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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흥 보림사 비자림에서 딴 비자 열매. 절집의 보살들이 딴 것이다.
 장흥 보림사 비자림에서 딴 비자 열매. 절집의 보살들이 딴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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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다른 농작물처럼 비자나무의 열매, 비자도 수확할 때다. 비자는 크기가 엄지손가락 한 마디만 하다. 껍질을 벗기면 씨앗이 들어 있다. 생김새나 색깔이 아몬드처럼 생겼다. 아몬드보다는 조금 통통한 편이다.

맛은 쌉싸래하다. 조금 쓴 맛이 있고, 떫은 맛도 있다. 비자 특유의 향이 오래도록 입안에 남아서 상쾌한 느낌을 준다. 비자는 예부터 회충, 촌충 같은 기생충을 없애는 약으로 쓰였다.

동의보감에는 비자 열매를 하루에 일곱 개씩, 7일 동안 먹으면 촌충은 완전히 녹아서 물이 된다고 적혀 있다. 큰 것은 하루 5개 정도, 작은 것은 10개 이내에서 먹는 게 좋다.

 보림사 비자림에 흐드러진 비자 열매. 비자나무에서 떨어진 열매가 나무 아래에서 나뒹굴고 있다.
 보림사 비자림에 흐드러진 비자 열매. 비자나무에서 떨어진 열매가 나무 아래에서 나뒹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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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살을 드러낸 비자 씨앗. 언뜻 아몬드처럼 생겼다.
 속살을 드러낸 비자 씨앗. 언뜻 아몬드처럼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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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는 기름으로 많이 짜서 쓴다. 동백기름, 유채기름과 같은 이치다. 절집에서 만난 보살은 비자식혜를 만들어서 먹으면 맛이 좋다고 했다. 이 비자 열매를 보고, 맛볼 수 있는 때가 지금이다.

비자나무는 절집 부근에서 많이 자라고 있다. 비자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방 한계선이 백양사와 내장사로 알려져 있다. 장성 백양사와 정읍 내장사, 나주 불회사, 장흥 보림사, 고흥 금탑사 등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다.

비자나무는 주목과의 늘 푸른 나무다. 느리게 자라는 나무의 특성상 재질이 부드럽고 연하다. 습기에도 강하다. 바둑판의 재료로 많이 쓰인다. 고가의 가구재로도 쓰인다.

 비자나무에 달려있는 열매. 이맘때 비자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비자나무에 달려있는 열매. 이맘때 비자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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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나무에 붙어 있는 비자 열매. 나무에서 익어 속살을 드러냈다.
 비자나무에 붙어 있는 비자 열매. 나무에서 익어 속살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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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전라남도 장흥 보림사로 간다. 보림사를 둘러싸고, 포근히 감싸고 있는 숲이 비자림이다. 수령 70년에서 400년까지 된 비자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비자나무 아래에는 야생의 차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코끝을 스치는 비자향이 은은한 가을 보림사다. 비자나무들이 수십 년, 수백 년을 살면서 우리를 대대로 만났다고 생각하니 경외감까지 든다.

이 비자림은 산림청과 (사)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 유한킴벌리가 공동 주관한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숲'으로 인정받았다.

 비자나무의 위용. 수령 수백 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자나무의 위용. 수령 수백 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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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림사 비자림. 수령 수십 년된 비자나무부터 수백 년된 나무까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보림사 비자림. 수령 수십 년된 비자나무부터 수백 년된 나무까지 군락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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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사 비자림은 걸으면서 산책하기 좋게, 숲길이 잘 단장돼 있다. 차밭과 비자나무 사이로 숲길이 나 있다. 이른바 '청태전 티로드'라 이름 붙여져 있다.

청태전은 삼국시대부터 근세까지 장흥을 비롯 남해안에 존재했던, 120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 발효차의 효시다. 엽전 모양의 덩이처럼 생겼다고 '떡차', '전차'로도 불린다.

차나무가 많은 비자나무 숲 군데군데에 쉴만한 의자도 놓여 있다. 차향과 비자향, 솔향까지 맡으면서 싸목싸목 하늘거리기에 좋다. 숲길은 길지 않다. 하지만 숲길이 절 마당을 내려다보며 한 바퀴 돌게 돼 있어서 마음까지 차분하게 해준다. 비자림이 절집의 품격까지 높여주는 보림사다.

 보림사 비자림의 비자나무. 한눈에 봐도 세월의 더께가 묻어난다.
 보림사 비자림의 비자나무. 한눈에 봐도 세월의 더께가 묻어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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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림사 비자림. 나무 사이로 숲길이 다소곳하게 나 있다.
 보림사 비자림. 나무 사이로 숲길이 다소곳하게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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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사도 웅장하지 않아서 더 정겨운 절집이다. 보림사는 보물창고다. 지금은 사세가 약해져 대한불교 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에 소속돼 있지만, 절 안팎에 귀한 유물이 많은 절집이다. 한자로도 보배 寶, 수풀 林을 쓴다.

보림사에는 국보와 보물이 10점이 있다. 대적광전 앞에 있는 남·북 삼층석탑과 석등이 국보 제44호, 대적광전 안에 모셔진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이 국보 117호로 지정돼 있다.

보조선사 창성탑과 창성탑비를 비롯 목조 사천왕상, 숲속에 있는 동부도와 서부도가 보물로 지정돼 있다. 월인석보, 금강반야바라밀경, 자비도량참법 등 전적류(책)도 보물이다. 석불입상 등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도 13점을 간직하고 있다.

 보림사 외호문. 절집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보림사 외호문. 절집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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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림사 사천왕문. 우리나라 목조 사천왕상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그 너머로 대적광전이 보인다.
 보림사 사천왕문. 우리나라 목조 사천왕상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그 너머로 대적광전이 보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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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사는 선종이 가장 먼저 들어와 정착한 절집이다. 신라 말 헌안왕(860년경) 때 원표대사가 터를 잡았다고 알려져 있다. 인도와 중국의 보림사와 함께 동양의 3보림(寶林)으로 불린다. 원감국사와 각진국사 등 대선사들도 이곳에 머물렀다고 전해지고 있다.

절집에서 먼저 만나는 사천왕상이 보물(제1254호)로 지정돼 있다. 이 사천왕상은 1515년에 조성됐다. 우리나라 목조 사천왕상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임진왜란 전에 조각된 유일한 사천왕상이다. 조각수법이나 모든 면에서 귀중한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사천왕문을 들어가면 왼편에 대적광전, 오른편으로 대웅보전이 자리하고 있다. 대적광전 앞에는 남북으로 세워진 두 기의 탑이 서 있다. 통일신라시대의 전형적인 석탑 양식이다. 통일신라 경문왕 10년(87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석탑과 석등이 국보(제44호)로 지정돼 있다.

 보림사 대적광전과 대웅보전. 대적광전 앞에 남북으로 세워진 두 기의 탑이 국보로 지정돼 있다.
 보림사 대적광전과 대웅보전. 대적광전 앞에 남북으로 세워진 두 기의 탑이 국보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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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로 지정돼 있는 보조선사 창성탑비. 그 뒤로 보이는 전각이 대웅보전이다.
 보물로 지정돼 있는 보조선사 창성탑비. 그 뒤로 보이는 전각이 대웅보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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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광전의 불상도 진귀하다. 왼손의 검지를 오른손으로 감싸고 있는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이다. 신라 헌안왕 2년(858년)에 김수종의 시주로 당시 쇠 2500근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철불 가운데 가장 조성연대가 빠른 것이다. 국보(제117호)로 지정돼 있다.

대웅보전 뒤편에 있는 보조선사 창성탑비(제157호)와 창성탑(제158호)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보조선사 지선은 신라 때 보림사의 주지였다. 보조선사라는 시호를 헌강왕이 내려줬다. 왕이 탑의 이름도 내려줬는데, 그게 '창성'이다.

귀한 문화재가 많은 보림사다. 보림사는 전라남도 장흥군 유치면 봉덕리, 가지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전라남도 화순군과 군계를 이루는 지점이다.

 보림사 대웅보전. 코스모스와 어우러져 가을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보림사 대웅보전. 코스모스와 어우러져 가을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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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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