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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휴대폰 채팅) 앱을 깔았을 때, (미성년자인) 제 나이를 보고는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어떤 남성분들은 제게 교복을 입고 오면 돈을 더 주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상대 남성들은) 그저 예쁘고 나이가 어리면 더 좋아했고, 미성년자를 건드린다는 게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하는 남성분들이 많았습니다."

아직 앳된 목소리인 10대 여성 이아무개씨는 자주 말을 멈췄다. 얼굴을 가린 채 본인이 미리 써온 편지 형식의 '고소인 발언'을 읽는 것뿐인데도,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힘겨운 듯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이양은 작은 목소리로 "과거에 제가 겪은 일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고, 그 과정에서 겪은 무서운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고소하게 됐다"면서 "이런 앱을 제재하는 관련 법률이 생겼으면, 그래서 더는 상처받는 청소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한국YWCA연합회 2층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 알선·유인하는 애플리케이션 운영자 고소·고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채팅 앱이) 성인 남성들 사이에서는 '사이버 미아리'로 통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한국YWCA연합회 2층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 알선·유인하는 애플리케이션 운영자 고소·고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채팅 앱이) 성인 남성들 사이에서는 '사이버 미아리'로 통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 한국YWCA연합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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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한국YWCA연합회 2층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 알선·유인하는 애플리케이션 운영자 고소·고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미성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휴대전화(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아동·청소년들이 강간·감금·성폭행 등 성범죄 현장으로 유입되나 현재 제대로 된 법률·처벌이 없으며, 따라서 이런 채팅 앱 관리자·사업자들을 고발해 공론화하겠다는 게 이들 고발의 취지다.

고발에는 실제로 과거 채팅 앱을 썼다가 피해를 본 여성 청소년 2명(서울·경기 거주)을 비롯해 십대여성인권센터·성폭력상담소 등 전국 청소년·여성인권 관련 255개 시민단체가 공동고발인으로 참여했다.

"'사이버 미아리'로 통하는 앱, 아동·청소년들 성폭력·성착취로 이끌어"

사회를 맡은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채팅 앱이) 성인 남성들 사이에서는 '사이버 미아리'로 통한다고 한다"며 "최근 보편화한 스마트폰 사용 탓에, 이런 앱을 통해 수많은 아동·청소년이 성폭력·성착취 현장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청 등 관련 정부기관에도, 채팅 앱 운영자들에게도 수차례 읍소했지만 바뀌는 게 없어 결국 고소·고발까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이번 사건 대표고발인으로 참여했다. 피고소인은 채팅 앱 '심XX' 등 2개 앱의 사업자·관리자이며, 피고발인은 '영X', '즐XX' 등 비슷한 5개 채팅 앱의 사업자·관리자들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채팅 앱으로 시작된 만남은 청소년 강간·감금·살해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피해를 낳으며, 가해자는 남성이고 피해자는 대부분 생활 환경이 좋지 못한 10대 여성 청소년이었다. 지난 7월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경찰 성매매 피해 여고생 사례도 호기심에 휴대폰 채팅 앱을 깔았다가 시작된 경우였다.

주최 측은 "2015년 3월 서울 관악구 한 모텔에서 성인 남성에게 목 졸려 살해된 만14세 여중생도, 2016년 4월 무려 6명 성인 남성들에게 성 착취를 당했던 만13세 지적장애 아동(하은이)도 모두 시작은 채팅 앱이었다"면서 "이렇듯 아동·청소년을 성매매로 유인하는 스마트폰 채팅 앱 관리·운영은, 더는 '개인의 자유로운 사업'이란 이름으로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관련 기사]
"돈 주면 나랑도 할래" 경찰이 피해 학생과 성관계  http://omn.kr/kfry
가출 청소녀 10명 중 3.5명 '성폭력 경험'... 평균 15세 http://omn.kr/l5v1

고소·고발의 법률대리인으로 참석한 설현섭 변호사(법무법인 송담, 십대여성인권센터 법률지원단)는 "수많은 채팅 앱 중 아동·청소년 접속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피고발인들은 미성년자가 채팅 앱을 통해 성매매·유사성행위에 악용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도록 방치했다"고 말했다.

고소·고발 이유로는 ▲ 회원가입시 성인인증절차 등 최소한의 장치도 없는 점 ▲ 회원 닉네임·게시글에 대해 음란물 차단 필터링·금칙어 차단 등 조치가 미비한 점 ▲ 이용자가 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을 발견하더라도 상시 신고할 수 있게 조치하지 않은 점 등이 꼽혔다.

지난 7월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경찰 성매매 피해 여고생 사례도 호기심에 휴대폰 채팅 앱을 깔았다가 시작된 경우였다. 사진은 A양의 신발.
 지난 7월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경찰 성매매 피해 여고생 사례도 호기심에 휴대폰 채팅 앱을 깔았다가 시작된 경우였다. 사진은 A양의 신발.
ⓒ 피해자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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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간음 또는 성매매 알선 영업, 강요 행위 등을 하는 경우 성범죄로 처벌되나, 현행법상 채팅 앱을 통한 성매매를 예방.처벌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아동청소년 간음 또는 성매매 알선 영업, 강요 행위 등을 하는 경우 성범죄로 처벌되나, 현행법상 채팅 앱을 통한 성매매를 예방.처벌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 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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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단체는 같은 날 오후 4시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향후 UN(국제연합) 이사회에서 아동매매, 성매매, 아동음란물 관련 문제를 담당하는 특별보고관에게 대한민국 현행 청소년 성보호 관련 법 문제와 청소년 피해 사실을 적시한 진정 서한을 접수할 예정이다. 또 11월 21일 오후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관련 법 개정 토론회를 개최한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실제 고소에 참여한 이아무개(19)씨도 참석했다. 과거 채팅 앱을 사용했다가 피해를 보았다는 이씨는 장문의 편지로 자신이 왜 고소에 참여하게 됐는지를 밝혔다. 주최 측의 동의를 얻어 이씨의 편지 전문을 아래에 싣는다.

"'교복 입고 오면 돈 더 줄게' 말하던 남성, 더는 피해자 없길"

안녕하세요. 19세 OOO입니다.

제가 왜 애플리케이션 운영자들을 고소하게 되었는지를 밝히고자 합니다.

전 17세 때 처음으로 '심X'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친구들의 권유로 인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때 당시 OO에서 살다가 OO로 이사 온 지 1년이 좀 넘은 시기라서, 아직은 학교에 적응을 못 했을 때였습니다. 처음에 이사 왔을 땐 조용히 다니다 중학교 졸업을 했는데, 열일곱 살이 되고 고등학교를 들어가면서 저는 더욱더 적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중학교 때 이름만 알던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기 시작하면서 고등학생이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 돌아다녔습니다.

그때 아버지와도 사이가 좋지 않아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고, 용돈도 부족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어떻게 해야 돈을 쉽고 많이 벌 수 있겠느냐고. 그랬더니 한 친구가 '심X'이라는 휴대폰 앱을 알려주었고 저는 집에 가서 심X을 깔아봤습니다.

다 깔고 나선 프로필을 작성해야 하는데 (입력 가능한) 나이는 20세부터였습니다. 제 나이는 없어서 일단 저도 20세로 등록을 했고, 저로서는 처음 해보는 거라 일단 토크 방으로 가 사람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어느 정도 지켜보다가 전 혼자서도 해볼 수 있을 거 같아 한 남성에게 온 쪽지를 받고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인사를 주고받다가 그 남성이 저에게 나이를 물었습니다. 저는 솔직하게 17세라고 하였고 그 남자는 이후 잠시 쪽지가 없다가, 다시 자연스레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키. 몸무게. 페이(액수). 그리고 가능한 것과 안 되는 것을 물어보기에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어떤 여자가 토크에 올린 걸 보고 똑같이 답했습니다.

'나이는 17세, 키는 160cm, 몸무게는 46kg, 결제(액수)는 한 번에 10만 원, 안 되는 것은 후장·얼싸·질싸(※질내사정 등을 뜻하는 통신 약어-기자 주)' 이렇게 쪽지를 했더니, 제 사진을 보여 달라 해서 저는 보여줬습니다. 그랬더니 그 남자가 어디서 만날 수 있느냐고 제게 물었고, 저는 00동 00 은행 앞으로 와달라 했습니다. 출발할 때 쪽지를 준다고 해 10분 뒤 쪽지가 왔습니다. 20분 정도 걸리니 쪽지 보내면 나오라고 해서, 전 알겠다고 한 뒤 화장을 하고 준비하였습니다. 20분 뒤 약속장소에서 그 남자의 차를 타고 간단히 얘기하다 그 남자의 집으로 갔습니다.

저는 처음이라 떨리기도 했으며 한편으로는 무서웠습니다. 그러는 사이 그 남자 집에 도착했고, 그 남자가 제게 씻고 나오라길래 씻고 난 후 그 남자와 침대에 같이 누워서 얘기 좀 하다가 키스로 시작해서 (성)관계를 맺었습니다. 관계가 끝난 후 그 남자는 저에게 10만 원을 주었고, 저는 그 남자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한 번만 하고 끝내려 했습니다. 아무리 용돈이 급하다고 하지만 무모한 짓이었고, 아직 열일곱 살이었던 저에겐 사실 많이 무섭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게 먹었어도 이미 저는 다시 앱을 통해 두 번째 조건만남을 구하고 있었고, 그렇게 저는 끊지 못해 한 달에 2~3번 정도 (조건 만남을) 했습니다.

이 앱이 얼마나 청소년들에게 위험하고 유혹적인 것인지 다 알고 있을 겁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청소년에겐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용돈은 한정이 돼 있고, 나만 그런 유행에 따라가지 못하면 친구들에게 소외감을 받을까 두려워서 저처럼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르고 맙니다. 청소년들은 한 번을 하고 나면 '두 번이 뭐 어렵겠냐'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또 하게 되고, 그러다 나중에 또 돈이 떨어지게 되면, '이미 한 번 해봤으니 쉽다'는 생각과 함께 이를 끊지 못하고 계속하게 됩니다.

처음 앱을 깔고 상대방에게 제안했을 때 제 나이를 보고는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어떤 남성분들은 교복을 입고 오면 돈을 더 주겠다는 말도 하였습니다. (상대 남성들은) 그저 예쁘고 나이가 어리면 더 좋아했고, 미성년자를 건드린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는 남성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앱을 심X 말고도 다른 앱을 쓰면서(앙X. 영X. 즐X 등) 1년 반 동안 조건만남을 해왔습니다.

제가 앱이 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신고(고소)까지 하게 됐냐면, 과거에 제가 겪은 일들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고 그 과정에서 겪은 무서운 일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애플리케이션을 만드신 분들은, 수많은 청소년이 이 앱들을 통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자세히는 모르실 거예요. 뉴스를 보면 가출한 청소년들 10명 중 5명은 조건만남을 하게 됩니다. 집 나간 청소년들에겐, 돈 버는 게 쉽다고 생각해 (이런 앱이) 좋은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몸이 망가지고 동시에 마음이 망가집니다. 조건만남을 하는 남자들은 착하지 않으며, 오히려 미친 X들이 많고, 또 그 외에도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강간, 감금, 살해 등) 무서운 일들이 많습니다.

이 말은 (조건만남을 하는) 청소년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인 여자분들에게도 해당합니다. 그분들도 어떤 이유에서건 그만했으면 합니다. 제가 이렇게 고소를 하게 된 이유는, 저처럼 똑같은 희생자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며, 이런 앱들이 없어져야 성매매도 줄어들 것이며 안타까운 일들도 없어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앱들을 제재하는 관련 법들이 제발 생겼으면 좋겠고, 그래서 저 이외에 더는 조건만남으로 인해 상처받는 청소년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청소년 성폭력, #성매매 유인 앱, #채팅 앱 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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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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