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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박근혜 대통령, 이석수 특별감찰관.
 왼쪽부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박근혜 대통령, 이석수 특별감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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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두 가지 그림이 묘하게 합체됐다. 하나는 김재수 해임이고, 다른 하나는 이석수 해임이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는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이뤄졌고, 이석수 특별감찰관 해임은 청와대가 미묘한 타이밍에 결정했다. 두 해임에는 권력의 어떤 함수가 숨어 있을까. 

국회는 24일 본회의를 열고 '부동산 특혜의혹' 속에 임명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밤사이 일부 언론은 야3당이 거야(巨野)의 힘으로 실력행사를 했고, 그 결과 협치는 사라지게 됐으며, 정국은 급랭할 것이라는 전망기사를 쏟아냈다.

새누리당은 23일 자정을 지나 정세균 국회의장이 차수를 변경해 해임건의안에 대한 표결 처리를 선언하자,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고 '국회일정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장관해임건의안을 막아내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다수 의석의 횡포를 저지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집권여당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라면서 "의회민주주의 치욕의 오점을 남긴 날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국회일정 전면 보이콧 선언으로 26일부터 시작될 국감에 적신호가 켜졌다.

청와대 "김재수 해임건의안 수용불가... 부당한 정치공세"

김재수 농식품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를 알리고 있다.
▲ 김재수 농식품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를 알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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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도 발끈했다. 청와대는 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에 대해 "야당 주도로 통과된 부당한 정치공세이므로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언론에 알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야당의 부당한 정치공세로 김재수 장관을 사퇴시키는 일은 없다"면서 '김재수 구하기'에 나섰다.

청와대가 언론에 밝힌 해임건의안 수용불가 방침의 이유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 첫째, 취임 한 달도 안 된 장관을 정치적 목적으로 해임 ▲ 둘째, 거야가 된 야당의 힘의 정치를 방치하면 국정 마비 ▲ 셋째,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부동산 저금리 특혜대출 의혹 해소 등이다.

주택매입 과정에서 1%대 대출금리 특혜를 받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6.6~6.7%의 변동금리로 융자를 받았다는 게다. 이것은 야당의 부당한 의혹제기였고, 이를 이유로 장관을 사퇴시킬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김재수 장관 해임불가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 장관을 비롯한 장차관 80여 명을 청와대로 불러 워크숍을 열고 집권 후반기 국정과제를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김재수, 청와대 워크숍에서 환담한다면?

 지난 13일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지난 13일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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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이 워크숍에 김 장관을 참석시킨 뒤 환담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다면 그 자체로 국회의 결정을 무시하는 처사가 된다. 박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김 장관에겐 계속 업무를 수행할 자격이 생기고, 그는 국회 보고에도 나설 것이다.

당장 26일부터 시작되는 국감에서 김재수 장관이 취할 태도는 뻔하다. 국회 농해수위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겠다고 하면 야당은 반발할 것이고, 즉각 국회 농해수위는 파행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잘 알 텐데 그럼에도 국회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국정 파행이다. 거대 야당의 부당한 정치공세라고 국회로 화살을 돌리려 하겠지만 국민이 대통령의 목소리에 얼마나 동조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1987년 개헌 이래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장관 중 물러나지 않은 장관은 단 하나도 없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김재수 장관을 해임하지 않는다면 1987년 이후 29년 만에 처음으로 '퇴진하지 않는' 첫 번째 장관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얼마나 버틸지 두고 볼 일이다.

이석수 특감 전격 해임의 '꼼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조사할 대통령 직속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7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특별감찰관실이 있는 건물을 나서고 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진은 지난 7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특별감찰관실이 있는 건물을 나서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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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김재수 장관 해임 결의안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사이, 박근혜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문제로 오는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이 예정돼 있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해임했다. 이 특감이 사표를 제출한 지 25일만이다.

야당은 이 특감의 해임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번 국감의 기관증인 출석 자격을 박탈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국정감사에서 기관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과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의혹을 감추기 위한 청와대의 꼼수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내용을 <조선일보> 기자에게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던 이 특감은 검찰이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자 지난달 29일 사표를 낸 바 있지만, 사표수리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이달 19일부터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고 22일 연가를 낸 뒤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26일부터 정상 출근할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황교안 총리는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을 통해 "(우병우 의혹 등의) 사실 규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이석수 특감의) 사표 수리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국회가 김재수 장관 해임안 문제로 혼란한 틈을 타 이석수 특감을 전격 해임했다.

그것은 필경 이 특감 입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어떤 사실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는 위기감이 든 청와대가 이 특감의 입에 재갈 물리기 차원에서 내린 조처 아니었을까 싶다.  이미 언론엔 이 특감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 출연금 종용의혹과 관련해 안종범 수석을 내사했다는 사실이 보도됐고, 특감 관계자는 "이 특감이 국회에 출석해 아는 대로 성실히 답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모든 언론이 이 특감의 입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 형식적 민주주의마저 허무나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2016.9.13
 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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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위기의 대통령이다. 최소한의 형식적 민주주의조차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다. 국회에 야당 의석이 많아진 것은 총선을 통해 드러난 민심이다. 국민 선택의 결과라는 얘기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이런 국민의 뜻을 무시한다.

청와대는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거대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못 박고 있지만, 인사청문회 당시 드러난 민심은 특혜시비였다. 굳이 국회의 뜻을 거스르며 김 장관을 고집한다면 국회파행 등 뒤이을 정치적 후과도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연일 터져나오는 비선실세 의혹에 대해 끊임없이 엄포로만 차단하려 든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이라고 일축했고, 황교안 총리는 "유언비어에 대해서는 의법조치도 가능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언론과 야권이 제기한 의혹을 유언비어로 규정하고 의법조처 하겠다고 하면 또 다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국가 맞나? 

박근혜 정부는 임기 초 '정윤회 게이트'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번에는 권력서열 1위로 운위되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핵폭탄급 의혹이다. 전경련은 마치 자신들이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인 양 자처하지만 곧이곧대로 듣기 어렵다. 의혹은 커져만 가는데 청와대는 발끈하며 입단속만 한다. 국민은 걱정이다. 이대로 이 정권이 안녕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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