하게 썰어 딱딱한 순서대로 기름 두른 팬에 볶는다.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냄비에 카레가루와 물, 볶은 채소를 넣고 저어가며 푸~욱 끓인다. 피곤 할 때는 볶는 과정 생략하고 끓여도 괜찮을 듯하다.
- 마파두부 : 마트에 파는 마파두부 소스가 핵심이다. 두부 한 모 사서 작게 썰고 마파두부 소스 한 숟가락 넣어 휘리릭 볶으면 끝. 밥 위에 얹어 먹으면 '여기가 사천인가!' 싶다. 
- 피클 : 오이, 무, 당근, 양배추를 썰고 식초와 물 1:2에 소금과 설탕, 피클링 스파이스(생략 가능)를 조금 넣고 끓인 후 한 김 식혀서 썰어놓은 채소에 붓는다. 열탕 소독한 유리병에 넣어 냉장고에 넣고 2~3일 후부터 먹을 수 있다.

특히 피클은 겨우내 먹을 생각으로 제철 채소를 사서 넉넉하게 만들어놓았다. 식초와 설탕의 양은 입맛에 따라 조절 가능한데 달지 않고 새콤하게 만들면 밥반찬으로 먹기에도 좋다. 위의 요리들은 만드는 과정도 간단하지만 설거지거리도 많이 나오지 않아 좋다. 그리고 요즘은 외국 음식에 쓰이는 다양한 소스를 마트에서 쉽게 구입 할 수 있으니까 가끔은 한 그릇의 특별한 식사를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4. 밥 한 그릇 만큼의 기운을 내자

비빔밥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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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식사 하셨어요?"가 인사말로 쓰이는 나라다. 사람에게 먹는 일은 방전된 건전지를 충전하는 일만은 아니다. 사회 활동이기도 하고, 일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가끔은 '혼밥', 나만의 조용한 시간이기도 하다.

나 역시 최소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 간단하면서도 맛있게 밥을 해먹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아직도 종종 패스트푸드점에서 때우듯이 한 끼를 해결하거나 끼니를 거를 때도 많다.

귀찮기도 하고, 한 끼 챙겨먹는데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것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떠올리고,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밥을 먹는 것은 밥 한 그릇의 열량보다 훨씬 큰 위로와 자기 위안이 된다.

이건 말이나 글로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다. 비울 것은 비우고 채울 것은 채우는 삶을 살려면 잘 챙겨먹고 매일매일 밥 한 그릇만큼 기운내서 살아야겠다. 샥스핀이나 송로버섯이 아닐지라도, 이럴 때일수록 어이없고 지친 마음 달래주는 밥 한 그릇을 먹자.



태그:#미니멀리즘, #혼밥, #집밥, #한그릇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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